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보다 아이슬란드 #9
여행 셋째 날 아침, 아르바키에서 떠날 채비를 했다. 뛰어다니던 개들이 짐을 차에 싣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에 다시 가게 되면 꼭 다시 묵고 싶은 곳, 아르바키를 떠나서,
가는 길엔 주유를 했다. 아이슬란드 주유소는, 당연한 얘기지만, 거의 무인으로 운영된다. 아이슬란드어 외에 영어 안내도 있으니 당황하지 말고 차근차근 설정하고 마지막에 카드를 긁어주면 된다, 고 하지만 우리도 할 때마다 새로웠던 것 같긴 하다. 그럴 땐 이렇게 일행이 힘을 합치면 된다.
아이슬란드는 아주아주 작은 구멍가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곳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주유하면서 내 외환카드를 사용한 경우에는 결제가 꼭 두 번씩 돼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광활한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가 속 좁게 여행자 대상으로 사기를 치겠냐는 마음으로 믿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카드 승인결과를 확인한 결과, 한 번은 디파짓(deposit) 개념이었던 것이므로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주유를 마치고, 셀야란즈포스(Seljalandsfoss)로 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 TPO와는 아무 관계없이 등산복을 많이 입는 걸 다른 나라 여행자들은 좀 신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에 갈 때는 등산복이야말로 TPO에 가장 맞는 옷이다. 폭포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방수가 되는 겉옷은 필수다. 등산 점퍼에 등산 바지, 등산화까지 갖추는 편이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에 두려움 없이 맞서는 데 좋다. 물과 눈이 많은 곳은 젖기 쉬고 미끄러지기 쉬우니까.
아이슬란드는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고, 나는 항상 어제보다 오늘 더 늙어가므로, 예쁘게 찍힌 사진을 포기할 수 없다면 바지 정도는 핏이 좋은 예쁜 바지로 입더라도, 방수 점퍼와 등산화는 꼭 챙기는 게 좋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장갑이나 방수팩 같은 걸 챙겨도 좋겠지만, 아이슬란드 여행에 최적화된 사진기는 아무래도 고프로가 아닐까 싶다. 사고 싶다, 고프로.
나는 오래전에 사두고 가끔 눈이 너무 많이 오는 날에 꺼내 신던 등산화를 신고 갔고, 불새와 앵은 트레킹화를 신었는데 폭포를 다녀오거나 눈밭을 걷고 나면 신발과 양말을 벗어 이동 중에 말려야 했다. 그들이 지난 9월 다시 아이슬란드에 갈 때는 기능에 충실한 등산화를 신고 갔는지 문득 궁금하네.
폭포 입구에는 샌드위치 등의 간단한 요기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컨테이너가 하나 있는데, 말했다시피 아이슬란드에선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 크게 권할 만 하지가 못하다. (추운 데서 고생하는 언니 미안..)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저런 데서 파는 샌드위치도 하나에 거의 만 원 정도다.
우리는 대체로 일정이 끝나는 저녁에 장을 봐서 저녁을 해 먹고, 아침도 해 먹고, 점심 도시락까지 싸서(물론 나는 설거지 담당이었다) 길 위에서 주로 끼니를 해결했다. 경치 좋은 데 차를 세우고 먹는 샌드위치가 얼마나 꿀맛인지는 설명을 생략한다.
아이슬란드에선 흔해빠진 게 폭포라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역시나 입이 떡 벌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 폭포의 위용은 샌드위치 트럭 위치에 있어도 느낄 수 있다. 이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랬는지, 폭포의 물방울들이 그곳까지 날아왔으니까.
저기 보이는 폭포의 안쪽에도 들어가 볼 수 있다. 대부분은 '폭포의 뒤쪽'이라고 부르던데,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는 폭포만 아는 거다.
이것이 폭포의 안쪽으로 연결되는 다리다.
폭포의 안쪽. 물이 하도 튀어서 가뜩이나 초점을 못 잡던 카메라가 더 헤매고 있다.
최대한 폭포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왜 두 다리를 똑바로 펴고 편안히 서지 못했는지는 저기 서 보면 알게 될 것이다.
폭포의 안쪽에서 나오면 바라다 보이는 풍경. 카메라도 물세례를 피하지 못했다.
셀야란즈포스에서 실컷 폭포 세례를 받고 벅찬 감동에 젖은 우리는 한 번 더 세례 받기 위해 스코가포스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