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다니

꽃보다 청춘보다 아이슬란드 #2

by Mihyang Eun

아이슬란드에 처음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sigur rósheima를 처음 봤을 때였다.



'Heima'는 아이슬란드어로 '집으로'라는 뜻인데, 시규어로스가 아이슬란드 곳곳에서 게릴라로 공연을 하는 장면들을 담은 영상이다. 세계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시규어로스는 2주 동안 예고 없이 아이슬란드 이곳저곳에서 라이브로 노래하고 연주를 했다. 이렇게.



영상 내내 이런 장면들이 막, 막, 계속 나온다. 이런 장면들을 막, 막, 계속 보았던 것이 2007년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다


라는 말을 백 번쯤 한 것 같지만 이 말은 마치


달에 가고 싶다


와도 비슷한 뜻으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미 두 번이나 혼자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고 온 창수가 우리를 꾀었다. 자기와 함께 가면 열흘 동안 인당 200만 원으로 아이슬란드의 가장 아름다운 곳만 보고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창수는 이 여행에 함께 하지 못했고 우리는 열흘 동안 각자 대략 300만 원 정도를 쓰고 돌아왔다. 다들 바빴던 탓에 비행기 티켓을 미리 사두지 못해서 300만 원 중 200만 원은 항공권을 사는 데 썼는데, 지금 구글(https://www.google.com/flights)에서 인천-레이캬비크 왕복 항공권을 검색해보니(이것은 나의 취미생활이다) 최저가가 110만 원 정도로 뜬다. 200만 원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렌트한 차는 사람 넷과 각자의 짐을 싣기에 매우 적당한 사륜구동이었고, 숙소는 거의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집을 통째로 빌렸던 날이 많았는데, 이래저래 아이슬란드에 함께 여행 가기 좋은 숫자는 '넷'인 것 같다.






그렇게 넷이서 함께 한 9박 11일 중 첫날은, 대부분 이동하며 보냈다.


인천 공항에서 핀에어를 타고 핀란드 헬싱키 공항으로,

helsinki-vantaa airport, finland, 201309


아이슬란드 에어를 타고 다시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공항으로,

아이슬란드는 주류를 파는 가게가 따로 있으므로 거기가 공항이건 어디건 간에 보일 때 미리미리 사둬야 한다. 맥주인 줄 알고 샀는데 보리맛 음료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좌절감이란!


비행시간은 총 14시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전 기록을 찾아보니 이렇게 써놨다.


오전 10시 20분에 출발해서 트랜스퍼 1번 포함 14시간 반이나 지난 후에 케플라비크 공항에 도착하면 겨우 오후 4시. 그러니까 나는 시간을 여행하는 것이다.


그렇다. 아이슬란드는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다만, 숙소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저녁이었고, 태풍이 지나가고 있었고, 배가 고팠기 때문에 우리는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사진을 잘 못 찍기도 했지만 대단히 맛있는 맛도 아니었다. 아이슬란드 식당들은 대체로 그랬기 때문에 맛집 찾아다니느라 애쓰는 것보다는 잠시라도 창밖을 더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유명해 보이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얼굴만 한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사 먹고

valdis, reykjavik, iceland, 201309


valdis, reykjavik, iceland, 201309


valdis, reykjavik, iceland, 201309


공항에서 사 온 맥주를 한 캔씩 마신 다음,

centerhotel thingholt, reykjavik, iceland, 201309


다음날을 기약하며 모두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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