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보다 아이슬란드 #28
아침 일찍 달빅에 도착해 북극해로 배 타고 나가 돌고래 보고, 대구 낚아서 구워먹고, 달빅 시내에 있는 카페에서 거센 해풍 맞고 돌아온 몸 녹이고, 달빅 출신의 아이슬란드 최장신 '거인 바이킹' 박물관도 구경한 다음 우리는 드라이브에 나섰다.
숙소는 전날과 똑같이 아쿠레이리에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목적지 없이 멈추고 싶을 때까지 갔다가 지금쯤 돌아와야겠다 싶으면 다시 돌아오기로 했던 것 같다.
달빅 옆 동네로 가기 위해서는 차 한 대만 지날 수 있는 동굴을 터널을 통과해야 했는데, 여수에 있는 일차선 터널처럼 중간중간 움푹 파인 공간이 있어서, 맞은편에서 차가 올 경우 그 공간을 이용해 기다렸다 통과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운전이란 걸 하게 된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얼마 되지 않은 나도, 어느 날 갑자기 차를 타고 목적 없이 달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훌쩍 드라이브에 나섰는데 주변 풍경이 이렇다면,
이 동네는 온통 눈과 바다뿐이야.
지루해.
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
가끔은 아이슬란드에 살고 있는 사람이 부럽지만 여행자의 특권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 아닐까 생각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더 이상 자세히 보고 예민하게 느끼고 감동하지 않는 곳을, 누구보다 꼼꼼하게 보고 받아들이고 마음에 남겨둘 수 있게 되는 것.
드라이브 가는 길에 이미 조금씩 붉은빛이 구름 사이로 새어나와 바닷물을 덥히고 있었다.
조금 달리다 보니 작은 마을과 휴게소가 나타났다. 차들은 이곳에서 주유하고,
사람들은 이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거나 그간 마신 것을 비워낸다.
그리고 휴게소 한 켠에는 어디서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어디로 가는 건지 모를 한 무리의 바이커들이 잠시 쉬고 있었다.
잠시 쉬었다 다시 돌아오는 길.
아까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던 풍경을 이번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는 것 말고는 차이가 없어야 할 같은 풍경이지만, 같은 풍경이 아니었다.
구름이 움직이고, 해는 낮아지고, 잘은 몰라도 저 멀리 산의 눈 또한 조금 더 딱딱하게 얼었거나 조금 더 녹았을 거다.
우리는 다시 달빅 시내로, 그리고 숙소가 있는 아쿠레이리로 돌아갔다. 계속해서 가보지 못한 길을 가다가, 단 하루였지만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뭔가 이곳을 조금 더 잘 알게 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