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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 Jul 10. 2017

뜻밖의 선물

베트남 '오행산(Marble Mountains)'

대단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꼭' 가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쩐지 내키지 않는다. 유명세에 거품만 잔뜩 껴 있을지 모른다는 편견을 지우기가 쉽지 않았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 가능한 '지금' 간절한 곳에 가야지. 어떤 선택을 하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늘 남아 있을 테니까.  



오행산(Marble Mountains)

평평한 땅 위에 불쑥 솟아오른 다섯 개의 산은 손오공이 숨어있었다는 이야기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비싼 대리석(Marble)으로 이루어진 산이라 고급스러운 느낌까지 더해졌다. 베트남 중부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다낭(Danang) 여행자들이 웬만해선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으로, 대부분 가장 높은 산(Thuy Son, 水山)을 빠르게 다녀간다. 주변 전경과 함께 이색적인 동굴, 사찰까지 고생스럽지 않게 둘러볼 수 있다고 하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 솟아 산이 되었다. 평탄한 곳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은 예전에도 신비롭게 느껴졌겠지. 자연스럽게 종교와 연이 닿았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모시는 신이 바뀌기도 했다. 한 때는 혁명가들이 숨어 살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보통 도피나 수행을 위해 산을 찾곤 하니 여기도 충분히 그럴 법하다.



높은 탑이 놓인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풀내음이 진하게 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동안 자연의 시계도 끊임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비탈진 바위틈에는 숨꽃이 활짝 피었고, 목청 좋은 개구리들은 다른 모든 소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바다가 조금씩 깎아서 만든 구멍은 사람의 손길을 더해 신의 공간이 되었다. 여러 개의 동굴이 개미집처럼 오밀조밀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 해가 높게 떠오르면 천장에서 빛이 내리쬐는 동굴(Huyen Khong, 玄空)이 있다. 특별히 더 성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공들인 만큼 간절한 소원이 담겨있을 것 같다.

후옌 콩(Huyen Khong, 玄空) 동굴, Thuy Son



어쩐지 오늘은 더욱 화려하게 빛나는 사찰. 석가탄신일을 기념하는 깃발 때문이려나. 빛을 받은 지붕의 곡선이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은 역시 환상적이다. 나라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긴 해도, 사찰 풍경이 그려내는 동양 특유의 정취는 언제나 아름답다.   



전망대에 오르면 나머지의 산을 바라보게 된다. 대개 산 근처의 풍경을 내려다보면 언덕 마을을 볼 법한데, 아주 평평하게 다져진 땅 위에 삶이 놓여있다. 마치 합성한 이미지처럼 독특한 풍경이다. 아래 마을에서는 대리석 조각품을 만든다. 물론 이제는 채취가 불법이라 여기의 돌은 아니지만 놀라운 손재주를 지닌 분들이 많다고.

 


처음부터 마음에 두었던 곳은 아니다.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이 그렇듯 '어쩌다 보니' 이곳에. 때때로 생각지 못한 인연이 큰 즐거움을 준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세세히 살펴보면 내가 좋아할 만한 요소도 있는데, 관광지라는 단어에 매여 색안경을 써버렸던가. 동굴에 앉아 기도를 하는 이들처럼 내 안의 신을 생각해본다면, 오늘은 뜻밖의 풍경을 선물해준 '여행의 신'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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