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루케이도의 동화를 연극 대본으로 각색
등장인물
특.별해
이.쁘니
잘.나니
허.똑똑
충.마니
목수 아저씨(목소리)
목소리
이곳은 작은 나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에요. 키가 크은 나무 사람, 키가 작은 , 나무 사람, 코가 동그란 , 나무 사람, 모자를 쓴, 나무 사람, 목소리가 예쁜 나무 사람.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 한 목수가 만들었고 한 마을에 살았어요.
어두운 무대 위에 스포트 라이트를 따라 뱅뱅이 안경을 쓴 똑똑이가 두꺼운 책 여러 권을 옆구리에 끼고 책을 읽으며 등장한다. 무대 중앙에 섰을 때 커지는 조명이 밝아지며 앞을 쳐다보며 안경을 올리는 똑똑이
똑똑 : 이 우주의 나이가 몇 살 인지 알아? (관객석의 한 명을 가리키며) 너, 알아? 음… 역시 모르는구나… 거기, (다른 관객을 가리키며) 너? 넌 쟤보다는 좀 똑똑해 보인다? 몇 살? 아니 아니, 니 나이 말고 이 바보야!!! 우주의 나이 말이야!!!
조르르 달려 나와 똑똑이를 우러러보며 등장하는 별해.
별해 : 우와~~ 우주의 나이? 넌 그걸 알아? 몇 살인데, 몇 살인데?
똑똑: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일백삼십칠 만점 구팔 플러스 마이너스삼십칠억광년이라구!!
(관객들을 둘러보며) 어때, 몰랐지? 여기서 나만 알고 있었던 거지?
별해 : 우와…. 대단해..
별…. 별표를… 붙여 줄게…
갑자기 신나는 음악과 함께 스포트 라이트가 이동하며 그 불빛과 함께 나니 등장, 멋진 춤을 선보인다. 별해와 똑똑 다리를 굽히고 입을 헤 벌리고 나니를 우러러본다. 음악과 춤이 끝나자,
나니 : (아이돌 포즈를 취하며) 안녕하세요! 잘. 나니에요~~!
일동 모두 손뼉 친다.
똑똑 : (안경을 올리며) 그 정도면 훌륭해, 별표 하나 줄게!
별해 : 정말 멋있어… 나.. 나도.. 별표 하나.. 주.. 줄게…
나니 : 요즘은 똑똑한 건 아무 소용없다고, 우주의 나이? 그거 알아서 누가 별표를 주니?
똑똑이 점표 하나!
똑똑 : 뭐, 뭐라고!?!? 하지만 이건 너도 흥미 있을걸? 이 세상에 아직도… 공룡이 살아있다는 거 알아?
별해 : 공룡..이라고?! 우와… 정말이야? 어디에? 어떤 공룡?
똑똑 : 인도네시아 코모도 섬에는.. 다 자라면 몸길이가 3미터! 몸무게가 165 킬로그램이나
나가는 왕도마뱀이 사는데…!! 이름하여 코모도 왕도마뱀!! (코모도왕도마뱀의 사진을
보여준다.)
별해와 나니 실망한다.
나니 : 에이~ 뭐야! 진짜 공룡도 아니잖아! 좀 멋지긴 하네~ 별표 하나!
별해 : 그.. 그런데 나니야.. 나.. 나도 너… 처럼 춤추고.. 싶은데… (나니의 춤을 따라 해
보이며) 이… 이렇게.. 하… (넘어진다)
일동 박장대소하며 비웃는다.
나니 : 야, 이거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라고, 내가 매일매일 너투브 보면서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데!!
넌 점표 두 개!!
똑똑 : 야, 검려지기(黔驢之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나도 점표 하나!
별해 속상해하며 훌쩍인다. 그때 화려한 조명과 음악과 함께 모델 워킹으로 등장하는 쁘니.
쁘니의 화려한 등장에 모두 넋을 잃고 바라본다. 무대 한가운데서 핑그르르 한 바퀴 돌고 나서 거울로 얼굴을 한번 바라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다.
쁘니 : (미스코리아처럼 살짝 비스듬히 서서 한쪽 손은 허리춤에 얹고 한 손을 흔들며)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의 미모 때문에 눈이 부시겠지만 잠시만, 참아 주세요! 저도 이
자외선 투성이 바깥에 오래 있을 생각이 없어요. 제 피부는 소중하니깐요~!
