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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o Jan 02. 2022

지루한 원숭이들은 Next 디즈니가 될 수 있을까

개인적 이야기 + The New Yorker 번역 요약

2022년의  번째 포스팅은 최근 며칠간  머릿속을 완전히 지배했던  원숭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NFT에 대한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가장 풀리지 않은 궁금증은 대체 왜 이 디지털 파일 쪼가리(!)를 수억-수십억 원에 사는 것인가 였습니다. 교과서적인 답을 빌리자면, 디지털 세계에서의 자기 정체정 표현 수단 (일명 디지털 Flex!)라는 설명이 있기는 하지만 몇천 원짜리 이모티콘조차 고민해서 지르는 일반인 으로서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NFT 프로젝트에서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이자 실체를 보여준 BAYC (Bored Ape Yacht Club,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 case를 자세히 뜯어보면 뭔가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모 리더님의 조언에 따라 본격적으로 BAYC에 대한 인터넷과 유튜브 파헤치기를 시작 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시작은 NFT 프로젝트에 대한 벤치마킹이었지만 NFT는 어쩌면 수단일 뿐!  "NFT를 통해 IP의 개방성과 확장성을 이끌어낸 BM이 핵심이다"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참고로 저는 이제 막 NFT의 공부를 시작해서 프로젝트 경험이 거의 없고 대부분 글 와 영상을 통해 내용을 접한 뉴비인지라, 다소 뇌피셜에 가까운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다 깊은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은 원문 링크를 꼭 확인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The NewYoker의  <Why Bored Ape Avatars Are Taking Over Twitter>의 주요 내용을 일본어로 요약한 버전을 토대로 정리하였습니다.


아, 아직 이 원숭이들이 낯선 분이라면 최근 마케터들 사이에서 핫했던 아디다스 콜라보 프로젝트를 먼저 추천합니다. 아디다스가 손잡은 듣보잡 원숭이가 누구야? 하는 궁금증이 아마 당신을 크립토와 IP 비즈니스가 만나는 신세계로 인도할 것입니다.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하는 원숭이, 표범으로 변신한 펑키 원숭이 등 낯선 원숭이 캐릭터들이 올해 5월부터 트위터 프로필 이미지로 출몰하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최근 주목받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 커뮤니티가 있다. 투자, 예술, 커뮤니티가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NFT 클럽>에 대해 The New Yoker가 전한다.


Bored Ape Yacht Club(이하 BAYC)는 지난 4월 30일에 론칭한 NFT 디지털 아트 프로젝트로 현재 이더리움 암호화폐로 거래되고 있으며 올해 최고가에 팔린 BAYC 작품은 한화로 무려 40억 원에 이른다. 또한 불과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이 프로젝트의 시가총액이 한때  NFT계의 비트코인이라 불리는 <Crypto Punk>를 누르고 3.8조 규모에 달하기도 했다. (21.12.29 기준)



이러한 놀라운 성과는 BAYC의 독특한 커뮤니티 문화를 통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BAYC의 커뮤니티 멤버가 되려면 해당 NFT를 소유해야만 한다. 커뮤니티는 크게 다음과 같은 3가지 성격을 갖고 있다.  


1. 자격 제한을 두는 커뮤니티 (gated online community)
2. 주식 공동 소유 그룹 (stock-shareholding group)
3. 예술 감상 ( art-appreciation society)


원숭이 아바타 (캐릭터) 가운데 1마리가 비싼 가격에 팔리면, 같은 세트의 아바타 가격도 같이 오른다. 이는 "작품 하나가 비싼 가격에 낙찰되면 같은 화가의 작품 전체가 가격이 오르는" 기존 미술작품 시장과 비슷한 현상으로 해당 커뮤니티가 투자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트위터 프로필을 구입한 아바타로 바꾸는 것은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충성심 (allegiance)의 표시이자 커뮤니티 내 구매자에게 팔로우를 요청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실제로 트위터 상에서 프로필 이미지를 원숭이 아바타로 바꾸고 수백 명 이상의 팔로워가 늘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마치 온라인 커뮤니티처럼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BAYC의 회원들은 주로 Discord를 통해 활발히 소통한다. 별다른 자격 제한을 두지 않는 기존의 인터넷과는 달리 BAYC는 각자가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나눠 갖는 공동체로서의 의식이 강하다.


BAYC의 Founder인 가가멜 (가명)은 원래 작가 겸 편집자로 활동하며 MFA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가상화폐 데이 트레이더로 진로를 바꿨다. 또 다른 Co-founder인 고든 고너(가명)는 10여 년 전 마이애미의 pub에서 가가멜과 만났고 소설가 데이비드 월럿 포스터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을 나누는 등 둘은 문학 괴짜로 통하기도 했다.


