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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어른일기 Jul 29. 2022

손은 영양결핍 마음은 애정결핍

난 어릴 때 손톱을 괴롭혔다.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손톱을 물고 뜯고 주변의 거스러미까지 떼어내 결국 피를 보았다. 붉은 핏방울이 올라와도 계속되었다. 쓰라리고 아릴 때까지 막무가내로 괴롭혔다. 끈질긴 괴롭힘은 대일밴드를 붙여야만 잠시 멈출 수 있었다. 못난 내 손이 부끄러워서 감추는 버릇이 생겼다. 긴소매를 입을 때면 주먹을 쥔 채 소매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손은 소매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상처투성인 손을 누군가 본다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못 본 척 해주길 바랐다. 묻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못 볼 것 본 듯한 얼굴로 물었다. ‘너 손 왜 그래? 난 고개를 숙이고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그냥 다쳤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재빨리 손을 숨기고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더 이상 묻지 말아 달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친구들의 하얗고 예쁜 손이 부러웠다. 아프고 쓰라린 손이 너무 미웠다. 내 버릇이 싫었다. 내가 밉고 싫었다.


손톱을 물어뜯는 것은 흔히 애정결핍이라고 한다. 인정하기 싫었다. 사랑받지 못해서 생긴 버릇이라니 너무 서글프지 않은가. 한창 사랑받을 나이였다. 난 사랑을 받았지만, 그냥 어쩌다 보니 생겨버린 나쁜 버릇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해서 생긴 거라고 믿었다. 작은 손에는 피딱지가 사라지질 않았다. 지독한 괴롭힘이었다.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괴롭힘은 나아졌지만 아주 사라지진 않았다. ‘



못된 버릇이 여든까지 갈까 봐 걱정이다. 그래도 소매 속으로 손을 숨기거나 대일밴드 투성이진 않다. 아주 가끔 대일밴드를 붙이긴 했다. 그런 기간이 왕왕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핸드 로션과 바세린을 섞어서 자주 발라준다. 그것도 모자라 큐티클 오일을 발라서 영양까지 보충해준다. 내 손은 일 년 내내 기름기로 번들거린다. 스마트폰 화면에 손자국이 생겨서 닦아 내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손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의 결핍을 알아차릴 수 있다. 불안, 스트레스, 걱정이 쌓이면 손은 상처투성이가 된다. 그리고 대일밴드가 붙여진다. 대일밴드가 사라지면 마음의 안정이 돌아온다.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바세린을 손끝에 발랐다. 바세린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름진 손에는 결핍의 흔적이 있었다. 못난 손과 모자란 마음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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