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음악에 관심이 없는 것 처럼 보이는 아이들도 아침에 새로운 음악이 나오면 어떤 음악인지 묻는다.
아침에 유치원 교실에 처음 들어오면서 바뀐 교실 환경, 선생님의 새로운 옷, 새로운 장난감 보다도 아이들은 가장 먼저 달라진 음악에 관심을 가진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겪다 보면 아이들은 배우지 않아도 음악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어난지 3~5년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의 인생에서 음악은 과연 무엇일까?
부끄럽지만 나는 음악에 크게 관심이 없는 교사이다. 어렸을 적 체르니 40번의 앞에 몇장까지 배운 피아노와, 학교를 다니며 배운 음악 교육이 내 인생에서 음악의 전부이다. 하지만 나 역시도 교사로 근무하면서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고민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음악 선곡'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나의 교사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비추어 보면, 아이들이 등원하면서 듣는 음악은 우리반 하루의 분위기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밝고 신나는 분위기의 음악을 아침부터 틀어두면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더 신나게 놀이를 하고, 차분하고 조용한 음악을 틀어두면 아이들도 따라서 다소 차분하고 조용한 하루를 보낸다.
신나는 음악을 틀었을 때와 차분한 음악을 틀었을 때의 하루의 분위기는 신기하게도 정말 다르다. 그리고 음악이 없는 교실에서의 1년과, 음악과 함께한 교실에서의 1년은 또 정말 다르다.
음악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과연 우리 아이의 인생에서 음악은 기분탓이 아닌 정말 '과학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음악과 뇌에 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최근 과학적으로 많은 증명이 되어왔다.
음악이 영유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셀 수 없이 많겠지만, 아이를 키우고 교육하는 사람으로 알고 싶어 할 법한 내용들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출처: 사이토히로시, 「음악심리학」이소담, 스카이(2013).
1. 음악은 뇌(A10신경)에 자극을 준다.
2. 음악은 아이의 인지능력과 사고력을 발달시킨다.
1. 음악은 뇌(A10 신경)에 자극을 준다.
학부모로서 혹은 교사로서 음악이 아이 뇌의 어떤 곳에 어떤 자극을 어떻게 미치는지까지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은 실제적으로 아이의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음악을 듣게 되면 감정이 생기게 되고, 그러한 감정은 진화한 수준 높은 뇌인 '대뇌피질'을 반응하게 한다. 또한 음악에 자극받는 신경인 A10신경은 쾌감 호르몬인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의욕 중추라고 불리는 측좌핵을 활성화 하여 '기분좋다'라는 쾌감을 느끼도록 한다. 이러한 반응들은 전두전야로 전달되어 인지 능력을 발달시킨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음악은 아이의 뇌신경을 자극하고 이러한 자극은 아이의 인지 능력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출처: pixabay
2. 음악은 아이의 인지능력과 사고력을 발달시킨다.
음악이 인지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서 몬트리올에서는 1994년부터 1997년에 걸쳐 아홉살 아이들에게 3년간 피아노 레슨을 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피아노 레슨을 받은 아이와 피아노 레슨을 받지 않은 아이들의 집단을 비교했을 때 언어, 공간, 수학 능력 등 모든 분야에서 피아노 레슨을 받은 아이들이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피아노 레슨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을 변인으로 한 다양한 연구에서 음악과 함께 했을 때 아이들의 인지 수준이 더욱 높았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잘못 해석하면 '음악을 시키면 무조건 아이가 똑똑해진다'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가 성장할때 음악과 함께 한다면 조금은 더 인지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음악심리학'의 저자에 의하면 클래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 중 하나가 '사고력'이라고 한다. 클래식은 '구조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클래식을 듣다 보면 구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구조를 들을 수 있는 힘은 논리적인 사고력과 연관되어 아이가 논리적으로 생각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악기를 가르치는 것 만이 아이의 인지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이 아니다. 악기를 가르쳐 줄 수 없다면, 아이에게 클래식을 들려주고 그 클래식에서 구조를 들을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pixabay
위의 두 가지 내용 뿐만 아니라 음악은 아이의 감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음악이 아이의 감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심도있게 나아가 아이가 '청각감성'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청각감성은 '경청'과도 연결되는데, 작은 소리도 의미 있게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소리의 음악, 소근거리는 음악도 잘 듣는 아이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잘 들어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과도한 소리에 노출되기 보다 작은 자장가 소리, 산새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는 아이로 키우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경청'의 힘을 아이가 가질 수 있게 되어 높은 청각 감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청각 감성은 아이의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부모라면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어 감동적인 음악을 들었을 때 그 감동을 느끼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랄것이다. 음악을 들어도 아무런 감동도, 느낌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무미 건조하고 차가울 것이다.
우리 아이가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이 아닐까?
그렇다고 무조건 매일 클래식을 틀어주는 것 만이 정답은 아니다. 물론, 작은 소리의 클래식 음악을 평소에 꾸준히 틀어주는 것 부터 음악에 대한 접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소한 것들이 더해진다면 그 효과를 더욱 증폭될 수 있다. 예를들면 클래식 음악을 듣다가 아이가 "여기는 좀 으스스하게 느껴져" 등 음악에 대한 사소한 포인트를 인식했을 때 부모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과제처럼 다가가지 않고 정말 가벼운 대화로 아이와 음악에 접근하는 것이다. 또한,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사소한 놀이인 '음악의 빠르기에 따라 박수 쳐보기' 등 또한 아이의 청각 감성을 깨워주는 데 도움이 된다.
나 역시도 음악을 잘 모른다. 하지만 교사로서 우리반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공부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전달하기 위해 출근길에 먼저 다양한 음악을 듣고는 한다. '내가 음악을 잘 몰라서...'라고 피하는 부모가 될 것인가? 아니면 아이와 함께 같이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경청하는 습관을 가지는 부모가 될 것인가?
지금부터 음악과 가까워지고 경청한다면, 우리아이도 저절로 함께 음악에 경청하는 아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지나가다 우연히 듣게 되는 음악에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청각 감성이 살아있는 아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