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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o Aug 25. 2019

넷플릭스는 왜  '살색의 감독'을 만들었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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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넷플릭스의 표현의 자유는?


이어서 '소재' 

'전라 감독'은  성인 비디오(AV) 업계라는 좀처럼 다루기 어려운 테마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넷플릭스 이니까' '외국계 서비스이니까' 가능하다는 시선이 있는데 올바른 인식은 아니다.


실제로 해외의 컴플라이언스는 일본과 비교했을 때 그 이상으로 까다롭다. 애플이나 구글 등의 앱 스토어, 킨들과 같은 전자책 스토어의 규제는 성인 콘텐츠의 영역에서도 일본보다 더욱 엄격하다. 일본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나이브한 측면이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명확히 영역을 구분(Zoning)하여, 사전에 의사 확인을 전제로 한다면 그 이후는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을 취한다. 케이블 TV 방송국에서도 이러한 개념을 활용하고 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TV가 아니라, 개인의 의지에 의해 가입한 TV 라면 과격한 표현도 허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언급한 '왕좌의 게임' 등도 상당한 수위의 표현이 많지만, 이는 프리미엄 케이블 TV 방송국 이므로 앞서 설명한 논리에 근거에 의해 허용될 수 있다. 그리하여 오늘날 케이블 TV의 표현의 수위는 날로 높아졌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발상을 더욱 공고히 한다.

계약의 행위=개인의 의지가 있는 것이고, 시청을 위해 '탭' 또는  '클릭' 했다면 의사 표시를 한 것이므로, 이후의 일들은 개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뭐든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컨센서스를 얻지 못한 표현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한다.  '전라 감독'을 예로 들자면, 여성의 의지와 착취의 문제가 해당될 것이다. AV 업계는 성차별과 착취 문제를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다. '전라 감독'에서는 주인공인 무라니시 감독 주변에 대한 묘사를 신중하게 접근함으로써,  혐오감이나 불쾌함을 능숙하게 피해 가고 있다.


주인공을 더욱 주인공스럽게 묘사하고,  스토리 측면에서도 불쾌함을 덜어내도록 각색에 더욱 신경을 썼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자주 쓰이는 방식이다.


약간의 표현 차이나 특정 신체 부위가 보였는가의 수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로써 이 소재를 성공시키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다른 드라마와의 큰 차이점이자 특징이기도 하다.  "해외 플랫폼이니까 가능한 일이다"라고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4)  TV 드라마 관행을 의심하라


여기서 잠깐 일본의 드라마 시스템과 한번 더 비교해보자.


넷플릭스와 기존의 일본 드라마의 또 다른 차이점 하나.

바로 "드라마 내용이 다 정해지기 전에는 절대 캐스팅을 결정하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흥행이 보장되는 배우의  캐스팅을 가장 먼저 결정하고  드라마가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흥행 실적이 있는' 배우 중심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스케줄이 꽉 차서 시간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언제 어떤 형태로 방송할 것인가를 정해두지 않으면 기획이 진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드라마 내용도 퀄리티도 예산 규모도,  여기에 맞춰 결정될 수밖에 없다. 외부 요인에 의해 제약받는 요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일본 내 유통만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방식이 안정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용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의 지루한 드라마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넷플릭스는 다르다.

일본 이외의 지역에도 작품을 내보내기 때문에  '일본에서 유명한 누구누구'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물론 인지도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역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전라 감독" 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시청자로 하여금 일본 드라마의 정체된, '익숙하지만 식상한' 그 무엇과 다른 느낌을 준다는 점에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적어도 일본에서는 "드라마의 룰을 새로 제시했다"라는 점에서 반갑다.


한편 최근 일본 드라마 시장에서도 심야 시간대 드라마가 선전하고 있다. 대부분 예산은 적지만, 골든 타임 편성작에서는 볼 수 없는, '전라 감독'과 같은 신선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이들 작품이 넷플릭스에 유통되었을 때 실제로 시청 수도 많고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TV도쿄나 TV아사히가 주로 제작하는 작품들인데, 골든 타임 드라마 룰을 따라서는 경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듯하다.


'전라 감독' 주연을 맡은 야마다 다카유키는 다수의 심야 드라마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면서 "규모가 중요하지 않다" 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런 태도에서도 성공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_mNBkDXMX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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