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키 노리히코 인터뷰 번역 (1)
올해의 책, 올해의 영화처럼 나에게 2019년 한 해 가장 큰 영감을 준 앱을 말하자면 단연 'Newspicks' 다. 영어가 부족한 나로서는 영미권 테크 미디어를 원문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넘사벽 부러움의 대상이었는데, 올해 잠깐 일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Newspicks의 큰 도움을 받게 되었고, 마치 장롱 면허처럼 버려진 일본어 학습 시간들이 오래간만에 빛을 발한 기분이었다.
Newspicks는 콘텐츠와 플랫폼의 장점을 두루 갖춘 훌륭한 서비스이다. 날이 선 기획 기사, 오피니언 리더들의 소셜+추천 기능, 최근에는 오리지널 동영상 코너도 라인업이 확장되면서 월 1.5만 원의 구독료가 아깝지 않다.(대신 유튜브 프리미엄을 포기) 국내에서 이런 서비스 안 나오려나 싶으면서도, 시장 사이즈와 척박한 유료 콘텐츠 환경을 생각하면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ㅠㅠ
[Newspicks]
이렇게 팬심을 갖게 된 서비스이다 보니 자연스레 '만든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을 무렵, 마침(!!) 매거진 B JOBS : EDITOR 편에 CCO 사사키 노리히코의 인터뷰가 실린 것.
"에디터야말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는 실제로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는 데에도 큰 동기 부여가 되어주었다.(이쯤에서 깨알 홍보하는 나의 첫 글)
여하튼, 오늘도 서두가 길어졌는데 이러한 사연으로 오늘의 번역은 사사키 노리히코와 덴츠(일본의 대형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핫토리 노부아키의 대담 인터뷰가 되겠다. 역시나 분량이 길어 2회에 나눠 올릴 예정.
원문 : 『NewsPicks』のこれから 新しい メディア の リーダー が見据える、その先とは
"소셜 경제 미디어 "Newspicks"는 2013년 서비스 오픈 이후 독특한 플랫폼과 콘텐츠로 유저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디어의 핵심인 콘텐츠 부문의 CCO (최고 콘텐츠 책임자)로 서비스를 이끌고 있는 사사키 씨.
그 와의 공동작업을 계기로 그의 선견지명에 매료된 덴츠의 핫토리 디렉터가 Newspicks, 나아가 미디어 업계 전체의 미래, 사사키 씨 개인의 목표까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5년 후, 10년 후가 더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지금 바로 전한다."
핫토리
"Newspicks"라는 새로운 미디어에서 활약하는 사사키 씨와 예전부터 한번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사사키
영광입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핫토리
우선은 "Newspicks"가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사사키
가장 최신의, 날이 선 콘텐츠를 내고 있는 점. 인터렉티브 시스템을 통해 유저들과 에지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온 점. 이 두 가지가 Newspicks의 특징이자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전에 근무했던 '동양경제 온라인'도 30대를 겨냥한 미디어를 만들어서 많은 사랑을 받았었습니다. 경제지는 기본적으로 50대 이상의 의사 결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Newspicks는 젊은 독자를 위한 종이 미디어가 절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최첨단의 20-30대가 원하는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핫토리
고관여 유저들의 참여형 미디어라는 점도 뉴스 픽스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사사키
네. 일방적으로 정보를 발신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 유저들을 참여시키면서 인터렉티브 한 미디어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나아가 실명으로 프로들이 직접 콘텐츠를 픽하고 댓글을 달아줌으로써 양질의 콘텐츠를 쌓아 온 것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핫토리
사사키 씨의 저서 "5년 후 미디어는 돈을 벌 수 있을까"가 출간된 것이 2013년입니다. 딱 5년 후인 지금 , 이 책에 쓰인 내용 대부분이 현실이 되어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사사키
제가 예언자일 리는 없지만 (웃음). 해외의 사례에 늘 관심이 많아서.. 특히 미국의 케이스가 5년 후, 10년 후 일본에서도 재현된다는 것은 거의 팩트에 가까워서 그 경험치에 따른 예측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핫토리
5년 전에 구상한 비전을 실천하는 장(場) 으로써, 동양경제에서 유자 베이스(Newspicks의 모회사)로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사키
젊은 독자층을 위한 경제지는 기존 미디어에서도 가능은 하지만, "유저 개개인이 참여하는 쌍방향 미디어"는 플랫폼 서비스 이어야 합니다. 플랫폼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가 필요하지요. 광고에만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점점 힘들어질 거라, 구독 모델로 가기 위해서는 테크 기반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유자 베이스는 1/3 이 엔지니어라서 최적의 환경이라 할 수 있지요.
