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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o Aug 25. 2019

넷플릭스는 왜  '살색의 감독'을 만들었나 (1)

ITmedia news 번역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꾸준히 업데이트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창작의 고통이 적은(!) 글쓰기는 역시 나에겐 '번역'이라서 일주일에 한편씩 콘텐츠 비즈니스와 관련된 일본 아티클 번역을 올려보기로 했다. 과연 이 다짐이 얼마나 갈 것인가.


첫 번째 pick 은 최근 일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관련 기사로 골랐다. 드라마 자체에 대한 리뷰보다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전략과 이 작품이 일본 드라마 시장에 미친 파급 효과 등을 다룬 내용이 공부가 되어서, 다소 길지만 인내심을 갖고 도전해봤다.


작품 얘기를 간단히 언급하자면, 이미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고 시부야 한복판에 드라마 주요 소재로 쓰인 비닐 커버 잡지 자판기도 등장했다고 ㅎㅎ



쿠니무라 준 (곡성), 릴리 프랭키 (어느 가족), 고유키(드라마 너는 펫), 그리고 어마 무시한 연기를 보여준 무라니시 역의 야마다 다카유키 (드라마 백야행) 등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배우들이 나와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울러 이 작품은 재미나게 봤다면, Newspicks 호리에몬 리뷰 영상도 추천!


그럼 본격적인 기사 번역은 아래에서. 내용이 길어 포스팅은 2개로 나눠서 업데이트할 예정

(전문 번역이 아니라서 불필요한 내용은 과감히 스킵했어요 ^^; 오역은 댓글로 말씀 부탁드려요)


원문 링크 >> https://www.itmedia.co.jp/news/spv/1908/23/news063.html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전라 감독 (국내 타이틀 :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이 화제다. 지난 8월 8일 공개 이후 불과 6일 후에 시즌2 제작이 결정되었다. (실제로 보면 알겠지만, 시즌2를 의식한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어 이 부분은 상당히 미국 드라마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전라 감독' 은 실제로 잘 만들어진 수작임에 틀림없다. 18세 미만은 절대로 봐서는 안 되겠으나, 그 이상의 나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는 추천작이다. 공개 이후, 자주 올라오는 리뷰들은 다음과 같다


"역시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외국  자본은 역시 달라. 외국계의 힘!"


틀린 말은 아니다. 넷플릭스가 아니었으면 전라 감독은 만들어질 수 없었다.

'현재의 일본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라는 의미로 보자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해외 자본이라서 높은 수위의 표현이 가능했다" "해외자본은 예산이 많으니까"라는 의견은 쉽게 동의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넷플릭스는 '전라 감독'을 만들었을까? 


참고로 본 기사의 일부 내용은 2015년 가을 고단샤 현대신서에서 출간된 "넷플릭스의 시대"를 상당 부분 참고했다. 4년 전의 책이지만 영상 비즈니스에 관한 정리가 잘 되어있어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1) '전라 감독'에 정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었나


넷플릭스는 한 작품에 들인 비용을 기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총 콘텐츠 제작과 조달에 쓴 비용은 2018년 봄에 공개한 수치로 약 80억 달러 (약 9천억 엔)이었으나, 2019년도에는 150억 달러 규모 (약 1.6조 엔)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조달에 거액의 비용을 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작품이 그렇지는 않다.

넷플릭스의 투자 금액도 작품 따라 천차만별이다. 오리지널 또한 제작 방식이 다양하다.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기획하고 제작-출자까지 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다른 루트로 기획-제작한 작품을 '배급 독점'의 형태로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직접 출자했다고 하더라도 작품의 성격에 따라 투입 비용은 큰 차이가 있다


이번 '전라 감독'의 경우는 어떨까?  비용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서 추정이기는 하나,  일반적인 TV 드라마보다 많은 자금이 투입된 건 사실이다. 화려한 세트에 촬영-편집 모두 공들인 티가 난다. 스태프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VFX-CG 만으로도 여러 팀이 나눠서 담당했고 포스트 프로덕션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감독들과 주로 협업하는 FotoKem이 맡았다.


