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ho Feb 04. 2020

인스타그램 CEO 아담 모세리의 야망

NYT X NEWSPICKS 번역 (1)

쏟아지는 IT업계 뉴스 가운데 저는 현업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스토리는 특히 열심히 보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떤 맥락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테스트의 과정을 거쳐 시장에 자리 잡았는지, 구체적인 얘기들이 숫자와 함께 언급되면 동공이 커지고 살짝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오늘 다룰 기사는 플랫폼 영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에 덜(?) 알려진 인스타그램 CEO 아담 모세리의 이야기입니다. 모세리는 인스타그램 창업자였던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의 뒤를 이어 2018년에 최고 경영자에 오른 인물입니다. 페이스북에서 상품 디자인 매니저와 뉴스피드 부문을 이끌며 10년 이상 커리어를 쌓아온 '페북 맨'으로 알려져 있지요.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긴 하지만 (기사는 상당히 우호적!) 그의 이야기를 통해 페이스북 내 역학 관계와 인스타그램이 꿈꾸는 NEXT 그림 등 국내 언론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분량이 길어서 2개로 나눠 업데이트하도록 할게요.


원문 : SNS에 혁명을 일으키겠다. 인스타그램 CEO의 야망

저자 : Amy Chozick


디스토피아 예감


어느 날 오후, 인스타그램의 CEO  아담 모세리는 중요한 프로젝트 논의를 위해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이 날은 "좋아요" 수를 비공개로 돌리고, 유저가  본인이 올린 글의 좋아요 하트수를 볼 수 있지만 다른 이의 좋아요 수는 볼 수 없게 정책을 변경하는 의사 결정의 자리였다.


팀원들은 이 프로젝트를 "데이지 프로젝트 (Project Daisy) "라고 이름 지었다.  "좋아요"는 소셜 미디어에서 인플루언서 경제를 지탱하는 금전적 가치=통화이다. 킴 카다시안의 열광적인 팬을 움직이기도 하고, 대중의 행복 호르몬을 자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이 점점 권력의 수단이 되어 가는예상 밖의 흐름들이 나타나면서 모세리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테크 기업의 암울한 미래를 그린 드라마 <블랙 미러>의 한 에피소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등장인물들이 모든 사람들로부터 5단계로 나뉘어 평가를 받는 내용이다. (결말은 매우 비참하다)


아담 모세리 (출처 : 뉴욕 타임스)
블랙 미러 (Black Mirror) Season 3 Episode 1 - "Nosedive"


페이스북의 교훈


테크놀로지가 가져올 예측 불가의 영향에 대해 모세리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2018년 10월 인스타그램으로 옮기기 이전, 그는  모회사인 페이스북에서 뉴스피드를 관리하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던 페이크 뉴스나 유언비어가 들불처럼 확산되는 광경을 지켜본 그는 인스타그램이 같은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좋아요"를 비공개로 돌리려는 의사 결정은 10억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의 유저들에게는 무척이나 큰 변화이다. 이들에게는, 매일 경쟁하듯 서로의 인기를 확인하는 것이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데이지 프로젝트의 시작


인스타그램은 몇 개월에 걸쳐 "좋아요"를 노출하지 않는 새로운 포맷을 여러 가지 베리에이션을 두고 테스트 하기 시작했다. 몇 가지 단계를 설정해  다른 사람의 좋아요 수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패턴을 새로 만들거나, 특정 포스팅이 천 단위, 만 단위 좋아요를 달성했을 경우만 숫자를 표기하는 패턴도 있다.


이렇게 되면, 평범한 10대 소년이 자신이 올린 스케이드 보드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준 사람이 자기 엄마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모르게 될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은 이러한 기능을 올 상반기 중에 전 세계에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모세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페이스북에서 겪었던 레슨런과 소셜 미디어의 파괴적인 영향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2019년 역대 최고 좋아요 수를 기록해 화제가 되었던 달걀 사진


유저들에게 불쾌한 감정을 남기고 싶지 않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이 어떻게 활용되는 것이 좋을까. 저희는 먼 미래를 예측하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모세리는 말한다.


"지금은 이 갭을 메우기 위해 나아가는 단계입니다"


회의 도중 그는 프로젝트 팀에게 "인스타의 압박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기업은 앞으로도 광고가 붙은 "좋아요" 수를 체크해야겠지만, 이걸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는게 좋을까?


Beyhive (1억 3670만 명의 비욘세 팔로워)가 해체되는 것도 큰 일이고, 셀레나 고메즈 같은 인플루언서 (팔로워 1억 4400만 명)를 화나게 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이들과 일반인 인기 계정 (팔로워 1000명 내외) 을 동일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을까?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유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누구에게도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모세리의 입장이다. 하지만 "좋아요"를 누구보다도 없애고 싶은 그야말로 "좋아요"를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인플루언서로 군림하고 있는 셀레나 고메즈

주커버그의 그늘


모세리는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와 가까운 사이이다. 그가 인스타그램으로 옮겼을 때 "페이스북이 본격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접수하려는 의도이다"라는 시선도 있었다. 인스타그램은 2012년 10억 달러(한화 약 1.2조 원)에 페이스북에 인수된 이후에도 겉으로는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창업자인 케인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는 결국 주커버그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퇴사를 결정했다.  동시에 수십 명의 초기 멤버들도 회사를 떠났다. 그 후 개별적으로 움직였던 엔지니어와 제품 관리 팀도 결국 (페이스북과) 통합되었다.