핫토리
'동양경제'라는 브랜드를 등지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특히 일본인에게 "예전부터 유명했던 미디어라 믿고 본다" 생각이 강하지요. 테크놀로지와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있다 하더라도 미디어로써의 신뢰도와 지지를 얻는다는 것은 간단한 일은 아니니까요.
사사키
미디어는 브랜드 파워를 뒤집기 어려운 비즈니스 분야입니다. 신문은 100년, TV는 수십 년, 구도가 바뀌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이 구도가 100년 만에 바뀔지도 모르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는 미국을 보면 좀 더 확실히 알 수 있죠. 새로운 미디어가 점점 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 라면, 어느 정도의 시간만 있다면 처음부터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전이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죠.
이제는 과거의 권위가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 있는 시대라 기존 브랜드들은 리스크가 커지고 새로운 브랜드는 단숨에 튀어 오를 수 있는 찬스가 있는 거죠. 실제로 Newspicks를 론칭하고 5년이 지난 지금은, 대도시를 중심으로는 상당한 브랜드 파워를 쌓았다고 자부합니다.
다만, 오르기는 쉬워도 이후에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고, 단숨에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이라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핫토리
정보 수집이나 편집 노하우는 동양경제 시절부터 쌓아올 수 있었겠지만, Newspicks를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 운영해 나가는 것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사사키
지금도 고전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뽑고 처음부터 조직을 다시 세팅하고, 나아가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은 엄청난 일이지요. 5년이란 시간을 쏟아서 간신히 다다른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정보 유통 속도가 빠른 도시에서는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았고, 지방에서는 아직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요. 전국적으로 본다는 저희는 아직 챌린저일 뿐이지요.
해외 사업에서는 2018년 7월에 미국의 Quartz사를 인수했습니다. 해외에서 제로 베이스로 시작하는 것은 승산이 낮을 거라, 브랜드를 산 측면이 있지요. 당시 뉴욕에 갔던 마이다 사장은 "Newspicks"로 테스트했던 것들이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이었던 케이스가 많다면서 글로벌 격차는 그만큼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씀하셨죠.
핫토리
5년간 Newspicks를 이끌어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사사키
지금도 여전히 힘든 것은 사람을 뽑는 일입니다. 엔지니어나 비즈니스 사이드는 아직 늘릴 수 있지만, 콘텐츠 제작이 문제입니다. 능력, 동기부여, 급여 등 여러 면에서 딱 맞는 인재를 구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네요.
핫토리
레거시 미디어의 기자들이 리쿠르팅 대상이 되는 걸까요?
사사키
잡지 출신이 주로 많습니다. 다만 레거시 미디어에 계셨던 분들은 원래 연봉이 높아서 수입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어요. 게다가 지금까지 익혀온 기술을 새로운 상황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고, 저희들이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 점도 있어 생각보다 지원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는 급여도 기존 미디어에 맞출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올라왔지만, 여기서 일하는 것이 즐겁다거나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서 주니어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교육적 기능까지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꽤나 걸리겠다는 생각입니다.
핫토리
신입사원 채용은 어떻습니까?
사사키
진행은 되고 있습니다만, 입사 후 바로 프로처럼 일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해서 유능한 사원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 수도 있을 것도 같습니다. 지금은 딱 정예부대처럼 움직이고 있어서 교육시킬 여유가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서 주니어를 키워가는 방식으로 향후 5년을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미디어 업계에 입사하려는 젊은이들이 줄고 있는 데다가, 웹 미디어라는 선택지 자체도 아직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어 이 문제도 해결해 나가려고 합니다.