 일본 드라마의 경우, 회당 제작비는 수천만 엔 수준. 제작비가 작을 경우 1천만 엔 이하로 찍는 경우도 있다. 회당 제작비가 높은 편인 NHK 대하드라마도 5천만 엔에서 7천만 엔 수준이다. '전라 감독'의 규모감으로 본다면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의 제작비를 뛰어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잠깐 시선을 돌려보자.


해외, 특히 큰 성공을 거둔 할리우드 제작 드라마는 어떨까?

물론 여기도 case by 이겠지만, 자릿수가 달라지는 얘기이다.


히트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왕좌의 게임"의 경우 회당 제작비가 약 1천만 달러 (약 11억 엔)에 이른다고 한다. 일반적인 작품의 경우 회당 3억 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라 감독' 은 물론 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돈을 쓰기는 했으나 할리우드 대작에 비할 바는 아니다.


(2) 대작 드라마 전통, 넷플릭스가 판을 키웠다


드라마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미국의 드라마 시장은, 특히 2000년대 이후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되었다. 미국은 원래 유료 케이블 TV 가입률이 높다. '수준 높은 오리지널 드라마'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이들을 락인하는  방식으로 크게 성장한 곳이 바로 미국의 프리미엄 케이블 TV 'HBO' 다. 

'소프라노스' '섹스 앤 더 시티'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 2000년대 초반을 대표하는 드라마들이 모두 여기서 만들어졌고  지금도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BBC와의 공동 제작으로 1억 2천만 달러 (약 130억 엔)의 비용이 투입되었다.


양질의 드라마는 해외에서도 팔린다. 돈을 들여서라도 큰 시장에서 오랫동안 팔린다면 제작비 회수가 가능하다. 미국의 드라마 제작판이 커진 것은 바로 이러한 특성에 기인한다.


넷플릭스의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넷플릭스의 경우, 확산 속도가 다르다. 전 세계 190개국을 대상으로 한 번에 동시 공개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지역에 팔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게다가 각 국가별  배급사를 거칠 필요도 없다. 따라서 할리우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제작하는 경우에도 예산을 들여 좋은 작품을 만들고,  더 많은 지역에 유통하는 모델이 가능하다. 외국 자본이라서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수급에) 돈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전라 감독' 은 할리우드의 대작만큼 예산이 투입되지는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TV  드라마보다는 돈을 쓸 수 있다. 이 점이 본질이다.

이는 곧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일본의 콘텐츠를 팔겠다"라는 생각이 아니라면 '전라 감독' 류의 드라마는 만들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같은 외국계라도 Amazon은 "로컬에서 통하는  콘텐츠는 로컬에서 조달하는 방식이 성공한다"라는 생각이 강하여, 일부 메이저 작품을 제외하고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작품은 만들지 않는다. 다른  국내 사업자들도 기본적으로 국내 유통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일본 TV 드라마 수준의 제작비 규모에 머무른다.


물론 제작비를 많이 쓴다고 해서 일본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넷플릭스의 방식은 어떤 의미에서 도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없다면 초대형 히트작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콘텐츠 비즈니스의 본질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넷플릭스는 애니메이션에도 일반적인 제작비의 몇 배를 쓴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정확한 내용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넷플릭스 '에서도 볼 수 있다'라는 방식으로 수급된 작품의 경우 넷플릭스가 몇 배의 돈을 쓸 이유가 없고, 대부분의 경우 제작비도 일반적인 TV  애니메이션과 큰 차이는 없다.  넷플릭스 기획/제작의 경우에도 다소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애니메이션에 몇 배의 예산을 쏟을 리 만무하다.


애니메이션은 넷플릭스 투자 효과가 확실히 크고, 넷플릭스 유통 계약을 통해 제작사의 이익이 보전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넷플릭스가 먹여 살린다는 말은 비약이 있다. "해외 판로가 늘어나 비즈니스가 안정화된" 측면도 있지만,  해외 판매 확대를 예상하고 제작편수를 늘린 것이 역으로 제작 현장에 부담을 가중시킨 문제도 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전라 감독'처럼 비용과 시간을 들인 작품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작품들도 있다. 애니메이션이라고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 이어서.

(3) 넷플릭스의 표현의 자유는?

(4) TV 드라마 관행을 의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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