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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eric Kim Aug 21. 2019

10년의 방랑

그 끝에 나는 지금 이곳, 바르셀로나에 있다.

'해야지 해야지' 압박만 주고받다가 큰 마음먹고 사진 정리를 했다. 여기저기 다른 메모리 장치들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던 녀석들을 끌어 옮기며-세상 참 편해졌네. 내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연도별 정리가 싹싹되는군!-내 긴 방랑기의 자취를 한눈에 훑어보았다.


여자 나이 서른이 되면 정말로 큰일이 나는 줄 알았던 그때의 나는 더 넓은 세상에 뛰어들어 보겠다는 무식함을 무장한 용감함을 등에 업고 내 편안한 공간을 박차고 나갔더랬다.

내 사주에 역마살이 안 끼어 있는 부분이 없다는 대학로 어느 역술가의 말을 밑천 삼아 그렇게 나는 태평양 위 어딘가를 날고 있었다.




인생의 삼분의 일은

나에게 주어진 곳에서 살았으니

중간의 삼분의 일은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아보고

마지막 남은 부분의 인생은

그중 가장 행복했던 곳에서 살리라.


나름의 넓고 긴 인생 목표를 품고 지나온,

강산도 한 번은 쉬 바뀌었을 그 시간을 넘어

나는 지금 이곳,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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