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보다 아이슬란드 #10
셀야란즈포스에서 맞은 폭포 세례 물방울이 채 마르기도 전에 스코가포스에 도착했다.
지금껏 본 중 가장 가깝고 선명한 무지개가 저 앞에 보인다.
조금 더 다가가고,
또 조금 더 다가가 봐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상했다. 지금까지 본 무지개들은 방향만 좀 바꿔도 금세 사라지거나 가까이 다가가면 볼 수 없었는데,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이 장면을 좀 더 우리의 눈에 가깝게 카메라에 담고 싶었던 한 사람이 스코가포스로 다가가,
경배한다.
경배드린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왜 똑같은 사진 자꾸 올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면 절대 같은 사진이 아니다.
폭포와 무지개에서 눈을 거둬 주변도 둘러본다.
셀야란드포스는 안쪽에서 한 번 더 보아서 좋았는데, 스코가포스는 위에서 한 번 더 볼 수 있어서 올라갔다.
무릎이 안 좋은 엘과 체력이 안 좋은 앵은 아래에서 봐도 봐도 지겹지 않은 스코가포스와 무지개를 감상하고 양들과 놀고 있다.
내 발아래 무지개가 있다.
양들이 풀을 뜯고,
또 뜯고,
스코가포스에서 나와, 이때까지만 해도 다음에 만날 장소가 얼마나 경이로운 곳일지는 생각도 못한 채 차를 타고 달리는데, 금세 또 다른 폭포가 나온다. 여행자들은 이제 저 정도 폭포 앞에서는 잘 멈춰 서지도 않는다.
양들의 식량이 바람을 견디고 있다.
이다음 행선지는 Vik의 Vik 언덕이다. 2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각하는 것만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그 곳, Vik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