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날, Big3폭포 데티포스(Dettifoss)

꽃보다 청춘보다 아이슬란드 #18

by Mihyang Eun

데티포스(Dettifoss)는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라고 한다. '세계 3대'의 기준은 크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영화 <프로메테우스>에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아이슬란드는 이제 흔한 영화 배경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그 날 함께 눈길을 걸어 들어가 그 커다란 폭포 앞에 서 보았다는 것이다. 두려움을 함께 느끼고 다시 무사히 그곳에서 빠져나와 다시 길을 갔다는 것이다.


이 어마어마한 눈밭을 보고 나는 약간 두려웠던 것 같다.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데티포스 입구에는 간이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불새와 앵이 끝도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서 폭포를 찾아 들어가고, 엘은 화장실에 긴장감을 비우러 들어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엘, 그 앞에 불새와 앵, dettifoss, iceland, 201309


걷는 사진만 봐도 긴장감이 느껴진다. 아장아장, 대자연 속에선 그렇게 걷게 된다.

앵, dettifoss, iceland, 201309


먼 길 떠나기 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엘과 불새, dettifoss, iceland, 201309


폭포 앞으로,

불새, dettifoss, iceland, 201309
dettifoss, iceland, 201309


쌓인 눈이 길을 덮어버리는 바람에 발자국이 어지럽다.

dettifoss, iceland, 201309


드디어 보이는 폭포.


솔직히 '아름답다'라는 생각보다는 '무섭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dettifoss, iceland, 201309
dettifoss, iceland, 201309
dettifoss, iceland, 201309
dettifoss, iceland, 201309


위에서, 몇 발짝 떨어져서 내려다보는 데티포스의 모습.

dettifoss, iceland, 201309
앵과 엘, dettifoss, iceland, 201309
불새와 나와 엘, dettifoss, iceland, 201309 by anne


저 길을 따라 내려가면 좀 더 가까이서 폭포를 볼 수 있다.

dettifoss, iceland, 201309


하지만 나는 내려가지 못했다. 나는 원래 '트라우마'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다. 복숭아 먹고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한 후에도 복숭아가 먹기 싫어지지 않고, 어렸을 때 집에 불이 난 적이 있지만 불만 봐도 까무러칠 정도로 불이 무섭지는 않다. 남들이 무서워하는 만큼 딱 그 비슷하게 무섭다.


그런데 이상하게 미끄러운 눈길에 대해서는 꽤 강력한 트라우마가 형성돼 있는 편이다. 중학생 때 굉장히 심하게도 아니고 미끄러운 눈길에 엉덩방아를 한 번 콩! 찧은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미끄러운 내리막길이 너무너무 무섭더란 말이다. 엉덩이가 너무 아팠던 걸까, 너무 부끄러웠던 걸까, 그도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와서 데티포스에는 한 번 내려가 보고 싶어서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입구까지 갔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거기 서서 고민하는 와중에도 오가는 사람들이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내가 거기를 내려가기 시작하면 시간이 굉장히 많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지체될 것 같았다.


나 때문에 일행들이 기다리면, 그들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나는 미안하고 초조해질 것이고, 그러면 그 길은 더욱 무서운 길이 되겠지. 그래서 나는 내려가지 않고 위에서 엘이 미끄러지는 동영상을 찍었다.

이 동영상의 제목은 'sliding elanor'다. 동영상 찍기가 무섭게 엘이..
dettifoss, iceland, 201309
dettifoss, iceland, 201309
dettifoss, iceland, 201309
dettifoss, iceland, 201309
dettifoss, iceland, 201309


일행들이 올라오길 기다리면서, 누구도 밟지 않은 눈밭을 구경했다.

dettifoss, iceland, 201309
dettifoss, iceland, 201309
dettifoss, iceland, 201309


데티포스에서 나와서 우리는 차 안에서 점심을 먹었다. 숙소에서 점심을 준비해서 나왔는데, 빵에 소시지와 치즈를 얹은 건지, 소시지를 식빵으로 감싼 건지 모를 정도로 두툼한 소시지와, 식빵 두께만 한 치즈와, 식빵뿐이었던 저 샌드위치가 지금도 한 번씩 생각난다. 다시 한 번 데티포스의 거대한 물살과 흰 눈밭을 실컷 구경하고 난 후 저 기형적인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

dettifoss, iceland, 201309


여행 내내 차가 차이자, 식당이었다.

dettifoss, iceland, 201309 by ela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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