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고 감성에 젖은 타이베이비에 젖고 감성에 젖은 타이베이
여행 날씨 운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대만에서의 3박5일은 정말 너무하다 싶었다.
단 한 순간도 비가 그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회사 직원들과 다녀온 대만 여행.
단 몇 시간이라도 개인 시간을 갖자고 했다.
어떻게 혼자 다니냐며 그렇게 걱정을 한다.
제발 난 괜찮으니 혼자 돌아다닐게.
텅 빈 카페에 혼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공허하게 허공을 바라본다.
멀리.
그리고 가까이.
인간에겐 혼자만의 시간이 가끔은 꼭 필요하다.
고양이를 싫어한다.
무섭다고 해야 하나?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도둑고양이가 현관 앞에 앉아있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대문 앞에서 한참을 동동거렸다.
하지만 고양이마을 허우통의 고양이들은 매우 얌전하다고 하길래 용기내어 가보았다.
다들 얌전했고 건방지지도 않았다.
관심 없는 척 하면서 관심 받고 싶어하던 귀여운 고양이들.
그래도 난 강아지가 더 좋아.
집에 혼자 있을 남편에게 엽서를 한 장 썼다.
하지만 왠지 이 엽서보다 내가 더 먼저 도착할 듯.
엽서 쓰기.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행위도 여행지에서는 낭만이 된다.
오빠, 근데 이 엽서 어디 있어?
감성 충만했던 혼자만의 시간을 뒤로하고 열차를 타러 갔다.
이런.
열차를 반대방향으로 타버리는 크나큰 실수를 했다.
이런 실수를 하는 내가 아닌데.
타이베이 역까지 한 번에 가는 열차는 언제 오는지.
제일 빨리 오는 열차는 환승을 하는 열차인지.
역무원에게 물어보았지만 영어로 숫자 1,2,3도 모른다.
나보다 영어 못하는 사람 처음 보았다.
난감해하던 중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여행객이 날 도와주겠다며 다가왔다.
영어로 숫자 1,2,3 정도는 알지만 회화가 전혀 안되는 나는 그분의 말 중 단어 몇 개만 겨우 알아들었다.
이날따라 스마트폰 번역기는 왜그리 멍청한 걸까.
우여곡절 끝에 내가 타야할 기차를 알아내었고 날 도와준 여행객은 본인의 갈 길을 떠났다.
꽤 오랜 시간 역에 앉아 열차를 기다렸다.
그곳엔 나와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역무원 둘 뿐이었다.
드디어 열차가 왔고 열차에 타기위해 일어섰다.
역무원은 내가 열차에 타는 순간까지 날 배웅해주었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잘가라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역무원의 마음은 정확하게 느껴졌다.
이 날을 계기로 영어를 배워야겠다 마음 먹은 지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