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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Nov 02. 2019

음식 이야기 - 간수 없이 두부 만들기

뉴질랜드에서 산골부부처럼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으로 나뉘어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에 살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날씨는.... 딱 한마디로 말하기가 힘들 정도로 제멋 데로다.

물론 사계절이 모두 있지만... 하루에도 사계절이 존재하는 그런 날씨이니까...

오늘도... 아침에는 서늘했다... 5도 정도~ 그러다가 지금은 강렬한 태양이 내리쪼인다...

'어머~ 여름이 왔나 봐???' 하다가도 그늘에 앉으면 영락없이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봄인 그런 날씨~

어쨌든... 그 나라에 몇 년을 살아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그 나라의 날씨조차 논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남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때의 계절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비가 부슬부슬 오는 어느 날이었다.

온돌판넬을 깔고 마치 한국 거실처럼 만들어둔 거실 한 곳에서 이불까지 덮고 나란히 누워 한국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제목도 기억은 나지 않는데... 산촌의 어느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노부부의 일상을 담은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할머니의 잔소리에 아랑곳 않고 할아버지가 뚝 던진 한마디..."두부가 묵고 싶네~" 그 한마디에 하던 잔소리에 얹어 구시렁거리면서도 두부콩을 물에 불려 두부를 만드는 할머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두부를 후루룩 마시며 오래 세월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닮은 웃음소리... 뭐 그런 내용이었다...


무심히 TV를 보던 남편... 나를 흘깃 보며 "할멈~~ 나도 두부가 묵고 싶네~" 하며 TV 속 할아버지 흉내를 내며 웃었다.

나이를 먹으니 저런 게 다~ 먹고 싶다는 부연설명을 해가며... 물론 남편은 농담이었고 한 번도 집에서 두부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없는 말 그대로 서울 사람이었기에~ 그저 한번 해 본 말일 뿐이었다.

"그래??? 한번 해볼까?"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겨울이면 장작을 지펴 두부도 만들고 조청을 달여 종류별로 엿도 만들고 한과도 만드는 그런 일상을 보고 자랐기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해 버렸다.


그렇게 보지도 않던 프로그램을 우연히 봤을 뿐이었는데... 일이 커졌다.

그 후로 인터넷을 뒤지고 유튜브를 보고... 두부 만들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간수를 만들 수도, 구할 수도 없으니...  간수 없이 두부 만들기에 돌입했다.

첨에는 콩을 500그램씩 불려서 레시피를 따라 해 보다가 실패!

식초를 간수삼아 한답시고 이곳에서 파는 식초를 두서너 종류를 사서 해 보았는데 실패!

그렇게 죄 없는 콩만 '불렸다 갈았다 끊였다 버렸다'를 반복했다.

산도가 문제인가 싶어서 한인 마트에서 현미 3배 식초를 사서 부글부글 끊어 오르는 콩물에 살포시 부었다.

마치 요술봉을 휘두른 것처럼 몽글몽글 콩물이 뭉치고 순두부가 되고...

거의 한 달은 매달렸던 듯하다.

그렇게 '간수 없이 만든 두부'가 탄생되었다.


300그램의 콩을 불리면 큼직한 두부 한모가 나오고... 150그램의 콩을 불리면 4 식구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순두부가 나온다.

두부 만들기에 성공을 한 후에 주위에 아는 벗들을 모아 놓고 시범도 보이고~ 순두부 찌개에 두부김치를 해서 수다를 떨며 고향의 정도 나누고...

물론 두부를 만들고 덤으로 생기는 비지나눔까지 할 수 있으니  '콩 300그램의 행복'인 셈이다.


나는 오늘도 콩을 불린다.

이번엔 텃밭에서 고개를 내민 쑥을 넣고  '쑥두부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보려고...

이쯤이면 비록 뉴질랜드에 살고 있지만... 한국의 어느 산골마을의 향기가 나지 않는가?



< 간수 없이 두부 만들기 레시피>

1. 두부콩(노란 콩) 300그램을 물에 불린다. (8시간~ 12시간 정도)

2. 불린 콩의 2.5배~ 3배의 물을 준비하고... 물을 부어 곱게 간다...

(찬물 250g +소금 1숟가락 + 양조 3배 식초 3숟가락을 넣고 간수 대용으로 사용할 식초 물을 만들어 둔다.)

3. 간 콩을 베주머니에 넣고 짠다... 이때 남은 물을 베주머니 안 간 콩에 부어주어 진한 콩물을 만든다.(이때... 남은 물의 반만 넣고 꼭 짜고... 나머지를 넣고 비지를 조물조물한 후 또 짜주면 더 진한 콩물을 만들 수 있다.)

4. 콩물은 저어가며 끓여준다... 거품이 올라오면서 끊으면 불을 끄고 거품을 가라앉힌 후 다시 한번 끓여준다.

5. 두 번 끊어 오른 콩물에 불을 끄고 미리 준비한 식초 물을 냄비 끝부터 원을 그리며 부어준다.

6. 이때... 주걱으로 왔다 갔다 한 번만 저어주고... 다시 한번 끓여준다. (단 끊으면 바로 불을 끈다.)

7. 15분 정도 놓아두면 서로 엉겨 붙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다.

8. 면포에 부어 순두부로 먹거나... 두부틀에 넣고 20분 이후에 두부로 먹을 수 있다.
!!! 5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두부와 분리된 물 색깔이 맑지 않고 우윳빛이라고요???
그러면... 식초 물을 더 만들어 골고루 넣으시고 다시 한번 끓여주세요~!!! 

https://blog.naver.com/nzarirang/221181360106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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