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보다 아이슬란드 #8
셀포스는 데티포스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유명한 폭포인데, 우리가 첫날 머문 곳은 셀포스 시로, 당연히 폭포에서 머문 것이 아니다.
아이슬란드는 인구의 대다수가 살고 있는 주요 도시들을 제외하면 거의 인적이 드물기 때문인지, 집들도 제각각 이름을 갖고 있었다. 이 집의 이름은 아르바키(Arbaki)였다.
우리 넷은 당시 모두 직장인으로(나만 빼고 나머지 셋은 지금도 역시 직장인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모든 일정과 예약을 엘이 혼자 도맡았다(물론 엘 역시도 바쁜 직장인이었다). 사실 그 점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안해서 더 길게 말을 하지 않는 게 좋을 정도인데, 엘이 예약해둔 숙소들은 여행지와 별개로 모두 감동이었다.
첫날 레이캬비크에서 묵었던 센터호텔 씽홀트도 정말 좋았지만, 나름 빡빡한 둘째 날 일정을 마치고 도착한 이곳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하루의 마지막을 보내기에 더 할 나위 없는 곳이었다. 우리가 묵은 건물은 주인 내외의 본채에서 아주 조금 떨어진 곳에 지어진 별채 같은 곳이었는데 숙소로 쓰기 전엔 부모님을 모셨던 곳이라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집 표지판을 보고 차를 몰아 들어가던 순간부터, 집주인보다 훨씬 더 우리를 반겼던 세 마리의 개. 그냥 '반겼다' 정도로는 부족하고 너무 격하게 반겨줘서 얘들이 사람이 많이 그리웠나 보다 그랬다.
집 주변이 너무 예뻐서 얼른 짐만 넣어놓고 산책을 나갔다.
그동안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우리가 집 밖으로 나가는 걸 기다리지도 못하고 창밖을 맴돌던 보더콜리들이 내가 나가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왔다. 그러고는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어디론가로 뛰어갔다. 내가 자기들 속도를 못 따라가니까 몇 번이나 멈춰서 뒤돌아보고, 또 멈춰서 뒤돌아보고 하면서.
그렇게 보채는 개들을 따라 집 뒤편으로 나가니 사다리가 놓인 울타리가 나왔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남의 땅이라 가면 안 되는 곳인가 하고 차마 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개들이 한 마리는 이미 넘어가 있고 다른 한 마리는 사다리 꼭대기에 멈춰서는 내가 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닌가!
내가 사다리 가까이에 이르러서야 두 번째 개도 사다리를 넘어가고, 나머지 한 마리는 내 바로 뒤에서 나를 따라왔다. 그렇게 개들을 따라 사다리를 넘었더니 이런 곳이 나왔다.
여기를 보여주려고 이렇게 나를 보챘구나. 개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잘 따라오고 있나?
응, 나 잘 따라가고 있어!
그렇게 우리가 모두 울타리를 넘었고, 개들은 아주 신이 났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배가 고팠던 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돌아오는 길엔 흥분한 세 마리 중 하나가 결국은 사다리의 난간을 부셔먹고 말았다.
그러고도 한참을 더 개들은 우리 주변에 머물렀다. 어둑해지고서, 이제 자러 들어갔나 조금 섭섭했던 찰나, 넷 중 둘은 본채에 있는 샤워실을 쓰려고 밖으로 나갔는데 그때 다시 귀신처럼 어디선가 튀어나와 우리를 그렇게 핥고 또 핥았다.
하루 동안 우리를 격하게 반겼던 아이슬란드의 비바람, 폭포수, 보더콜리와의 해후 끝에 라면을 끓여먹고 마시는 맥주의 맛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하루 종일 놀라고 감탄하느라 내가 평생 쓸 감탄사를 하루 만에 다 소진해버리고 만 것 같은 그런 하루였는데, 그 살가운 개들이 나를, 우리를 저곳으로 데려가 준 그 순간을 떠올리면 그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몇 번을 떠올려도, 그저 꿈같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