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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J Dec 21. 2022

호주에는 없고, 한국 화장실에만 있는 것

'찰칵'하다 '철컹' 아직도 몰카전쟁 중?



3년 만에 돌아온 한국, 제일 처음 마주한 호주와의 차이점은 화장실 근처마다 설치되어 있는 '몰카는 범죄입니다'라는 문구였다.


대체 왜 남이 볼일 보는 걸 범죄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보고 싶은지는 이해할 수 없다. 하긴, 이 세상에 이해 못 할 것들이 어디 몰카범들 뿐이겠냐만은.


여자회장실 칸칸이 붙은 빛바랜 몰카예방 종이들을 보면서 '이런 식으로 한국에 온 걸 실감하게 될 줄이야...' 낯설면서도 익숙한 찝찝한 감정을 느꼈다.



2017년 서울경찰이 시내 공공장소 1474곳을 확인한 결과 몰카를 한대도 찾지 못한 것을 두고, 한국의 몰카범죄가 정말 심각한가 여부를 놓고 논쟁이 있었지만, 몇 년간 잊을 틈도 없이 꾸준히 올라오는 몰카피해 뉴스를 보면 지하철 역사, 화장실 앞, 화장실 칸칸이 조금 과하다 싶게 붙은 몰카범죄예방 포스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다양한 불법촬영 금지 포스터들


호주의 모든 도시에 가본 것은 아니지만 지난 8년간 호주 여러 도시를 옮겨 살면서 공공 화장실, 해변 등에서 한국에서 처럼 몰카 관련 안내문이나 주의사항을 본 적이 없다.


간혹 뉴스에 화장실에서 몰카를 당했다는 뉴스를 접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훨씬 적다. 불법촬영 관련 뉴스 중 기억에 남는 뉴스는 불법촬영동영상 유포 가해자가 직접 영상을 삭제할 의무까지 지도록 법이 개정되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애들레이드에서 한국인의사가 환자들을 불법 촬영 했다는 기사였다. 하필 많지도 않은 호주 불법촬영 기사의 가해자가 한국인 이라니... 부끄럽고 원망스럽다.


다행히도 나는 불법촬영의 피해자가 되어본 적은 없고, 피해를 당한 사람도 (내가 알기론) 주변에 없다. 뉴스로만 피해사실을 접해서일까? 한국에 있는 동안 언제 어디서든 불법촬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거나, 불안하지는 않았다.


다만 화장실에 가고 싶다가도 몰카 현수막을 보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조금 더 참게 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는데, 기본적인 생리욕구를 참아야 하는 게 소소하게 불편했고, 내 잘못이나 책임이 아닌 불편을 견디는 순간들이 불쾌했다.  


성별로 편을 나누려고 하거나 거리의 평범한 사람들을 '잠재적 몰카범'이라고 이유 없이 비난하기만 하는 사이 몰카범죄가 어느새 우리 사회에 일상적인 뉴스로 자리 잡은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도 호주처럼 뉴스에서 얼굴이라도 공개할 수 있다면 피해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2021년 호주뉴스: 불법촬영 범죄자 얼굴을 여과없이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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