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 주인장이 알려주는 구석구석 제주 이야기 (09)
제주뿐만 아니라 국내의 다양한 관광지를 다녀보면 때론 아쉬움이 드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 아쉬움의 근원적인 이유는 대부분 미의식과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데 조악스러운 꾸밈으로 본질을 해친다던가, 과도한 상업성이 부른 참담한 촌스러움을 보는 일이 어렵지 않달까. 그런 면에서 보롬왓은 조금 놀라운 정도였다.
메밀꽃밭이 아름답다고 이미 제법 유명세가 있는 곳인지라 바닷가 마을에서 오래간만에 영차영차 중산간으로 향했다. 골프리조트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가는 길도 정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는데 주차요원들이 주차 정리를 하고 있어 혼란함이 적다.
이때껏 입장료 없이 운영되던 곳이었으나 방문한 당일 (6월 1일)부터 유료 운영으로 전환되어 아, 이거 아쉽네 라고 생각했는데 입장권을 내부에서 젤라또로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입장료 안 내고 젤라또 안 먹는게 더 좋은데,라고 줄을 서 있는 내내 투덜투덜 입을 댓 발 내밀었던 것도 잠시, 젤라토를 받는 순간 불만이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은은한 향을 풍기는 연보라색 젤라또는 홋카이도의 팜 도미타에서 사백오십 엔인가 오백 엔을 내고 사 먹었던 그것보다 훨씬 맛이 좋았고 라벤더 드라이플라워까지 한 가지 올려서 내어주는 비주얼도 훨씬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방문했을 때에는 메밀꽃이 한창이었는데 워낙 넓은 부지를 가지고 있어 그때 그때 꽃이 한창인 스폿이 있는 모양인데, 이 날은 공장 뒤편이 꽃이 예쁘니 꼭 가보라고 알려주셨더랬다. 그리고 그 공장까지도 인더스트리얼 느낌이 가득한 힙한 공간이어서 다시 한번 놀라고.
메밀 외에도 청보리, 라벤더 등이 넓게 심어져 있어서 시기별로, 또 파종된 밭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진을 찍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싶다.
앞서 우리나라 많은 관광지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느꼈던 지점과 달리, 보롬왓은 세련되다. 제주한울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운영되는 곳이라고 하는데, J와 보롬왓을 돌아보는 내내 '보는 안목, 되는 기획'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운영되는 곳이라는 점에 크게 놀라움을 느끼며 입장료 아깝지 않은 시간을 보냈고, 아직까지도 진행형인 상태라고 하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욕심 같아서는 다른 곳에도 이러한 사례가 잘 적용되어 제주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난개발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