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비행, 유럽

by 미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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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비행, 유럽

나도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나도 대학생이 되면 티비에서 보던 대학생들처럼 방학 때 한 달 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갈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로 바빴던 대학생활.

졸업 전 취직.

쉼 없이 일했지만 나아지지 않는 생활.

벼르고 별러 추석 연휴동안 짧은 유럽여행을 떠났다.

생애 첫 비행.

제주도도 안 가본 내가 20대 중반이 되어 처음으로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아직도 비행기를 타면 창가자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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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우울해지고 싶었다. 그곳에 가면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 곳

부다페스트.

고등학생 시절 영화 ‘글루미선데이’를 보고 이 곳 에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이미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여행의 많은 기억들이 흐릿해졌지만 그 때 나의 기분만큼은 또렷이 기억이 난다.

피곤에 찌든 나의 몸은 무거웠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분명히 가벼웠고 산뜻했다.

겔레르트언덕에서 다뉴브 강을 바라보던 그때의 나는 완벽하게 행복했다.

흐릿한 하늘은 도시를 더 우울하게 만들어주었다. 오기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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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체코 프라하의 야경이 꽤나 인기였는데 부다페스트의 야경에 비하면 게임도 안 되는 수준이다. 숙소에 돌아갈 걱정도 잊게 만들 정도로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가끔씩 그때의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부다페스트에서의 사진을 항상 휴대폰에 넣어 다닌다. 휴대폰을 바꿀 때 마다 그리운 순간의 사진들을 꼭 옮겨 담는다. 그리고 꺼내 본다.

10년도 더 지난 여행의 사진을 보고 또 본다는 건 그때의 기억이 정말 행복한 추억이어서 일까, 아니면 아직도 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그때의 추억에 빠져있는 것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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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며칠뿐이었지만 유럽 거리를 다니다보면 아이와 함께인 아빠가 정말 많이 보였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찍었던 걸까.

단지 색감이 예뻐 찍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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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포도주 호이리게를 맛보기 위해 그린칭으로 가던 버스였다.

정류장을 안내하는 안내멘트 성우의 목소리가 엄청 멋있었다.

빈에서 다시 모스크바를 경유하여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열흘은 그 당시에도 꿈같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꿈같다.

현실감을 느끼기 위해 언젠가 다시 한 번 꼭 가야겠다.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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