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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MAY Oct 27. 2017

카메라를 들 수 없던 순간들에 대하여

서문 - 글을 시작하는 이유


“안녕~ 여행하는 메이입니다!” 


항상 같은 인사로, 지구별의 어딘가에서 구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실 유튜버로 유명해지겠다는 꿈은 전혀 없었다. 단지 나의 소중한 시간을 철저하게, 그리고 생생하게 기록하고 싶었을 뿐. 그런데 그 과정에서 구독자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여타 유튜버에 비하면 구독 수는 굉장히 적은 편이지만, 그 조차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관심이었다– 



하루는 한 구독자 분이 메일을 통해, 본인의 힘든 상황을 토로하며 내 영상으로 대리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왔다. 그런데 그때 감사함보다 먼저 차오른 감정은 미안함이었다. 정작 내게 가장 소중한 순간들은 카메라에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이 순간은 내 눈에, 머리에, 가슴에 기억해야지’하면서 말이다. 행복하거나 혹은 슬픔이 차오를 때, 고독하거나 벅차거나, 혹은 부끄러워질 때… 그 모든 순간의 색과, 향기와, 소리는 여전히 내 몸 곳곳에 남아있다. 나는 그 수많은 순간을 제외한 몇 개의 영상만으로 ‘덕분에 힐링하고 있어 고맙다’고 전하는 그들에게, 그 순간을 보여줄 수 없음이 못내 미안했다.


여기서 분명히 해두어야 할 사실은 제목('여행의 모든 순간')이 의미하는 바가 ‘여행의 모든 행복했던 순간’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행복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수많은 것을 놓고 떠나는 길인데, 행복하지 않다면 실패한 여행이 아니겠는가?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하고… 


하지만 결국 내가 진정 행복해진 순간은 그 압박감에서 해방된 순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내게 행복하지 않을 자유를 부여한 뒤에야,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행복하지 않을 자유를 얻은 나는 내 감각에 솔직했고, 충실했다. 그렇게 나는 수개월을 내 사사로운 감정들과 함께 했고, 그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내 여행을 완성시켜주었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를 들 수 없던, ‘내 여행의 모든 순간’을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영상으로 차마 담을 수 없었던 '사사로운 모든 순간의 이야기'를 말이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지금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내 모든 순간을 함께 할 당신도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싶다.







- YOUTUBE <여행자may> : https://www.youtube.com/여행자m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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