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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생각 Oct 20. 2020

우리 아이의 언어 발달 수준은?

아이를 보면 발달이 보인다! 한글 인식 발달 순서 알기

   

  교사: (오토바이 글자를 가리키며) 00아, 이 글자를 한번 읽어볼래?

  유아: 자전거. 음... 아니다! 큰 자전거!

교사는 아이들의 읽기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위와 같은 그림과 글자를 보여주고 아이에게 읽도록 했다. 이 아이는 왜 오토바이라고 하지 않고 '큰자전거'라고 대답을 한 것일까? 그리고 교사는 왜 자전거 그림 밑에 오토바이를 적어둔 것일까? 읽기 발달 수준을 알게 되면, 이아이의 대답이 얼마나 의미 있는 대답인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일곱살 하반기 정도가 되면 언어 수준의 차이가 아이들 별로 천차 만별이다. 자기 스스로 책을 만들어서 긴 글도 줄줄 쓸 수 있는 아이도 있는 반면, 친구들의 이름 사이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는 것도 여전히 어려워 하는 유아들이 있다. 5-7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한글 교육에 있어 공통적인 고민은 '과연 언제 한글 공부를 시킬것인가' 와 '우리 아이 정도면 다른 친구들 만큼 언어 발달이 되어있는가?'이다.


  유아 임용고시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적 있다면 아마 가장 싫어할 수 있는 부분이 '의사소통-읽기 발달'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수많은 학자들이 수많은 읽기 발달 단계를 얘기했다. 이는 읽기 발달이 그만큼 아이들의 발달에 있어 중요하고, 또 그만큼 한가지로 정의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자세히 공부해야 하지? 의미없다'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교사나 부모가 아이들의 읽기 수준을 안다면 그 아이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아이를 언어적으로 한층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그렇다면 읽기 발달 단계란 무엇일까? 사실 외국 학자들이 말하는 읽기 발달 단계는 '영어'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로 인해 다소 모순점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학자가 발표한 '한글 인식 발달 순서'를 보며 우리나라 아이들의 읽기(해독) 발달 단계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 1단계: 단서 책략

  위의 아이가 처음에 '자전거'라고 대답하고 끝났다면, 이 아이의 수준은 1단계인 '단서 책략' 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단서 책략은 말 그대로 단서를 토대로 읽는 것이다. 교사는 아래에 있는 "오토바이"라는 글자를 읽도록 했는데, 아이는 자전거라는 그림을 보고 말한다. 이 시기에는 실제로 해독이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려운 시기이다. 다섯살 혹은 여섯살 초반까지 단서 책략 단계에 머무르는 아이들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만약 우리아이가 일곱살인데도 자전거라고 대답한다면, 앞으로 조금 분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2단계: 음절수와 대응하기

  2단계는 영어와는 다른 한글의 특성이 들어간 단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자 한개 당 말도 한 번 하게 된다. 즉 '사과'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는 두 글자이자 2음절이 된다. 즉 이러한 특성때문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글자 하나 하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읽어줄 수 있는 것이 한글의 장점이다. 미국의 경우 'apple'은 다섯글자이지만 2음절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손가락으로 한 글자씩 가리켜서 읽어주기 어렵다.

  위의 아이가 '자전거'라고 얘기했다가, '큰자전거'라고 바꾸었는데 이는 이 아이가 글자당 한 음절이라는 특성을 알기 때문에 '오토바이'라는 네 글자 단어를 보고 '큰자전거'라고 4음절 단어를 얘기한것에 해당된다. 즉 이 아이는 한글 인식 발달 순서상 2단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 3단계: 아는 글자 이용하기

  3단계는 내가 알고 있던 글자를 이용해서 추측하여 맞추는 단계이다. 만약 '수지'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데, '수정'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수박'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수'라는 글자를 알고 있어 내가 알고 있던 글자를 토대로 글자를 추측하는 단계이다. 우리 아이가 앞글자만 맞추고 뒷글자는 틀리는 경우가 많다면 3단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 4단계: 자소, 음소 대응 단계

