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왠지 매번 오르던 산에 오르고 싶지는 않은 기분이 들어 조금 걸어 나갔다. 어제 세븐일레븐에서 본 고양이도 보고 싶고, 맥주도 좀 더 사고 겸사겸사.
원래는 스멜츠 뒤쪽에 있는 산책로 따라 올라가 보려고 했는데 예전에 분명 산책로가 있다고 생각됐던 그 길은 낙엽이 가득 덮여 있었고 낙엽이 덮여 있지만 여전히 어떤 길이 있었고 그 위에 낙엽이 덮여 있는 거라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한 길이라 한 5미터 정도 올라가 봤지만 이내 포기했다. 낙엽은 밟으면 으스러질 것처럼 바싹 말라 있었지만 동시에 미끄러웠고 올라가는 건 그렇다 쳐도 다시 내려올 일이 무서웠고 어쩌면 이 정도로 낙엽이 쌓인 건 여기는 아무도 다니지 않는, 예전엔 길이었으나 더는 길이 아닌 그런 길이 돼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또 무서웠기 때문이다.
금세 포기하고 내려와 상점들이 가득한 길을 따라 걸었다. 진짜무릎도가니탕 집 앞을 지났다. 그게 진짜 무릎이라고 생각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거나 혹은 몸에 좋겠다고 생각해서 조금 그렇긴 해도 남기지 않고 먹어둬야지 생각하거나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했고, 아무래도 그건 좀 그렇지 않나,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아서 동물을 음식으로 섭취할 때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게 진짜 무릎도가니로 만든 거라는 걸 떠올리게 되어 되려 먹기 싫어질 수도 있고, 그러니까 저 간판은 사실 어느 정도는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데 의도와 달리 결과적으로 기여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간판이었다. 그저 찬 바람맞으며 좀 걷고 싶을 뿐이었는데 누군가의 무릎도가니와 그 무릎도가니로 어디든 걸어 다닐 수 있었을 얼굴들과 그걸 먹는 사람들, 그걸 먹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는 데 많은 걸음을 썼다.
조금 더 걸었을 땐 건물 2층에 위치한 무한리필 게장집 입구 계단 첫 번째 칸을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오르내리며 운동하는 빨간 앞치마 입은 사람을 보았다. 추운 바깥에서 저렇게 하면 무릎에 무리가 가진 않을까 생각하며 지나왔는데 손님 없는 식당 안에서 빨간 앞치마를 입고 하염없이 앉아있는 것보다는 어쨌거나 여러 가지로 좋을 것이었고, 멀리 가지 않으면서도 계속 걸을 수 있으니 그저 걸으러 나온 나로서는 결국 좋은 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런 반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