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아주 솔직한 서재

가능할 것 같지만 실은 불가능한 일

by 약쟁이Life


나는 인간이다. 보편적인 인간의 특성은 나라는 사람의 특징이기도 하다.


어째서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널리 전파하고 싶을까. 나는 그런 면에서 전혀 다르지 않고, 오히려 그런 욕구가 매우 강한 편에 속한다. 그런 생각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도 자연스럽게 어제 본 영화, 음악, 책에 대해서 말하게 하고, 블로그에 리뷰를 남기게 했다. 그리고 이제 브런치에도.


혼자 좋아하는 것들을 껴안고 살아도 좋겠지만 굳이 이렇게 글로 남겨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플랫폼에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물랑 루주(Moulin Rouge, 2001)'의 명대사가 생각났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종종 생각나는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내 브런치를 채워나갈 것이다. 그런데 리뷰를 쓴다는 건 곧 나의 서재를 공개한다는 것일 텐데, 정말 나의 서재를 온전히 공개해도 좋은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정말 저런 걸 본다고?' 하는 반응들이 걱정되는 게 솔직한 심경이다. 어떤 연예인이 방송에서 말하기를, 자기는 죽을 때 유심칩을 폐기하고 죽을 거라고 했다(안타깝지만 유심칩은 고유번호인식 매체에 불과할 뿐, 그 사람이 관심 있게 본 것들의 대한 데이터는 영구적으로 보존된다).


비슷한 선상에서 고백해보자면 나는 레진코믹스의 소장 내용은 삭제하고 죽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보다 공감할 수 있을만한 선에서 고백하자면 넷플릭스의 현재 시청 중인 콘텐츠나 검색 화면(에서는 지금까지 본 것들을 중심으로 추천 콘텐츠가 보인다)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그렇게 해서 하나하나 지워지고 나면 남에게 선뜻 선보일만한 목록들, 그리고 남들은 모르겠지만 이런 것도 있다고 자신 있게 알려주고 싶은 것, 조금은 우쭐하게도 말할 수 있는 것, 마지막까지도 포기하지 못하고 어쩐지 외면당할 것 같지만 목소리를 높여 알려주고 싶은 것들을 모아, 지극히 평범하기 짝이 없는 서재를 보여주려고 한다. 나를 깎고 깎아서 밋밋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언젠가 용기를 얻어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레진코믹스의 소장 편 리뷰를 오픈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써보려고 한다(전체관람가 위주로 오픈할 확률이 높지만). 그때까지 '나의 브런치'는 한편으로 친숙하고, 어쩌면 흔하디 흔한, 아주 평범한 서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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