  4단계는 자음과 모음 등을 각각 대응해서 아이가 글자를 해독할 수 있는 단계에 해당된다. 글자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아이들이 가.. ㅏ... ㅁ 감? 이라고 읽는 것처럼 자음, 모음, 받침 등을 각각 하나씩 분해해서 읽는 단계이다. 즉 낱자 하나씩 대응하는 단계로 유치원 6~7살 아이들이 대부분 이 단계이다. 물론, 초등학교에 가게 되면 다시 4단계의 글자 공부를 다시 하게 되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5단계: 철자 책략 단계

  마지막 단계인 5단계는 철자 책략 단계로 성인들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오토바이'라는 글자를 읽을 때 오+토+바+이 를 각각 끊어서 읽지 않고 '오토바이'라는 글자를 통으로 읽게 되는데, 아이들도 어느 정도 한글 수준이 올라가게 되면 이제 더이상 한 글자씩 따로 읽지 않게 된다. 즉 '오토바이'라는 단어 전체가 한번에 눈에 들어와 읽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우리아이가 글자를 보고 한개씩 끊어 읽는 것이 아니라 단숨에 그 글자를 읽는다면, 5단계까지 도달했다고 보면 된다.


1~5단계를 간단하게 정리한 표는 다음과 같으니 참고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출처: https://blog.naver.com/youjinsmile/221948819461


  우리 아이가 몇 단계에 해당하는지 알고싶다면 아래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5분안에 몇 단계에 해당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무조건 정확하다고 얘기할 수 없으니 융통적으로 조정하여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1~2단계: 맨 위의 교사가 했던 것처럼 그림과 글자가 다르게 하여 유아에게 읽어볼 수 있도록 한다.

3단계: 유아의 이름 중 한 글자가 겹치는 단어를 제시하여 아이가 어떻게 읽는지 살펴본다.

4단계: 가, 고, 거 / 코, 오, 로 / 감, 간, 강  <- 이런식으로 자음, 모음 중 한개씩 다르게 하여 읽어보도록 한다.

5단계: 1~4단계를 모두 무사히 통과했다면, 다양한 단어만 있는 카드들을 보여주고 아이가 빠르게 읽는지 살펴본다. 잘 읽는다면 4글자로 된 글자들을 적어놓고 빨리 1초 정도만 보여주고 덮은 후 '어떤 단어였게?' 등으로 물어본다. 빨리 스캔하듯 글자를 읽는다면 5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딱 떨어지게 위의 단계에 해당될 수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가 어느 정도의 언어 발달 수준에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의 수준을 안다면 아이에게 적합한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1단계의 아이라면 글자 하나 하나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읽어주기를 해주면 되고, 2단계라면 아이의 이름, 엄마의 이름 등 친숙한 글자를 가르쳐 3단계까지 오도록 유도하면 된다. 그리고 나서 자음과 모음을 알려주고 자음과 모음을 알게 되면 글자를 통글자로 인식하도록 다양한 단어 카드를 보여주며 점점 자극을 주면 되는 것이다.


  벌써 4단계에 온 아이에게 '한 글자 한 글자 짚어주며 하나 하나 읽어주는 것'은 발달적으로 의미가 없다. 아이의 발달 수준보다 더 상위 단계를 위한 자극을 주는 것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 교사 모두 아이의 발달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알고 있는 교사나 부모라면 이 아이가 '큰자전거'라고 이야기 했을 때 음절수와 대응할 수 있는 언어 발달 단계지 왔다는 것을 캐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모르고 있다면 "큰자전거? 무슨소리니?"라며 아이가 말한 것의 의미를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 밤 우리 아이가 '큰자전거'라고 읽었을 때 벌써 2단계까지 왔다고 뿌듯해 하는 부모가 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이차숙(2003), "한글의 특성에 따른 한글 해독 지도 방법 탐색", 유아교육연구, 23(1), 한국유아교육학회,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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