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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어른일기 Jul 25. 2022

얼씨구 절씨구 더위 사냥을 나간다

더위 사냥 하나


신발 하나를 사면 마르고 닳도록 신는다. 작년에 산 샌들은 나의 걸음 수만큼 닮아있었다. 이걸로는 부족한데. 몇 달 전부터 운동화를 사려던 맘을 꾹꾹 눌러 담았다. 그건 바로 여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발목까지 오는 컨버스화를 신발장에 고이 모셔두었다. ‘가을에 만나자.’ 서둘러 준비하고 백화점으로 갔다. 다른 곳은 보지 않고 나이키 매장으로 돌진했다. 알록달록한 운동화 사이에 눈에 들어오는 신발이 있었다. 첫눈에 반했다. 나이키 아쿠아 리프트 프리미엄이다. 신발 앞 코는 족발처럼 갈라져 있었고 신으면 꿀꿀 소리를 내야 할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족발 신발을 신은 모습을 봤을 땐 이상하게 보였는데 막상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이상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내로남불이란 말인가? 심지어 엄청 편했다. 오래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 이거다! 가격 앞에서 살짝 멈칫했지만, 안 살 수가 없었다. 3개월 할부로 신발을 샀다. 올여름은 두 개의 샌들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새 신을 신고 여름 속으로 걸어가자.



더위 사냥 둘


‘내 등 땀 눈물 내 짜디짠 땀을

다 가져가 가

내 등 땀 눈물 내 마지막 땀을

다 가져가 가’


또르륵 이것은 눈물이 아니라 땀이다. 다크써클에서 떨어지는 눈물 땀을 시작으로 두피와 등에서도 땀이 흘렀다. 갑자기 습해진 날씨에 몸은 제일 먼저 알아차리고 반응했다. 아! 여름이다. 본격적으로 땀의 바이브가 시작되었다. 짜디짠 땀들의 향연이다. 이제 사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신발을 사고 부리나케 러쉬 매장으로 갔다. 앞뒤 보지 않고 더티 보디 스프레이를 들고 계산대로 갔다. 6만 원을 지불하고 여름의 향을 지울 수 있게 되었다. 매년 여름을 더티와 함께 보냈다. 호불호가 심하다는 말이 있지만, 나에게는 여름 필수템이다. 거리에서 더티의 향을 맡으면 누굴까 하며 찾아볼 정도로 좋아한다. 출퇴근의 지옥에서 나를 구해줄 아이다. 여름아 덤벼라! 앗 미안. 그래도 조금만 더웠으면 좋겠다.



더위 사냥 셋


츄릅 츄릅~ 어허! 말해보아라 당장 말하지 못할까? 누가 너에게 꿀을 발랐느냐? 넌 어찌 이리 달콤한 것이냐? 아이 주먹만 한 게 달디 달구나. 음 맛이 좋아 아주 좋아. 내 너를 한 입 베어 무니 기부니가 아주 좋구나. 세상이 모두 너처럼 달콤했으면 좋겠구나. ‘여봐라 수라간 상궁에게 이 참외를 끼니마다 올리라고 전하거라,’

난 요새 참외에 완전 빠져있다. 헤어 나오지 못하겠다. 이것은 마치 여름의 맛이다.



더위 사냥 넷


계절과 어울리는 노래를 찾아 듣는 것은 그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봄에는 벚꽃이 흩날리는 노래. 여름에는 청량한 바다로 떠나는 노래. 가을에는 바스락 거리는 낙엽이 생각나는 감수성이 짙은 노래. 겨울에는 단연코 캐럴이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뮤직 페스티벌이다. 돗자리 하나만 있으면 준비 끝.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음악을 따라 부르다가 떼창으로 마무리해야한다. 이것이 진정으로 여름을 즐기는 자다. 우리는 억눌렀던 흥을 폭발시킬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일상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중이다. 나도 코로나 이전에 뮤직 페스티벌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흥이 차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멜로망스와 정준일의 노래를 가까이에서 듣는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빽빽이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온전히 즐겼다. 페스티벌에 가진 못하지만, 그 느낌을 느끼고 싶었다.


당신들의 노래를 몇 곡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숨은 명곡들이 많다니 정말 놀랍네요. 너무 늦게 알았다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제라도 들어서 다행이네요. 언젠가 꼭 콘서트에서 라이브로 듣기를 바라요.


오늘 페퍼톤스의 모든 곡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되었다.

내겐 너무 무해한 펩톤.

올여름 ‘행운을 빌어요’



더위 사냥 다섯


옛날 어른들은 덥다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 더워’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짧은 외출에도 몸은 더위로 인해 녹초가 되었다. 시원한 물에 냉수마찰을 하고 선풍기 앞으로 달려갔다. 아~~~~ 소리를 내니 목소리는 멋진 바이브레이션을 내고 있었다. 점점 시원해졌다. 더 더워지면 선풍기로는 부족하겠지. 에어컨을 언제 틀게 될까? 곧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 먹고 아이스 커피까지 마시니 내 집이 지상낙원이다. 여름은 뭐니 뭐니 해도 집콕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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