나아가 인스타그램의 명칭이 <Instagram from  facebook>으로 바뀌면서 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들에게 페이스북은 '아재들이 정치 논쟁을 벌이거나 고등학교 동창회 사진을 올리는' 올드한 공간의 이미지라서 "절대 사용하지 않을"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은 죽었다"는 목소리


모세리가 새 CEO로 인사하는 자리에서 직원들과의 Q&A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때 "왜 페이스북 뉴스피드로 실패한 인물이 인스타그램을 새로 이끌게 되었는지" 날카로운 질문이 오갔다.


"케빈과 마이크의 사임은 직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따라서 내가 후임이 된 것이 못마땅한 시선도 분명히 존재했다"라고 모세리는 당시를 회고했다. 불안은 사내뿐만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의 열성적인 유저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사진 찍는 방식을 표준화시키고 한 세대를 통째로 '셀카 공장'으로 만들었던 '위대한 앱' 이 페이스북과의 관계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 라며..


작년 가을, 유저 데이터 관리와 정치 광고, 아동 포르노 문제에 대한 미숙한  대응으로  미 의회에서 크게 질타를 받았던 주커버그는 이틀 뒤  인스타그램의 오피스에 들렀다. 이 날 모세리는 주커버그와 팔짱을 낀 사진을 포스팅하면서 "마크가 인스타그램에 와줬네!"라는 코멘트를 올렸다.  즉시 유저들은 "인스타그램은 방향성을 잃었다" "인스타그램은 죽었다" "make instagram great again"  등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인스타그램을 떠난 창립 멤버, 시스트롬과 크리거 (출처 : 뉴욕타임스)


직원들의 신뢰 회복


자기 변호가 많고 부정적 의견이나 미디어의 지적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주커버그와 달리 모세리는 친화력이 좋고 포용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미디어와의 관계도 좋은 편이라 트위터 상에서 테크 업계에 곧잘 쓴소리를 던지는 카라 스위셔와 대화를 주고받는 것에도 거침이 없다.


그는 인스타그램에는 종종 어린 아들의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Dadlife) 정기적으로 "어떤 질문에도 답하겠다"라는 세션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왕따 대책이나 자해 영상 삭제를 비롯 페이스북이 미뤄왔던 오랜 숙제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조금씩 직원들의 지지를 얻어 나갔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세리는 "지금은 제 자신에 대한 우려보다 그룹 안에서 인스타그램의 위상은 어떤지, 페이스북과 와츠앱과 어떻게 협업하면 좋을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며 “여전히 나에 대한 불안이 크다면 이런 의견이 내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 이라고 말한다.


인스타그램의 본사에서


인스타그램은 커머스 경험에서 가히 혁명을 일으키며 잡지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셀럽들을 TV나 영화가 아닌 우리들의 손끝으로 데리고 왔다. 시추 견과 퍼스널 트레이너의 존재를 대중화시킨 역할도 크다. 인스타그램의 미래에 대해 필자는 뉴욕의 인스타그램 본사(모회사인 페이스북과 같은 건물에 있는) 식당에서 모세리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하는 인스타그램이지만, 본사 오피스는 외부 방문자와는 아무것도 공유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 미디어 관계자도 비밀유지 의무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건물에 들어갈 수가 없다. (다행히 필자는 면제받을 수 있었다).  로프트 풍의 하얀 벽에는 여기저기 셀카를 찍기 좋은 배경들이 설치되어 있다. 무료로 젤라토와 비스코티를 제공하는 바, 그리고 @shop (소규모 비즈니스용 인스타그램의 새 기능) 포스팅이 차례로 올라오는 공간도 있었다.


페이스북 임원들과의 갈등


인스타그램에는 전 세계 1천 명 이상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모세리는 이들에게 자신은 "페이스북 쪽 사람" 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해 왔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의사결정이 모회사를 위한 것이라는 점도 페이스북과 주커버그 측에 설득시킬 필요가 있었다. 페이스북 임원들은 여전히  인스타그램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페이스북의 지원이 있었고, 일부 (페이스북) 유저의 흡수도 있었기에 가능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모세리가 책임자가 된 지금, 이번에는 인스타그램이 은혜를 갚아야 할 차례라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인스타그램의 행보에 대해 오해가 있다" 라며 오랫동안 페이스북의 고위 임원으로 일했고 지금은 인스타그램 최고 집행책임자(COO)인 저스틴 오소프스키는 말한다. "13명의 멤버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성공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인스타그램의 성장에는 페이스북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COO 저스틴 오소프스키 (왼쪽)

영원한 '외부자' 로써


주커버그는 필자와의 메일에서 "인스타그램의 창업자들은 대단한 것을 만들었다. 또한 초기 팀은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프로덕트로 성장시켰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성공의 경험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리고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모세리는 지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고, 서로가 품고 있는 적대 의식을 정면으로 마주하여 균형을 잡아가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모세리는 문득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의 아버지는 유대계 미국인 심리치료사로 미국인 억양이 섞인 히브리어와 이스라엘톤의 영어를 사용했다.

"2개 국어로 말할 수 있었지만 , 어느 쪽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내 처지도 다를 바 없다. 어디에 가더라도 '출신이 어디인지' 추궁받는 상황이랄까"


(이어서)

https://brunch.co.kr/@miho0429/23

작가의 이전글 LINE MUSIC 은 왜 무료로 음악을 풀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