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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어른일기 Jun 28. 2022

다시 만날 여름

안녕 난 너의 여름이야.


넌 지금쯤 덥다고 칭얼대고 있겠지.

근데 그거 알아? 넌 지금 봄 가운데 서 있어.

우린 아직 만나지 않았고 내가 곧 너에게 갈 거야.

우리가 만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니 벌써 설렌다.

나도 알아. 네가 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너에겐 온통 가을뿐이라는 것도.     


콩국수는 맛있었어?

가게 안에 사람이 많아서 당황한 너를 보니 웃음이 났어.

그래도 운 좋게 바로 먹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지금 먹고 있는 콩국수는 나와 함께 있을 때 더 맛있단다.

그래도 행복해하면서 먹는 모습을 보니까 좋더라.

걸쭉한 국물과 후루룩 들어가는 면발. 입안에 퍼지는 진한 고소함. 숟가락으로 콩 국물을 연신 떠먹고 있던 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려. 한 입 먹을 때마다 생기는 미간의 주름이, 동그랗게 변한 눈망울이 그 맛을 표현해 주고 있어.     


나와 함께일 때 더 맛있어지는 것들이 아주 많단다.

쩍 하고 반을 가르면 새빨간 달콤함이 눈에 보이는 수박.

물렁 복숭아, 딱딱한 복숭아. 기분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지. 얼음 동동 띄운 고소한 미숫가루는 또 어떻고. 알알이 터지는 옥수수 하모니카 한 번 불어야지? 몸보신의 대명사 삼계탕 한 뚝배기 하실래예?

이번에 만나면 모두 같이 먹으러 가자.     



나와 함께 보낼 너의 여름이 충만했으면 좋겠어.

최근 몇 년 동안 여름 안에서 네가 얼마나 아파했는지, 곁에서 보기 안쓰러웠어.

그만 아파하고 뜨거운 햇살처럼 피어오르길 바라.     

겨울에 태어나 춥고 외로운 윤아.

내가 너를 따뜻하게 녹여줄게.

뭐? 더위에 녹아버릴 것 같다고. 미안 그건 내가 사과할게.

내 마음이 너무 과했다.     


널 만나러 갈 때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쨍하고 빛나는 나를 보여주고 싶어.

진정한 내 모습을 말이야.

너도 날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면 나를 지나치고 가을을 만나고 싶어 할까?

내가 있기에 네가 좋아하는 가을이 있어. 그건 분명해.  

    

내가 너에게 가고 있어.

날 기억해 주겠니? 곧 갈게.    


      

여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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