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한국에서의 사행성 도박은 불법이다.
강원랜드 외에 모든 카지노는 외국인만을
위한 곳으로 내국인은 입장이 불가하다.
나는 호주에 오기 전까지 카지노라는 곳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아마 워킹홀리데이나 유학으로 호주에 입국하는
대다수의 젊은 친구들이 그러할 것이다.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유명인들의 도박이슈,
도박판에서 집문서를 잃었다더라,
전재산을 날렸다더라, 도박빚을 못 갚아서 쫓긴다더라
같은 이야기들은 카지노를 가까이 가기만 해도
내 돈을 다 뺏고 그것도 모자라
속옷까지 벗겨갈 거 같은
무서운 곳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반면에 호주 주말의 카지노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친구, 연인들끼리 칵테일이나 맥주를 즐기고,
카지노 한편에서는 밴드가 노래를 한다.
몇몇 도박에 찌들어 보이는 사람들도 보이지만,
대부분은 뜻밖의 행운에 소리치며 기뻐하기도,
아쉬움에 탄식하기도 하며
가볍게 즐기는 모습이 생소한 설렘으로 다가온다.
그래,
어쩌면 카지노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무서운 곳은 아니었나 보다.
무더운 여름밤에 시티중심에 있는 시원한 카지노에
여권을 보여주고 들어가서
ATM에서 은행카드로 돈을 뽑고,
창구 직원에게 5$ 칩으로 바꿔달라고 한다.
동전보다 크고 부드럽고 두꺼운 칩을
한 손 가득 들고 있을 때의 감촉, 그립감이 좋다.
오늘은 여기서 잭팟을 터트려
이 칩이 10배로 늘어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에
소지품도 없는데 작은 크로스백을
칩을 넣을 용도로 매고 왔다.
한두 게임 즐기다 보면 행운이 따라주지 않는
대부분의 날은 빠른 속도로 칩이 줄어든다.
또 돈을 뽑고, 칩을 바꾸고,
좀 전에 왔는데 지금 가긴 아쉬워서
혹은 좀 더하면 딸 거 같아서다시 ATM기에 카드를 넣는다. 인출하는 금액은 점점 커진다.
재미로 시작했지만 점점 진지해진다.
결국 오늘은 손해만 보고 떠나지만,
다음 주에 주급을 받으면 꼭 만회하러 돌아올 것이다.
그때는 오늘 잃은 돈에 이익까지 얻기 전에는
절대로 카지노를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로로 난생처음 카지노에 왔다가
순간의 운에 따라 10배 20배로 손쉽게 얻어지는
돈의 재미에 빠져 결국은 더 많은 것을 잃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보고 듣게 되었는데
그중 일부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1. 요요친구 ’아창‘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중국인 친구 요요의
친구 아창은 심각한 카지노 중독이다.
호주에서 번 돈 전부를 카지노에서 잃었을 뿐 아니라,
'카지노를 가기 위해' 중국에서 대출을 받아 환전을 했다.
그는 이제 재미를 위해서가 아닌 중국은행에
돈을 갚기 위해 카지노를 간다고 했다.
일을 해서 돈을 벌어 갚는 것이 맞지 않냐 라는
우리의 질문에 아창은, 8시간 힘들게 일해서 버는 돈 보다
카지노에서 편하게 잠깐 벌 수 있는 돈이
쉽고, 빠르고, 금액도 크다고 여겨지니 일을 하는 것이
비효율 적으로 느껴져 출근하는 것이
더욱더 고되고 힘들다고 한다.
또, 갚아야 할 돈이 커서
일해서 버는 돈으로는 어림도 없고,
카지노에서 크게 몇 번만 따면
금방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까지는 잘 모르고 즐기기만 했고,
운이 안 따라줬다며, 이제는 카지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고 했다.
2. 누구보다 성실했던 직장동료 Y의 반전결말.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1년 가까이
열심히 일한 친구 Y는 한국에 들어갈 날짜가
다가오자 그동안 일만 하느라 못했던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고 싶어 졌다.
여행도 다니고, 스카이 다이빙도 하고
브리즈번을 떠나 멜버른으로 여행도 떠난 Y.
여행 중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카지노를 가게 되었는데,
멜버른 카지노에서 1년간 모았던 돈을
거의 다 잃었다고 했다.
3. 여친 부모님의 돈까지 도박으로 써버린 C
요리학교를 다니며 카페 주방에서 일하는 친구 C는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보내주신
다음학기 학비까지 카지노비용으로 끌어다썻다.
돈이 없어서 카페 사장님한테 가불을 받았지만
그것마저 카지노에서 날려버려서
방값도 제날짜에 못 냈다.
그 외,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야기들...
셰어하우스에 같이 사는 사람들과 친해져서
같이 가게 된 카지노에서 몇 달간 힘들게 번돈을
순식간에 잃은 커플,
늦은 시간 일 마치고 머리 식히러 갔다가
일주일 일해야 버는 돈을 잃은 친구들...
등등 호주 생활 8년간 직접 만난 사람들,
들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위의 사람들이 바보 같고 한심한 인간들이라
힘들게 일궈놓은 것을 한순간에 도박으로
날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도 처음 한두 친구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바보 같은 실수를 했네,
그 친구들에게 원래 숨겨진 중독자의 성향(?)
같은 것이 있었으려니 생각했다.
비슷한 상황에서도 더 나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완벽하게 똑같은 상황은 없다.
같은 상황이라도 그 순간의 감정, 기분, 개개인의 성향이나, 이때까지 살아온 경험에 따라 선택은 극과 극으로 달라진다는 점에서, 무작정 이들을 한심한 중독자들로 취급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왜 성실하고 멀쩡한 평범한 친구들이 카지노에 빠지게 되고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는지, 정말 카지노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도박중독 상담지원
호주 NSW: www.gamblinghelp.nsw.gov.au
전화 상담:1800 858 858 (한국어 상담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