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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 Mar 31. 2017

또, 다른 여행

미국 '뉴올리언스'

여행을 도장으로 만들 수 있다면, 매번 다른 문양이 찍히지 않을까. 꾸준히 모으면 꽤 그럴싸한 볼거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꼼꼼하게 준비한 여행은 네모 반듯하게, 어딘가 엉성한 여행은 자유로운 무늬로. 뜻밖의 경험을 했을 때는 좀 더 깎고 비틀면 되려나. 계속해서 변해가는 목적이나 방향, 여행 방식을 담아내면 더욱 재미있는 모양이 되겠다는 상상을 했다.  



뉴올리언스(New Orleans)

미시시피 강이 흐르는 항구 도시, 뉴올리언스(New Orleans). 이 곳에서 태어난 재즈 음악은 강을 지나, 바다를 건너 전 세계로 흘러갔다. 시름에 빠져있던 어느 날, 오랜 시간 동안 유랑하던 음악을 우연히 마주쳤다. 아메리카에 대한 환상이 없던 내가 짐을 꾸리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바람이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불지 아무도 모른다. 만약 도장으로 만들었다면, 음표를 그렸을 법한 여행.



도시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공기처럼 만나게 되는 재즈. 뉴올리언스 공항의 이름은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같은 이름의 공원쯤이야 당연히 있을 법하다. 재즈 박물관에 전시된 악기까지, 그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한껏 묻어난다.

루이 암스트롱 공원



공항에서 잡아탄 택시 안에서도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재즈. 현지인의 집에 머무는 것은 처음이다. 초면에 신세를 진다니 고마움과 낯섦, 미안함 같은 것이 뒤엉켰다. 복잡함 마음을 씻어준 것은 결국 음악. 그중에서도 스윙 재즈(Swing Jazz), 구체적으로는 그에 맞춰 즐기는 춤(Swing Dance) 덕분이었다. 우리의 만남이 이뤄진 이유이자, 공통점이다. 그녀는 참말로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소박한 가정집에서 누리는 여유는 더욱 특별했다. 시끌벅적한 축제를 즐기다 보면 오히려 간절해지는 고요가 바로 거기에.



축제를 따라다니는 데는 체력이 필요했다. 정오 무렵의 야외 행사를 시작으로, 다음 날 아침까지 계속되는 일정. 날이 밝을 때쯤 집에 들어와 서너 시간 자고 다시 출발. 그야말로 하드코어. 무엇이 그렇게 움직이게 했을까. 기억나는 것은 하루 종일 귓가를 울리던 음악. 그다지 즐기지 않았던 술이 저절로 술술 넘어간다. 맥주가 싱거운 술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낮에는 길에서, 밤에는 클럽이나 바에서 재즈 밴드의 연주를 들으며 맥주를 마신다. 물론 뉴올리언스는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스윙 재즈를 '매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도시다.



축제가 열리는 번화가는 더욱 시끌벅적하다. 낮고 오래된 건물이 늘어선 좁은 골목을 덩치 좋은 차들이 지나간다. 관광객들은 그림이나 골동품, 온갖 잡화를 판매하는 상점가를 누빈다. 대개는 입소문 난 카페에 들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라, 우리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참새가 되곤 했다. 땀 흘린 후의 허기를 달래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까만 밤하늘 아래 한산한 카페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척 달콤했던 것 같다.

Cafe du Monde



또, 다른 여행이었다. 음악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이유만으로 먼 바다를 건넜다. 새로운 경험이 계속되었다. 해가 지면 숙소에 들어가던 내가, 해가 뜰 때 잠자리에 들었다. 해외에서 열리는 축제도 처음, 현지인과 시간을 보낸 것도 처음이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의 여행이 있고, 각각의 멋이 있음을 깨닫게 된 지점. 정말 도장으로 쿵쿵 찍어놓고 싶은 마음이다. 언젠가 도장이 찍힌 수첩을 들여다보면, 그 시절엔 무엇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Local B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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