펍을 피해서 더블린을 걷는다는 것은 마치 퍼즐게임을 벌이는 것과 같다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의 주인공 블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펍을 피해서 더블린을 걷는다는 것은
마치 퍼즐게임을 벌이는 것과 같다.
그만큼 아일랜드는 펍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아일랜드 사람들의 펍 문화는 단순히 술집의 기능만 한 것이 아니라,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음악을 즐기고, 이야기를 하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
템플바는 더블린 시내를 흐르는 리피강 남쪽에 있는 지역으로, 거리에 자갈을 깔아놓은 것은 마치 중세풍의 거리를 재현한 듯한 거리다. 템플바에는 대략 22개의 전통 아이리쉬 펍이 몰려 있다.
40여 년 전만 해도 매춘부의 집들이 있고 도심의 슬럼화가 가속화되며 희망이 없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1980년 초반에 이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버스터미널이 계획되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항의로 취소되었다. 그 대신 템플바 부흥을 위한 주민조직이 결성되고 더블린 문화의 중심지로 부활시키려는 계획이 추진되었다.
차츰 소매상인과 수공예 장인들, 그리고 예술가들이 정착함으로써 문화와 유흥을 겸한 지역으로 탈바꿈하였다. 그 결과 세계각지로부터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펍의 중심지로 부활할 수 있었다. 유명세를 타면서 현지 아이리시보다는 관광객이 더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1) 17세기 초 트리니티 대학의 학장이었던 윌리엄 템플의 집과 정원이 있었던 것에서 비롯됐다.
2) 이곳에 유태인이 많이 살았고, 그들에 의해 상업이 활발해지자 그만큼 더블린 시청에 내는 세금도 많았다. 따라서 유태인들은 도시 발전에 그들의 공헌이 크니 사원을 지어달라고 요청하였고, 사원 즉 유태인의 템플이 있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3) 마지막으로 '템플 바'라는 이름을 가진 빨간 펍이 있다. 템플바 지역에서도 가장 유명한 펍으로 1840년에 문을 열어 1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템플바 거리의 구심적 역할을 한다.
템플바에서는 매일 아일랜드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올해의 전통 아일랜드 음악펍’(Traditional Irish Music Pub of the Year)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이리쉬 펍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리쉬 음악과 함께 리듬에 맞춰 술을 마시는 문화다. 조용히 맥주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한 번쯤은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을 들으며 아일랜드의 크리미하면서 깊고 풍부한 맥주를 맛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