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박봉이던데 왜 들어가고 싶나요?
가끔 여행사 취직 준비중이라는 얘기를 하면 이런 반응이 있을 때가 있다.
"일이 힘들고 월급은 적게 준다던데....."
맞는 얘기다. 메이저 여행사들도 대기업 축에 속하지만 일만 대기업이고 월급도 적고 근속연수도 긴 편은 아니다. 이 반응에 익숙해 지다 보니, 처음에는 "그래도~" 라고 좋은 점을 얘기하다가, 이제는 "그러게요" 라고 넉살 좋게 인정하는 모양새가 됐다.
나는 왜 여행사에 들어가고 싶은 걸까.
작년과 올해, 나는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명확한 청사진은 나오질 않아서 차라리 대학원을 갈까 하는 생각도 해 보고, 공무원 준비를 할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주위에서 '취업 힘들다던데...' '누구누구도 어디 봤다가 떨어졌다더라.....' '학벌 좋아도 백수라더라....' 하는 말들이 들릴 때 마다 너무나 불안하고 막막했다. 잘난 것 하나 없이 이 세상에 나 혼자서 오롯이 개척해 나가야만 하는 길. 취업. 취업준비.
학교의 마지막 겨울방학을 보내며 참 많이도 울었다. 왜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막막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유투브를 보다가 가수 보아씨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울어도 변하는 건 없잖아요.' 그 말이 참 와닿는다고 생각했다. 압박과 고통에 울 수는 있지만 그 울음이 상황을 바꿀수는 없다. 울어도 내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진 않았다. 더 우울해 질 뿐이었다.
결국 나는 공무원도, 대학원도 가지 않고 취업성공패키지를 하면서 찬찬히 사기업 취업 준비를 하기로 했다. 두 선택지 모두 도피성으로 시작하는 건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이때껏 뒷바라지 해 주신 부모님께 더 짐을 드리기보다는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여행사에 들어가고 싶어졌다.
맞다. 여행사는 힘들고 박봉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가고 싶은 이유는, 어떻게 보면 여행업은 누군가를 돕는 직종이기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여행상품을 개발해 선보이고, 그들에게 잊지 못 할 추억을 선사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돈으로도 살 수 없은 값진 경험이고 봉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행업은 생각보다 전문성을 요하는 직종이다. 발권 업무는 물론, 시장동향, 국제적인 감각 등등... 여행사에 들어가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배우는데, 돈까지 주는건가? 하는 느낌이라면, 그렇게 박봉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앞서 말한 질문을 받으면 속으로, '당신은 여행관광업은 못하실 것같아요.'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여행관광업의 전문가가 돼 있는 나 자신을 상상한다.
내가 좋아하는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있다.
- 우리 모두는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대지.
하지만 이 가운데 몇몇은 밤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