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 주인장이 알려주는 구석구석 제주 이야기 (06)
제주는 뭐가 맛있어?
맛있는 거 먹으려면 어디 가야 해?
세상에나, 친구들아. 리쓴.
내가 진실을 말해주지. 잘 들어, 다시 한번 리쓴.
맛있는 건 전부, 전부 다 서울에 있어. 알겠니?
뭐 때때로 성게철에 해녀 할망들이 방금 작업하신 성게알을 잔뜩 사다가 숟가락으로 마구 퍼 먹는다던가, 한치나 무늬오징어를 바로 낚아 올려 싱싱할 때 먹을 수 있는 정도로 소소한 시골살이의 즐거움을 빼고는 말이야.
사실 말이 말이지, 요즘 강남에 한 골목 건너 한 개씩 생기는 평양냉면집이라던가, 달달하게 숯불에 구워내는 질 좋은 돼지갈비 같은 것은 사치 중의 사치요. 심지어 브랜드 배달 피자나 프랜차이즈 빵집도 귀한 것이 바로 시골의 삶
빵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제주에서 가장 흔한 빵은 케이크류이고 그중에서도 당근케이크와 티라미수는 아아, 이제 그만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어딜 가도 풍년이지만, 오히려 흔한 프랜차이즈 빵집은 귀하디 귀해 맛있는 식빵 하나 사기가 그리도 어려웠는데 이런 사막에 오아시스 같은 한 줄기 빛이 생겼다.
다니쉬 베이커리는 관광지로 유명한 함덕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중심가에서는 한참도 멀리 떨어져 있어 그냥 오며 가며 눈에 띄지도 않는 골목 안쪽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외관이 참으로 귀여워 일본의 지유가오카 골목 한 구석에 위치한 작은 빵집을 연상케 한다. 마치 문을 드르륵 밀고 들어서면 아오이 유우 같은 귀여운 점원이 정갈한 린넨 앞치마를 메고 해사하게 웃어줄 것 같지만 실상은 시커먼(...) 남자 사장님 두 분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작은 베이커리인 만큼 메뉴 라인업이 다양하지는 않은 편이다. 데니쉬 식빵이 메인이고 그 외에 크루아상과 같은 페이스트리류의 빵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확실히 자신 있는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구나 짐작케 하고, 맛을 보는 순간 그 짐작이 확신이 된다.
처음 데니쉬 식빵을 집으로 사 들고 와 한 조각을 뜯어서 입에 넣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고, 다음날 두툼하게 썰어 냉동해 두었던 빵을 굽고는 다시 한번 박수. 심지어 J에게 최근에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는 것 같아!라고 외쳤으니 말 다했다.
다만 가격이 높은 것이 유일한 흠.
데니쉬는 식부관 식빵 뺨을 호되게 후려치는 가격이요, 크루아상도 파리 가는 유류할증이 붙은 건가 싶을 정도지만 그만큼 좋은 재료로 이 맛을 계속 유지해 주셨으면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아직 오픈 초기 단계인만큼 방문 때마다 메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 언제 또 더 맛있는 빵이 뿅 하고 나타날지 기대하는 재미는 덤.
2층에 자그마한 공간이 있어 빵을 먹고 갈 수도 있는데 혼자 여행 온 여행객이라면 아침 일찍 들러 갓 구운 빵을 들고 2층에 올라가 매거진B 한 권 펼쳐 놓고 책장을 팔락 팔락 뒤적이며 고즈넉한 아침의 함덕 골목길을 감상하며 여유를 찾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