나니 : (쁘니 옆으로 다가가 갑자기 장미꽃을 꺼내 들고 한쪽 무릎을 꿇는다.)
오, 아름다운 쁘니, 이 장미꽃과 함께 별표 두 개를 드리지요!
쁘니 : 호호호, 고마워, 나니! (나머지 둘에게 고개를 돌린다.)
똑똑 : 난 외면의 아름다움보단 내면이 꽉 차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겉모습은 내면의
반영이기도 하지! 나도 별표 하나 줄게~!
쁘니 : (당연한 걸 받았다는 듯 오만한 표정이지만 그래도 살짝 고개를 숙이며) 그래, 고마워!
별해 : 쁘… 쁘니야.. 저~엉말 예쁘다!! 나… 나도.. 별표 .. 하나 줄게!
쁘니 : 그래, (별해가 별표를 붙이고 나자) 근데 너, 왜 말을 더듬니? 어머, 정말 멍청해 보이는구나!
점표 하나! (별해에게 점표를 붙이고는 만족스럽다는 듯) 호호호호호호
별해 : (점표가 더덕더덕 붙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실망스러워한다.) 나… 나도… 별표를.. 받고 싶어..
암전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는 별해
별해 : 아무래도 나는 좋은 나무 사람이 아닌가 봐…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다 앞에 서 있는 나무 사람에게 부딪혀서 넘어진다.)
마니 : (깜짝 놀라 별해를 일으켜 주며) 어머, 괜찮니? 다치지 않았어?
별해 : (얼떨떨하게 일어서서) 어… 어.. 괜찮아… (갑자기 손으로 방어 태세를 갖춘다.) 나.. 나는… 부..
부딪혀서 넘어진 거야… 넘어... 졌다고 점표를 주… 주는 건 아니지?
마니 : (크게 웃으며 한 바퀴 돌아 보인다.) 잘 봐~ 내 몸에는 별표도, 점표도 없지?
별해 : 어? 저.. 정말 없네! 어떻게 된 거야?
마니 : 나에게도 다들 표를 붙이러 와~ 내 몸이 깨끗하다고 별표를 붙이는 나무 사람도 있고, 나에게 별표가
하나도 없다면서 점표를 붙이는 녀석도 있어.
별해 : 그… 그런데? 어떻게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아?
마니 : (멀리 보이는 언덕을 가리키며) 저~ 기 보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별해) 저기 누가 사는지 알아?
별해 : 그… 글쎄?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낫다는 듯) 별표 대장?
마니 : (고개를 가로저으며) 우리를 만든 아저씨야!
별해 : 우리를 만든 아저씨라고?
마니 : 응, 우리를 만든 목수 말이야~ 나는 매일 저 아저씨를 만나고 와~
별해 : 왜?
마니 : 궁금하면 너도 한 번 다녀와봐. (눈을 한 번 찡긋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라진다.)
하염없이 언덕을 바라보던 별해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젓는다.
별해 : 하지만 아저씨가 나를 좋아하실까? 내가 가는 걸 싫어하면 어쩌지…?
어느새 나무 사람들이 나타나 정신없이 서로의 몸에 별표와 점표를 붙이며 별해 주변을 어지럽게 지나다닌다.
별해 :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외친다.) 더 이상 표 붙이기는 재미없어!
암전
헉헉 숨을 몰아쉬며 작업장 문 앞에 서 있는 별해.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본다. 모든 것이 커다란 작업장에 위압감을 느낀 별해, 주춤하고 뒤로 물러 선다.
목소리 : 별해야~
별해 :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지며) 네?
목소리 : 정말 반갑구나! 네가 이곳에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단다.
별해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 저를요?
목소리 : 그렇단다. 다른 누구도 아닌 별해 바로 너를 기다리고 있었지. 어디 네 모습을 한 번 보자꾸나.
별해 목소리에게 모습을 보여주듯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다가 이내 자신이 없어져 고개를 푹 숙인다.
목소리 : 표가 너를 너무 많이 가리고 있구나.
별해 : 저는… 똑똑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아요! 멋진 춤을 출 줄도 모르고요…
게다가… 다른 나무 사람들 앞에 서면 말을 더듬고… 툭하면 넘어져요…
저는 절대 별표를 받을 수 없어요. 늘 점표 투성이에요.
