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일종의 면역 시스템처럼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누군가 떠오르면 한참을 멍하니 누군가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하루.
아메리카노에 우유를 살짝 넣었더니 집에서도 라떼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하루.
더러워진 백팩과 커튼을 떼어내 세탁기를 돌리고, 방바닥에 떨어진 먼지와 머리카락들을 쓸어 담고, 휴대폰에 단상으로 적어둔 메모를 워드 파일로 정리하며 일기를 끄적거리는 하루.
이후 두어 시간쯤 가이드 역량을 기르기 위해 영어와 관광명소, 아일랜드와 영국 역사 공부를 하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다. 며칠 전 가이드 견습기간 동안 인솔했던 한국 손님들이 주고 가신 한국 반찬들이 눈물 나게 고맙다. 깻잎, 멸치조림, 구운 재래 김에 계란후라이 하나 곁들여 갓 지은 쌀밥에 아침과 저녁으로 먹자니 마음까지 든든한 하루. 저녁을 먹고 오후 여덟 시가 되면 매일같이 달리기를 하는 하루.
유럽 도심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피닉스 파크를 뛰다가 걷다가 사진도 찍었다가 한껏 즐기는 중이다. 한 며칠을 나와서 뛰었다고 공원의 길이 눈에 익다. 워털루 전쟁에서 승리한 웰링턴 장군이 이곳 더블린 출신이라 그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웰링턴 모뉴먼트 앞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나도 잠시 쉴 겸 앉았다가 어디선가 흐르는 락 스피릿의 음악. 건너편 어느 쪽에 락 음악 축제라도 펼쳐진 듯 함성이 들린다. 기억을 더듬어 언젠가 락 스피릿을 함께 즐긴 혹은 즐길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아, 락페스티벌 가고 싶어라. 이대로 달려가 음악에 담뿍 빠져들 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달린다.
살아간다는 건, 결국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어봐 줄 한 사람을 찾는 과정이다.
빠르게만 돌아가는 세상 속에 오늘 나의 하루는 어땠냐고 물어봐 주는 한 사람이 그리운 날에 부치는 안부.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