핫토리
오늘날의 일본 미디어 업계는 부수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시청률 하락을 어떻게라도 막아보려는, '수성' 전략에 급급한 인상입니다. 하지만 Newspicks는 공격적인 전략을 밀고 나가고 있는데요.
사사키
미디어의 정의에 따라 다를 텐데요. 전통적인 4대 매체는 어렵겠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성장의 흐름들이 여전하고, 나아가 다양한 업계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패션 등 유통업에도 미디적인 요소가 늘고 있습니다. "미디어의 노하우를 활용하는 장" 은 오히려 커지고 있으니까요.
TV 방송국도 방송망만 본다면 하락 추세이지만, 인터넷과 연결된 플랫폼이나 현실 세계로 확장해본다면 가능성은 커집니다. 뛰어난 경영자가 전면에 나설 수 있다면 수익도 분명 개선될 것입니다.
핫토리
예를 들어 방송국을 콘텐츠 제작사로 생각해본다면, 우수한 크리에이터가 넘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시청률이나 부수만으로 미디어가 평가되는 한, 좀처럼 새로운 시도에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사키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바꾼다 하더라도 처음에는 기존 비즈니스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손해일 수 있어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득이다"라는 결단은 강력한 비전을 가진 경영자가 없다면 무리이지요. 조금이라도 실적이 떨어지면 바로 책임을 져야 하는 세계라서 (이런 변화를 기대하기는) 아마 어려울 거예요.
핫토리
유저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회원등록제 "Newspicks 아카데미아” 에서는 매월 5천 엔으로 온라인 교육강좌를 수강하거나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아를 설립한 경위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사키
여러 개의 미디어를 들고 있어야 최적의 장소에서 유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온라인은 효율적이고 비용도 저렴하지만 전달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보량이 많은 서적이나 직접 대면이 가능한 이벤트라면,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면이 전달될 수가 있겠지요. 온라인이라면 Newspicks처럼 댓글을 남기려 해도 한정된 글자 수로 표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친 내용이 되기 쉽습니다.
독자와 직접 만날 수 있다면 표면적이 아닌 진정성 있는 만남으로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특히 일본은 작은 나라여서 도쿄만큼 밀집된 도시는 없기 때문에, 모든 게 온라인에서 끝나기보다는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편이 좋은 미디어가 만들어지고 경제나 사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핫토리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은 결국 또 비용이 발생할 텐데요. 그만큼 얻을만한 가치가 있었을까요?
사사키
인터넷 기업이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것은 들이는 공수 대비 이용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 관계를 쌓은 고객은 관여도(인게이지먼트)가 높기 때문에 돈을 많이 써 주거나 오랜 기간 서비스를 애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기적 관점이 아닌 3년, 5년, 10년 후를 생각한다면, 비즈니스 가치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들이 없다면 100년 후에 살아남는 기업은 만들어질 수 없겠지요.
핫토리
지금은 그런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시기일까요?
사사키
아직은 매뉴얼을 만들어가야 하는 단계라서 시행착오도 많이 있습니다. 앙케이트를 실시해서 여러 의견을 들어두려고 합니다. 많은 공부가 되고 있어요. 의자 하나라도 고객 친화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목표로 행사 때는 쿠션을 놓아서 고객들이 피곤하지 않도록 하는 식이지요.
핫토리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점도 있고, 매우 중요한 경험이네요.
사사키
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었고, 오프라인을 통해 익힌 감수성을 웹 상의 UI/UX 관점에서 반영하고 개선해 나가려고도 하고 있습니다.
핫토리
"Newspicks 아카데미아"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사사키
앞으로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학습과 실행을 반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에 비해 배움의 장소나 변화의 계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은 너무나 부족하지요 아카데미아가 이들을 위한 선택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온라인 강좌를 열고 세미나를 개설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어른들을 위한 교실"처럼 온라인 살롱이나 취미 커뮤니티 같은 공간은 앞으로 계속 생겨날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기업의 틀을 넘어 배우고 교류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저희에게는 큰 숙제입니다.
<< Part2 인터뷰에는 아래의 내용이 이어집니다. coming soon >>
- 더 큰 성장을 위해 목표로 하는 것은
- 비즈니스 업계의 연예기획사를 목표로
- 미디어 & 광고 업계의 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