목소리 : 별표와 점표는 중요하지 않단다.
별해 : (약간은 화가 난 목소리로) 그럼 뭐가 중요한가요? 아저씨가 절 만드셨죠?
왜 저를 이렇게 만드셨나요? 이렇게… 이렇게…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낀다.)
목소리 : (따뜻한 목소리로) 별해야~
별해 :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위를 바라본다.)
목소리 : 너는 특별하단다.
별해 : 제가.. 어디가요?
목소리 :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점표나 별표는 너희들끼리 만든 표시 일
뿐이잖니?
별해 : (침묵하며 귀를 기울인다.)
목소리 : 네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단다. 물론 내 생각을 먼저 말해 주자면 난 네가 아주 특별하
다고 생각해.
별해 : (여전히 못 미더운 듯이 고개를 갸웃 거리며) 점표가 없다 해도 저는… 말 더듬이에, 맨날
넘어지기만 하고, 멋진 옷도 없어요. 심지어 여기저기 칠이 벗겨져 있어 지저분하기까지 하죠.
목소리 : (천천히 강조하며) 너는 특별하단다. 너는 세상 단 하나뿐인 나무 사람이란다.
(다시 한번 힘주어 천천히) 너는 소중하단다.
별해 : (점점 표정이 밝아진다. 별해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만큼 별해를 비추는 조명도 밝아진다.)
마니가 아저씨가 계신 곳을 알려 주었어요. 어떻게 마니의 몸에는 표가 하나도 붙어 있지 않은 거죠?
저는 더 이상 표 붙이기 놀이가 재미있지 않아요.
목소리 : 다른 나무 사람들이 너에게 표를 붙이면 너는 자신을 잊어버리지. 다른 나무 사람들의 평가와 표에만
신경을 쓰게 된단다. 하지만 너 자신에게 집중한다면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지. 그 표들은 얼마든 지 떼 버릴 수 있단다.
별해 : (망설이며 조심스레 몸에 붙어 있는 점표를 하나 떼어본다.) 엇! 표가 떼어져요!!!!!!
목소리 : 나는 한 번도 소중하지 않은 나무 사람을 만든 적이 없단다.
별해 : (그 목소리에 힘을 내 폴짝폴짝 뛰어 몸에 있는 점표를 떼어낸다.)
목소리 : 너는 특별하단다.
무대 위에 모여든 웸믹들
쁘니 :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친다. 거울을 보며 웃었다가 금세 시무룩해진다.)
목소리 : 쁘니야, 너는 특별하단다. 다른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지 않아도.
쁘니 : (소리가 나는 위를 보며 웃는다. 몸에 붙은 표들을 떼어내기 시작한다. 몸을 치장한
액세서리를 떼어내고 하이힐을 벗고 운동화를 신는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버리고 별해의 손을
잡는다.)
나니 : (음악에 맞춰 춤 연습을 한다. 춤이 제대로 춰지지 않자 주저앉아 버린다.)
목소리 : 나니야, 너는 특별하단다. 춤을 잘 추지 못하더라도.
나니 : (소리 나는 쪽을 둘러보다 음악이 나오는 스피커를 끈다. 아픈 다리를 주무르고 편안하게 앉아
기지개를 한번 크게 켜고 가벼운 몸으로 일어나서 별해의 다른 쪽 손을 잡는다.)
똑똑 : (책에 무언가 쓰면서 열심히 공부한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듯 고뇌하다 머리를 쥐어뜯는다.)
목소리 : 너는 특별하단다. 네가 남들보다 똑똑하지 않아도.
똑똑 : (책을 떨어트리고 소리가 나는 곳을 찾는다. 결국 안경도 벗어던지고 쁘니의 손을 잡는다.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웸믹들.)
마니 : (나무 사람들 앞을 지나가며 별표와 점표를 하나씩 떼어준다.) 너는 소중해. (끝으로 나니 옆에 가서 손을 잡는다.)
목소리 : 너는 소중하단다.
별해와 나무 사람들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춘다. 우수수 떨어지는 표들.
암전
행복한 배경 음악이 흐른다. 별해와 나무 사람들의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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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출처 : 맥스 루케이도 글, 세르지오 마르티네즈 그림의 1997년 작 동화책
사진 출처 :
Photo by Dionysius Samuel on Unsplash (표지)
Photo by Robert Collins on Unsplash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