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인 타이밍, 기회는 한번 뿐.
쿠바 여행 전.
지금은 코로나19의 국제적 공중 보건 비상사태(PHEIC)가 해제됐지만 2019년 11월 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했을 무렵. 하늘길이 모두 닫히고 언제 다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지 캄캄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바로 직전. 2019년 9월에 10일간 쿠바 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해운회사의 팀장을 맞고 있었던 나는 일주일에 하루는 퇴근 후 한국작가협회 교육원을 다니며 생업과 교육을 병행했다.
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인수합병된 후, 경영 체제가 바뀌면서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직원들이 한두 달 간격으로 퇴사하는 바람에 하루가 멀게 지원자 면접을 봐야 했다. 게다가 기존에 맡고 있던 기존 CS 팀에 이어 새로운 OP 팀까지 맡게 되었으며, 신입 직원 교육 및 영업팀 지원 업무. 그리고 대기업 비딩 진행 및 영업관리까지 맡고 있어 스트레스가 꽤 심했다.
그러다 2019년 JTBC에서 방영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 #류준열 #트래블러쿠바 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마침 그때 드라마 #남자친구 (2018.11.28~2019.01.24 tvN 방영)에서 송혜교와 박보검이 처음 만난 장소가 #쿠바 수도 #아바나 였다. 그래서 더욱 가고 싶어졌다. 사진과 여행에 일가견 있는 류준열이 달랑 초록 배낭 하나 메고 아바나의 거리를 활보할 때, 내 피가 심장에서 펌프질을 일으키는 듯했다.
하루하루 고단한 회사 생활을 하다가도 곧 있으면 멕시코와 쿠바 여행할 생각에 고단함도 잊고 또 설렜다. 티켓팅 하나로 정신적으로 힐링이 된 것. 그러다 좋은 기회가 생겨 한 개인에게 투자한 일이 수익이 꽤 높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기였지만) 두 번째 월급이 발생하는 만큼 나는 돈보다는 시간에 투자하고 싶었다. 일 년만 퇴사 후, 글쓰기에 온전히 올인해 보자 한 것이다.
쿠바 여행 후,
고심 끝에 퇴사를 결심했다.
당시 회사의 대표님은 요즘 젊은 사람들 욜로 YOLO 족이다 뭐다 하면서 회사를 쉽게 관두는 것에 우려를 표하셨다. 박 과장도 여기서 일 년만 더 고생하면 오 년이 편할 거라고 하셨다. 난, 그 오 년을 내게 소중한 사람들과 내게 더욱 가치 있는 일에 사용하기로 했다.
영화 <박열>에서,
ㅡ 개인의 자유의지로 결정한 선택이 비록 죽음을 향한 길일지라도 삶의 부정이 아닌 긍정일 것이다, 라고 했다. 이 말에 지극히 공감하기 때문이다.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될 수 있겠지만, 내 의지로 선택했기에 후회는 없다.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Time waits for no one) 삶에는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그게 비록 막 떠난 비행기가 안정궤도에 접어들지 못하고 흔들리듯 삶이 비틀비틀한다 해도 선택은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유의지로 한 것이니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일 것이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기회는 한번 뿐... 왔을 때 잡는 것.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간 내게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변화가 퇴사한 것이다. 회사를 관두기 전 개인에게 투자한 일은 결국 사기를 당했다. 그 일로 다시 한번, 내 인생이 송두리째 휘청거렸지만 위기는 언제나 기회가 될 수 있다. 사기를 당한 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믿는 나로선 '글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좋은 기회' 였다고 여긴다.
그때, 만약 내가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드라마 작가라는 길을 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 내 옆을 지켜주는 단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
만감이 교차한다.
지난 시간 동안 도전하고 싶었던 공모전에 집중해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아니었다면 평생 회사에 얽매여 살았을 것이다.
덕분에 스마트 스토어를 창업해 보고,
디지털마케팅도 배워보고, 드라마 보조작가로도 일할 수 있게 됐다.
하늘이 무너져도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단단히 차리면 솟아날 구멍이 있고 살 수 있다 하지 않았던가. 그 계기로 나는 또 다른 인생에 도전 중이며 또 좋은 인연들을 한가득 맺어가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고 인생에서 아주 비싼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상, 바닷가 태생의 긍정이 체질.
내가 쿠바 여행 후, 퇴사를 결심한 이유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