이들은  CryptoPunk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었고 특히 지난 1월 16,384개의 NFT 이미지를 총 1600만 달러 이상에 판매한 예술적 벤처인  Hashmasks의 성공에 주목했다. 다만 두 프로젝트 모두 폐쇄형 시스템인 데다 개발자들이 초기 릴리즈 이후 확장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원했고, 더 큰 스토리를 가진 무언가를 만들 기회를 노렸다. 또한 기존의 프로젝트에서 저해상도의 픽셀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던 점에 착안, 퀄리티가 뛰어난 일러스트와 스토리 라인을 갖춘 확장 가능한 NFT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출처: Bored Ape Yacht Club
Bored Ape Yacht Club 회원은 자신이 소유한 아바타에 대한 상업적 권리를 얻습니다

가상화폐 세계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새로운 통화나 NFT를 구매하는 것을 "Aping in"이라고 부른다. Ape (원숭이) 은 여기에서 따온 Joke 이기도 하다. 일러스트 속의  원숭이들은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사는 게 지루해진 이들을 표현한 것이라도 한다. '요트 클럽' 은 가가멜과 고너의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한 '마이애미의 Music Pub'에서 따온 이미지이다,


이들은 블록체인 구축에 필요한 프로그래밍을 2명의 지인 프로그래머에게 의뢰하고,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했다. 그리고 4만 달러 (약 4500만 원) 정도 초기 비용을 투자해 신체/머리/의상 등을 조합해 수천 가지 패턴의 랜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 마치 슬롯머신처럼 구매자들이 지불하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는 NFT 형식을 구현했다.


BAYC는 초기 싼 가격에 아바타를 사서 가격이 올랐을 때 팔면 이익을 남길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커뮤니티에는 새로운 구매자들이 유입되어 비싼 가격에 구매해 줄 필요가 있다. 이는 마치 다단계 마케팅 방식을 연상 시키키도 한다


BAYC의 성공에 영향을 받아 수많은 NFT 커뮤니티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출시 전 잠재 구매자들에게 YouTube 채널 운영, 자선 단체에 대한 기부, 수집가를 위한 추가 NFT 및 실제 상품 개발 등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BAYC의 가장 차별화된 지점은 그들이 소유한 IP의 상업적 이용 권리를 NFT 소유자에게 제공한 최초의 커뮤니티라는 것이다. 커뮤니티 멤버들은 자신의 프로젝트나 제품에 BAYC 브랜드를 붙이고 독립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커뮤니티가 오픈된 지 3개월 만에 한 Bored Ape 소유자는 크래프트 맥주 라인에 원숭이 캐릭터를 넣어 판매를 시작했고, 다른 누군가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유튜브에 만들어 올렸으며 스케이트 보드 데크를 디자인했다.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멤버들이 직접 만드는 의류, 굿즈, 모자 등은 BAYC 공식 스토어에서 판매가 가능하고 수익은 창작자에게 환원된다. BAYC 캐릭터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ebay 등 외부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케이스도 늘어났다.



이 놀라운 일들은 IP 비즈니스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방위로 확산된다. BAYC 1798의 소유자는 자신의 캐릭터에게 젠킨스 (Jenkins the Valet)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의 스토리와 세계관을 확장하는 라이터스 룸 (Writer's Room)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젠킨스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베스트셀러 작가 닐 슈트라우스가 고용되고, 스토리의 참여자가 되기 위한 NFT가 추가 발행된다. 21년 8월까지 백만 달러 이상을 벌어드린 젠킨스는 9월에 할리우드의 유명 에이전시 CAA와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11월에는 Universal  Music이  아직 음악을 발표하지 않은 4명의 가상 BAYC 아바타 밴드인 Kingship과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에는 이들의 음악과 본격적인 활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명의 유명 아티스트 Timbaland (저스틴 팀버 브레이크와 제이지의 프로듀서)는 BAYC 캐릭터로 구성된 힙합 그룹 'The Zoo'의 음원을 NFT로 발행했다.



본인이 소유한 BAYC 캐릭터로 뮤직비디오를 내고 직접 아티스트 활동을 하며 틱톡커로 활동하는 케이스도 있다.  (Bored Ape 9797)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이 발행한  BAYC의 NFT 디지털 커버와 오프라인 한정판 잡지는 고가에 거래되거나 매진되었다.


기존 IP 기업들은 독점권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로 지적 재산권의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BAYC의 창업자는 실리콘밸리의 신흥 기업들이 오픈소스 기반의 확장 가능한 소프트 웨어를 개발해 비즈니스를 기하급수적으로 성장시켜온 것처럼, NFT 커뮤니티에도 Scalabile 한 문화를 이식시키고 싶어 했다. 즉 IP의 개방성과 확장성을 자산으로 한 비즈니스의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


이와 관련 한 투자가는 BAYC가 미래의 '탈중앙화 된 디즈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기 있는 BAYC의 캐릭터를 소유하는 것은 미래의 미키마우스가 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것이라고 말이다.




BAYC의 성공에 대해 저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었습니다.


1. 4명의 초기 멤버가 NFT와 커뮤니티, IP 확장성이라는 아이디어 만으로 불과 8개월 만에 4조 원에 가까운 비즈니스 밸류를 만들어 냄 (파생 프로젝트인 MAYC, BAKC까지 포함하면 추가 Value up)

2. NFT 홀더와 커뮤니티에 IP의 상업적 이용 권리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MD(브랜드)-음악-아티스트-스토리 등 다양한 영역으로 비즈니스가 확장됨.

3. 실리콘밸리의 신흥기업들이 오픈 소스 기반으로 확장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비즈니스를 성장시킨 공식을 IP와 커뮤니티에 적용하고자 한 것이 창업자의 Big thinking


그 외 참고한 자료들의 링크도 다수 첨부해 두었는데 혹시 제가 잘못 이해한 내용이 있다면 편하게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저처럼 이제 막 NFT에 대한 스터디를 시작하신 분들께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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