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blin에서 집 구하기 tip 6가지
더블린 도착 이십 이일 째, 드디어 집을 구했다.
계속된 하우스뷰잉에도 불구하고 집을 구하지 못했는데,
플랫메이트들과 뜻을 모아 아파트를 통째로 렌털 해버렸다.
그동안 내가 다프트 Daft(아일랜드 부동산 거래 사이트)를 통해 열심히 집주인에게 보내 놓은 수많은 메일 중 뷰잉 Veiwing에 참석할 기회를 주겠다는 회신이 온 것이다. 애초에 나는 홀로 지낼 싱글룸만 구할 생각이었지만 싱글룸을 구하기가 점차 어려워지자 다른 대안도 생각하게 되었다. 마침 거실 셰어를 해준 친구들도 새로운 집을 구하고 있어서 함께 뜻을 모아 아예 아파트를 한 채 렌트하기로 마음먹고 보낸 메일인데. 더블린 8구역 피닉스 파크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였다.
그런데 렌털 하게 된 과정이 정말 'Just Go! 아니면 말고' 골 때리는 모험 자체였다.
뷰잉 Viewing이 너무 긴급하게 잡히는 바람에 플랫 메이트들이 모두 참석하지 못했다. 시간이 되는 나와 J 그리고 J의 친구가 따라나섰다. 뷰잉 보는 위치와 시간을 알려달라는 메일을 보냈으나, 회신받지 못했고 보아하니 같은 시간대에 공개 뷰잉을 하는 방식 같았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Daft 사이트에 올라온 아파트 외관과 아파트 옆으로 보이는 피닉스 파크의 웰링턴 타워의 위치를 가늠하며 무작정 아파트를 찾아 나섰다. 더블린 8구역은 현재 살고 있는 리알토 Rialto 역에서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가면서 보이는 모든 아파트의 외관 이를테면 건물의 색과 창문의 방향 같은 걸로 찾았다. 핸드폰으로 재차 확인했지만 메일은 여전히 회신이 없다. 그러다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과 아주 흡사한 아파트를 하나 발견했는데 게이트가 굳게 닫힌 보안이 잘 되어 있는 아파트였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불굴의 의지인 한국인 아닌가.
그때 마침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주자가 있어 그가 들어가는 틈에 아파트 내부로 진입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제 이 아파트의 몇 호에서 뷰잉을 하는지만 찾으면 되는데. 아파트 일층에서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자, 위층에서 혹시 뷰잉 왔느냐고 누군가 부른다. 그는 부동산 중개업자와 집주인이었다. 집주인은 아이리시로 아이 둘의 아빠였다.
더블룸 두 개와 싱글룸 하나가 달린 거실에 통유리창이 예쁜 우리가 찾던 아파트였다.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우린 세입자로서의 장점을 어필했다. 집주인은 세입자는 직업이 있어야 한다고. 마침 두 명이 job을 가지고 있고 나도 곧 job을 구할 거라고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우연 속에 찾은 집이다. 집주인은 최종적으로 우리를 선택했고, 며칠 후 더블린 2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드디어 방이 생겼다.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방은 편히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고, 글쓰기에 안성맞춤인 분위기면 족했다.
주말에는 이케아 IKEA에 가서 가장 중요한 책상과 선반을 샀다.
곧 있으면 한국에서 가장 아끼는 시집과 책들이 날아올 터고 선반은 책꽂이로 이용할 것이다.
아일랜드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글 쓰기에 집중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장 아끼는 시집과 책을 두 번의 택배를 거쳐 받았는데. 이게 얼마나 무식한 짓이었는지, 아일랜드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짐을 싸야 할 때 깨달았다. 택배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저 책들을 모두 섭렵하기에 일 년이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다시 한번 일 년이란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땐 저 필요한 시집만 챙겨야겠다.
집을 구해 여유로운 마음에 빨래와 청소를 했다.
늘 그렇지만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는 일들이 기분을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든다.
나른한 오후에 느긋하게 마시는 커피 한잔은 어떤가.
보고 싶은 얼굴들과 아끼는 사진들을 꺼내어 이렇게 선반 아래 쭉 걸어 두었다.
이로써 조금 작긴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나만의 공간이 완성되었음을 공표한다. 탕탕탕!
살면서 의식주는 매우 중요한데, 그중 주거가 흔들리면 삶이 정말 불안하다.
이제 집도 해결되었으니, job을 구하고, 글을 쓰고, 장사에 전념해야겠다.
* Dublin에서 집 구하기 tip
개인적으로는 더블린에서 집을 구한다면 4, 6, 8 구역을 추천하고 싶다.
1. 나의 성향과 플랫 메이트의 성향이 맞아야 한다.
나는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하는데 플랫 메이트가 하루가 멀다고 홈파티를 하며 친구들을 몰고 오면 곤란하다.
2. 영어 연수가 목적이라면 외국인 플랫 메이트로 구하는 게 좋다.
한국인 친구들만 사귀고, 한국 음식을 해 먹고, 한국 게임을 할 거라면, 뭐하러 비싼 돈 들여 아일랜드에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 적 있다. 이왕 아일랜드에 왔으면 한국인도 좋지만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친구들 사귀는 걸 추천한다.
3. 라이프 스타일.
나는 낮에 일하고, 밤에 자야 하는데. 플렛 메이트는 밤에 일 하고, 낮에 자야 한다면! 서로가 힘들 수 있다.
4. 재정상태를 고려하자.
위치에 따라, 렌트, 싱글룸, 셰어 룸에 따라 방값도 천지 차이.
5. City와의 접근성.
자신이 다니는 어학원이나 City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인가. 버스를 타고 다녀도 상관없다면 City와 떨어진 곳도 괜찮지만, 교통비를 생각한다면 집에서 City까지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라면 좋다.
6. 뷰잉 볼 땐 나를 어필하자.
위에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서 뷰잉이 잡힌다면, 그 집의 랜드로드나 플랫 메이트의 성향에 따라, 청소도 잘하고, job 도 있고, 앞으로 좋은 플렛 메이트, 세입자가 되리라. 자신을 어필하는 것은 필수! 무시하고 대충 뷰잉에 임했다가는 더블린에서 집 구하는데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