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옥빌(Oakville)
딱히 몸이 아픈 것 같지 않은데 기침 때문에 한동안 잠을 설쳤다. 소문처럼 미세먼지가 문제인 걸까? 요샌 병원만 갔다 하면 몸이 ‘먼지'에 예민해진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원인을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건 지구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 나도 언제부턴가 푸른 하늘에 대한 그리움을 숱하게 토로하곤 했다. 여름이면 쨍한 파랑에 떠가는 구름을 보면서 매미의 울음소리를 듣곤 했는데, 이제는 하늘을 보자마자 미세먼지 생각이 난다.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도 무거운데 마스크까지 쓰려니 지치기만 할 뿐. 맑고 푸른 데서 멍 때리며 쉬고 싶다.
Oakville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황당하게 기침이 잦아들었다. 깨끗한 공기 때문일까? 우연의 일치 거나 휴가로 마음이 편해진 덕분일지 모르지만 원인을 미세먼지에 돌리고 싶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다. 이 곳에 머무는 동안 건강해질 것만 같은 느낌. 푸른 하늘을 오랜 시간 볼 수 있는 북쪽 나라의 여름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토론토(Toronto)에서 경의중앙선 같은 느낌의 소형 기차를 타고 40분쯤 가면 작은 호숫가 마을, 옥빌(Oakville)에 도착한다. 역에서 호수까지는 걸어서 삼십 분 남짓, 무작정 걷다가는 일사병에 걸리기 딱 좋은 한여름 날씨다. 울창한 가로수가 없었다면 호수를 보기도 전에 나가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양 옆으로는 티 나게 잘 정돈되어 있는, 말끔한 주택이 늘어서 있다. 가지런히 정리된 앞마당과 화단까지. 중간중간에 놓인 작은 공원에서는 피톤치드가 마구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가로수길의 끝에는 수평선이 놓여 있다. 온타리오 호수(Lake Ontario)다. 길가에 보이지 않던 동네 사람들이 다 여기에 있는 걸까? 산책을 나온 어른들은 세상 어느 때보다 느리게 움직인다. 어떤 이들은 동상처럼 멈춰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반대로 호숫가 공원에서 뛰어노는 것이 일과에 포함되어 있을 것 같은 꼬맹이들이 여기저기에서 데굴 거리며 웃고 있었다. 한낮의 태양에 맞서 카누를 타고 유유히 노를 젓는 젊은이도 있다. 누가 봐도 여행 중인 이방인을 쳐다보는 것도 잠시, 그들의 일상은 늘 그랬던 것처럼 흘러간다.
누군가의 집처럼 보이는 작은 박물관도 있다. 이 지역에 처음 정착한 이들의 기록을 담은 곳이다. 대문 앞에서 얼쩡거리는 사람들은 대개 외지인이다. 호숫가 공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자연이 그리운 사람들은 아닌가 보다. 내게는 낯선 빛깔의 새, 먹이를 들고 종종 거리는 다람쥐, 잔디를 쉴 새 없이 부리로 쪼아대는 오리 같은 것들이 새롭기만 했다. 떠나왔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누리는 것의 고마움은 잘 모르고 살게 마련이다. 우리에게도 하늘이 무슨 색인지 의식하지 않던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을 보낸, 재개발이 시작된 그 동네도 사방 푸르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 아파트가 들어선 다한들 그때처럼 될 수는 없겠지. 대단하게 꾸미지 않아도 충분한, 때 묻지 않은 자연이 무척 부러운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