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 주인장이 알려주는 구석구석 제주 이야기 (01)
제주라면 삼다도라 돌, 바람, 여자가 많다 하여 그리 불렸다고 하는데 하루하루 제주 생활이 쌓이면 쌓일수록 과연 그렇네 끄덕이게 된다. 더할 말이 많지만 차치하고 일단 돌의 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제주이니 돌을 테마로 한 돌문화공원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돌, 문화, 공원
뭔데
돌문화공원이라니 사실 좀 이상한 네이밍 아닌가.
돌, 문화, 공원. 뭔데.
사전 정보가 전혀 없으니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당최 무엇이 전시된 곳인지 좀처럼 상상하기가 쉽지 않지만, 한적하고 아름다운 남조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전시야 어찌 되었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윽고 도착지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따라 차를 꺾으니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부터 웅장함이 대단하고 매표소를 지나 초입부터 임팩트가 압도적이다. 방문했던 날 학생단체와 입구에서 겹쳐버려 다소 복잡한 시작이었던지라 찬찬히 즐길 수 없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시작부터 넋을 놓고 발길이 묶여버릴 뻔.
전체적으로 주변 자연과의 어울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기획의도에 맞게 박물관 건물의 외관도 유난하지도 촌스럽지도 않으며, 내부에 들어서면 큰 창 밖으로 보이는 경관이 그 어떤 그림 액자보다도 아름답다. 박물관에 돌이나 있겠지 싶었던 얕은 생각과 달리 전시물도 놀라울 정도다. 아, 물론 대부분의 전시물이 돌이지만 그러니까 어떤 느낌 인가 하면 광기 어린 천재의 집착이 집약된 듯하달까.
실로 방문 이후 놀라움을 넘어선 경이로움에 주변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더니 원래 이 곳의 전시물들이 개인 수집품이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해 주면서 한결같이 정말 대단하다는 칭찬이 이어졌던지라 궁금증이 생겨 팩트를 확인하기로 했다, 라기보다는 홈페이지에 기획의도와 소개 자료를 찾아보니 원래는 탐라목석원이라는 개인 소유의 전시관이 제주시와 협약을 통해 개발되었으며 아직도 완성형이 아니라는 사실.
도대체 뭘까. 저런 전시물들을 모으는 취미라니. 도대체 어떤 사람인 건가.
전시물들만큼 흥미로웠던 것은 기획의도에 작성되어 있는 글이었다. 보통 기관 소개라던가 기획의도에는 사무적이고 마지못해 그럭저럭 작성된 듯한 느낌의 글들이 있는 것과 달리 실제 돌문화공원을 조성하기까지의 고민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느낌의 글이어서 도대체 어떤 멤버들로 구성된 조직인지 좀 궁금한 정도랄까.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돌문화공원에는 그저 돌들만 그득히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제주도라는 돌섬의 생성과정, 돌, 나무, 그리고 제주의 생활양식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데다 그 저변에 제주의 탄생설화인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이야기'가 시종일관 흐르고 있어 전시가 조잡하지 않고 중심을 잘 잡고 있는 느낌이라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전시공간으로 자랑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네. 돌, 문화, 공원. 맞네.
돌, 문화, 공원
맞네
전시의 내용을 떠나 드넓은 대지에 자리하고 있는 돌문화공원은 자연과 어우러져 그 자체로도 하나의 멋진 전시물과 다름이 없으니 전시에 관심이 없는 이라도 멋진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니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장소라 하겠다. 그런 만큼 실내, 실외를 포함해 어마어마한 규모인지라 제법 걷기를 각오해야 마음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인데 요즘처럼 야외를 걷기 좋은 날씨라면 꼭 추천하는 여행지다.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니 편한 신발은 필수.
아, 이건 비밀인데 화창한 날도 좋지만 살짝 부슬비가 오고 안개가 낀 날엔 더 멋지다고 하더라. 그렇다더라고.
덧. 그나저나 솔직히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설화 좀 괴이하지 않나? 음,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