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ing stone Japan 번역
브런치를 운영하면서 주로 콘텐츠 업계나 테크 기업 이슈를 다룬 일본 기사 위주로 서치를 해왔는데, 이 정도 파급력을 지닌 영화라면 시간을 들여 번역하고 공부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이번 주는 영화 '조커'를 다룬 롤링 스톤 재팬 번역 기사를 골라봤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론과 분석은 이미 국내 미디어나 유튜브에 좋은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으므로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걸작을 만난 흥분이 아직도 안 가라앉고 있음) 다른 관점의 글에 주목하게 되었고, 특히나 영화 외적인 (이를 테면 총기 사건에 대한 경각심) 논쟁들은 높은 완성도와 별개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이슈임에 공감했다.
원문은 롤링 스톤의 에디터 EJ Dickson 이 작성. 일본어 번역은 롤링스톤 재팬에 10월 6일 자로 게재되었다.
영화 '조커'는 개봉 전부터 미군도 움직일 만큼 엄청난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한 집단 패닉인가? 루저들에 동조한 영화인가? '조커'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무엇인가? 지금부터 그 실체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
일 년에 두어 번은 개봉 전부터 화제의 중심이 되는 작품이 나오기 마련인데, 올 가을의 주인공은 바로 영화 '조커' 인 듯하다. 호아킨 피닉스가 배트맨 시리즈의 대표적인 악역을 맡고 워너 브라더스가 배급한 작품이다. 지난 금요일 (일본 현지 개봉 시점) 이 개봉이라 영화에 대한 갑론을박은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기 규제나 소외된 남성상, 디즈니 독점 검열 문제까지 다양한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영화 상영 중 총기 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미확인 정보까지 나돌면서 군이 경계 태세를 강화하는 등 파장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조커'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코미디언 지망생 아서 플렉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을 경험하면서 범죄자의 길을 걷게 되는 내용이다. 그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싱글맘 에게도 (이성으로써) 거부당하는데 이러한 전개는 인생의 절망을 경험한 후 과격해지고 총기난사로 치닫는 사회 부적응 백인 남성들의 사건들과 상당히 닮아 있다. 일부 평론가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지점도 바로 여기이다. 베네티 페어의 리처드 로손(Richard Lawson) 도 그중의 한 명으로 이 작품은 "병을 앓고 있는 남성을 무책임하게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커'를 찬양하는 것인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인지, 혹은 둘 다 인 것인지" 반문하고 있다.
'조커'가 울분에 찬 젊은 백인 남성을 지나치게 동정하고 찬양 일색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에 비판적인 평론가는 로손뿐만은 아니다. 타임지의 영화평론가 스테파니 자카르크(Stephanie Zacharek) 또한 "과격하고 무책임한 영화라는 표현이 과언은 아니다. 특히 이웃 싱글맘과의 로맨스를 묘사하는 장면은 아서를 '비자발적 독신자(involuntary celibate, 또는 여성 혐오자)의 수호신'처럼 추앙하기 위한 서브 플롯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토드 필립스 감독은 아서 플렉을 자살을 꿈꾸는 미치광이가 아니라, 오히려 실패를 반복하는 안티 히어로로 그려냄으로써 소외당하고 폭력적인 행동으로 치닫는 젊은 백인 남성들에게 지나치게 동조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또한 "아서를 영웅화하고 미화함으로써 그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게 만든다" 고 덧붙였다.
미리 밝혀두지만, '조커'를 비판하는 평론가의 대부분은 이 작품이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는 틀에 박힌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 빼앗긴 힘을 폭력으로 되찾으려는 이에게 과도하게 동조하고 있는 점이 핵심이다. 물론 모두가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로튼 토마토 평가는 신선도 76%로 대부분 호평이다. 롤링 스톤의 평론가인 데이비드 피어(David Fear)는 한발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화에 나오는 조커 가면을 쓴 데모단을 '고담시를 점거하라' 운동으로 볼 것인가 (역자 주: 월가 점거 운동에 착안함), 또는 루저남 무리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볼 것인가는 관객들의 몫이다. 아서는 폭력의 깃발을 든, 지옥 같은 시대가 만들어낸 어릿광대일 뿐이다"
토트 필립스 감독은 이 작품이 백인 남성의 폭력을 정당화 혹은 조장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한 비판은 일부 좌파들의 분노 문화의 산물일 뿐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우리는 사람들을 선동할 목적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라며 지난 주 Wrap 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실제로 3개월에 한 번씩 호아킨 피닉스(조커 역)와 만나서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어요. 표면적으로는 코믹북 원작의 영화이지만, 기존의 스튜디오 영화처럼 실제를 연기해줬으면 좋겠다고요. 특정 장면을 잘 살려달라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피닉스도 조커가 무책임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도덕에 대해 설교하는 것은 영화인의 역할이 아니다. (웹 매거진 IGN 인터뷰 인용) 선악에 대한 구분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석하면 될 것” 이라고.
워너 브라더스도 작품에 대한 논란을 인식하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가공의 인물인 조커도 영화도 현실 세계의 그 어떠한 폭력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도 제작진도 스튜디오도 어떤 등장인물을 영웅화할 생각이 없다"
'조커'가 폭력 사태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는 공포심에 극장과 미군은 과도한 예방책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에 대한 비판을 인식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폭력으로 이어질까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2012년 콜로라도주 오로라에서 '다크 나이트' 상영 중에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의 피해자들은 지난 주 처음으로 워너 브라더스 측에 서한을 보내 '조커' 개봉에 대한 우려를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의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총을 쏜 건 자신이 조커이기 때문이라고 반복했다. 하지만 오로라 경찰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영화 개봉을 막아달라는 주장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전미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에서 기부를 받고 있는 정치인에 대한 지지 중단, 흥행 수입의 일부를 총기난사 사건의 생존자와 총기사고 방지 대책에 기부할 것을 워너 브라더스 측에 요청하고 있다.
"총기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들의 투쟁에 대해 기업 규모와 영향력에 걸맞은 협력을 원한다"
미군도 영화 개봉 후 무차별 총기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웹 매거진 기즈모도에 따르면 미 육군 범죄 조사반의 상급 사관이 지난 월요일 텍사스 경찰로부터 "조커가 상영 중인 극장을 노리고 있다" "불온한 게시글이 다크 웹(Dark web) 상에 오른 만큼 경계를 늦추지 않도록 병력을 배치한다"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조커'를 상영하는 극장 측도 상영 중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강구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50여 개 이상의 상영관을 운영하는 랜드마크 시어터 사의 CEO는 상영 전 직원과 관객들을 대상으로 "상영 중에는 가면과 페이스 페인팅,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겠다" 고 밝혔다. 코믹 팬들에게 코스튬을 막는다고 얼마나 폭력의 위협이 줄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소식들이 DC 마케팅 팀에게는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공식 굿즈로 조커의 트레이드 마크인 재킷을 이제 막 출시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