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보다 아이슬란드 #32
여덟 번째 날 숙소가 있는 곳은 그룬다르표르두르(Grundarfjördur)였다. 아이슬란드 서쪽 스내펠스내스(Snæfellsnes) 반도에 있는 작은 마을로, 그루나르표르두르를 검색하면 나오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키르큐펠(Kirkjufell)산이다.
그룬다르표르두르에는 18세기 말에 상거래가 허락되어 1800년부터 많은 프랑스 상인들이 이곳에 정착해 교회와 병원 등을 지었고, 그중에는 어업으로 큰 돈을 번 사람들도 적지 않아 비교적 고급 주택 건물들이 많은 곳이라고 한다.
스티키숄무르를 떠나 그룬다르표르두르까지 오는 길은 멀지 않았지만, 바닷가 쪽에 인접해 있는 숙소는 찾느라 좀 헤매었는데, 첫 번째 사진이 숙소에 도착해서 찍은, 숙소에서 보는 그룬다르표르두르 마을의 모습 일부다.
우리는 일단 짐부터 부려놓고, 해가 지기 전에 인근 언덕(?)으로 산책을 갔다.
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우리가 차를 세워놓은 뒤편으로 간이 화장실 같은 건물이 보이고, 그 옆에 조그만 텐트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선 놀랍게도 한 여자가 캠핑을 하고 있었다. 풍경이 워낙 넓게 펼쳐져 있어서 텐트가 더 작고 약하게 보인다.
왠지 모를 존경심을 느껴 우리가 갖고 있던 라면을 그녀에게 주고 싶었는데, 그래서 라면을 줬던가, 생각만 하고 못 줬던가는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텐트를 지나,
산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불새가 여행 동안 앵의 전매특허 포즈였던 측면으로 상체 기울이기 포즈를 시전하고 있다.
산책을 마친 후에는 키르큐펠(Kirkjufell)산을 보려고 다시 차를 타고 조금 달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키르큐펠산을 제대로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그 산 앞에서 저기 올라갈 수 있을까 없을까 이야기 나눴던 기억은 선명한데, 이상하게 사진이 없다.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오는 길에 보너스에 들러 사 온 것들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전적으로 설거지 담당이었으므로 주로 요리하는 다른 일행들의 사진을 찍었다.
그룬다르표르두르 호스텔은 게스트하우스로, 주방을 함께 쓴다.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엘은 마트에서 능력을 뽐냈다. 독일어 단어와 아이슬란드 단어 중 비슷한 것들이 꽤 있어서 생선이나 고기의 이름을 유추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엘 덕분에 곤들매기(Arctic Char)를 사서 구워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여덟 번째 날의 저녁은 곤들매기 구이와 스파게티.
그리고 에일스 상표가 붙은 맥주도 빠뜨릴 수 없다.
그렇게 저녁을 먹기 시작하는데, 창 밖으로 본격적으로 해가 지기 시작했다.
맛있는 식사와 맥주를 눈 앞에 두고도 한참 동안 일몰을 감상했다. 저런 풍경을 눈 앞에 두고 어떻게 밥 먹는 데 집중할 수 있었겠는가. 더구나 우리는 벌써 다음 날 레이캬비크에서의 마지막 밤을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