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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Nov 05. 2019

음식 이야기- 만두 그리고 원톤 (1)

뉴질랜드에서 만두 만들기

친정은 종가다.

시골에서 살 때는 땅속에 묻은 김치항아리가 몇 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김치 종류도 일일이 나열하기도 버거울 정도였고...

밥상에 포기김치, 총각김치, 동치미, 파김치, 갓김치... 김치만 올려놓으려고 해도 상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결혼해서...

나는 냉장고에 있는 김치를 종류대로 이쁜 그릇에 담아 식탁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남편을 맞았다.

남편의 그 얼굴 표정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게 뭐지?' 하는 어이없는 얼굴 표정...

그날부터 김치는 딱 한 가지만 올려놓으라고 협박인지 부탁인지를 받았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지만, 김치를 싫어하는가 보다고 여겨져서 그 뒤로 김치는 딱 한 가지만 돌려가면서 식탁에 올렸고 나는 아쉽지만 한 가지씩만 먹었다.


친정엄마는 김장도 200포기 이상을 했었던 것 같다.

서울로 이사를 한 후에도 200포기를 하는 것을 보았으니까... 아마도 시골에 살 때는 그 이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장을 하는 철이 되면 온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 모여서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김장을 했기 때문에 몇 날 며칠을 절인 김치에 김장 속을 싸고, 운이 좋은 날에는 돼지고기 삶은 보쌈까지 얹어 먹을 수 있었다.


결혼을 하니...

남편은 김장은 무슨 김장을 하느냐고 했고 시어머님은 그저 몇십 포기 정도 해서 옥상에 둔 김치 항아리와 냉장고 김치통을 채우는 정도였다.


겨울이 되면, 친정에선 김치찌개가 심심치 않게 주 메뉴로 올라왔고 신김치에 얹은 꽁치 찜에 시원한 동치미가 늘 밥상을 차지했다.

만두를 하는 날이면, 친정아버지가 팔을 걷어붙이고 어마어마한 양의 밀가루 반죽을 하고, 엄마는 신김치를 다지고 숙주에 두부를 넣은 김치 만두소를 만들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만들었다. 

물론 설이 되면 만두를 빚고 찌고 얼리고...(냉장고가 없던 시골에선 날씨가 추워서 대나무 채반 위에 올려서 얼려놓고 먹었다.) 온 식구가 일주일 내내 만둣국이 올라와도 후룩후룩 너무 맛있다고 잘 먹었었다.


시어머니표 만두는...

만두 하면 김치만두가 최고라고 여기고 있었던 나의 예상을 뒤엎고 김치를 포함한 다른 재료들과 비슷한 양의 돼지고기 다짐육이 들어간 고기만두를 그것도 어른 주먹만 하게 만들었다.

친정엄마는 동글동글하고 작게 빚었다면 시어머님은 튀김만두처럼 넙적하고 큼지막하게 빚었다.


이렇게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집안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 살 때는.... 만두를 내가 빚어서 먹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친정 가면 친정엄마표 만두를 먹었고, 시댁에 가면 시어머님 표 만두를 먹었으니까...

이곳 뉴질랜드에 와서 살면서... 못하는 것 빼곤 다 하게 된 나는... 

그래도 김치는 넣어야지 싶어서 양배추로 김치를 담가 푹 익힌 후에...

커터기로 다지고... 두부를 넣고... 숙주를 넣고... 고기를 넣고... 해서 만들었다.


그러니...

만두를 한번 하려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양배추로 담그던 배추를 사서 담그던... 어쨌든 김치부터 담가야 했으니까...

처음엔 밀가루 반죽까지 해서 만두피까지 만들다가...

중국 샵에서 만두피를 팔기에 만두피는 사다가 만들었다...

손이 큰 나는 1박 2일에 걸쳐 400개씩 만들어 냉동실을 꽉 채웠는데... 그러고 나면 부자가 된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나...

며칠씩 만둣국을 끊여보진 못했다.

저녁만 한식을 먹으니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언제부턴가....

김치만두는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

나에게 신세계가 열렸으니까...

아주 간단하게 만두를 만드는 법이...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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