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3시간 가량 일한 여파로 오후부터 내내 하품을 해대다가 초저녁에 결국 잠들고 말았다. 초저녁잠은 결국 밤잠을 방해하고 불규칙한 밤잠은 다음날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가장 이겨내기 어려운 것이 초저녁잠인 것 같다.
결국 자다 깼다. 일찍 잠들어버려 못 놀아준 그니와 으니랑 놀아주고 영양제 챙겨먹고 어제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
어제의 일기에서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라는 제목이 자극적이라고 썼는데 오늘은 또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긴다는 말을 떠올리는 순간 그 반대편에 있는 진다는 말이 떠올라서, 이기거나 혹은 지거나 하는 프레임 안에 갇히는 것이 싫어서 나도 모르게 조금 거부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천안함 사고 원인 규명이나 희생장병에 대한 추모에 가려져 있었던 천안한 생존장병과 그들의 고통, 고통을 말하기 어렵고 말하더라도 인정받지 못하는 데서 더하여 뒤따르는 또다른 고통에 집중하면, 그들에게는 이후의 삶 자체가 싸움이고 투쟁이었을 거다. 그래서 그들이 그 투쟁에서 이겼으면 하는, 아직 그러지 못했더라도 미래에는 반드시 이기는 것으로 미리 정해두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가끔 내가 쓴 소설이나 그 소설들을 모아 만든 소설집이 꼭 필요한 책이었을까, 생각한다. 분명한 건 나 자신에게는 필요한 책이었다는 거고, 불분명한 건 다른 이에게도 필요한 책일까 하는 건데, 김승섭 교수의 이 책은 두 번 고민할 것도 없이 필요한 책이라는 것이다. 그들을 위한 이야기가 쓰여져야 그 이야기 속의 그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겪은 일, 앞으로 겪어야 할 일에 대해서도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 모든 사고로부터 생존한 피해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언제고, 하고 싶을 때까지,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