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응급실 간호사 였을 때 나는 매주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나이트 근무(밤10시 출근 오전 6시 퇴근)를 하고 금요일 토요일은 OFF, 일요일은 MD(Mid day)근무(오전10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했다. 그 때 내 나이는 지금보다 7살이나 어렸었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조금 더 활기찼고 큰 불만없이 월화수목 꼬박 밤을 새우며 일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김없이 건강의 적신호는 찾아왔고 생리 불순과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늘 Abnormal이었다. 그 당시에는 (어려서) 살이 찌지 않는다는게 좋았었지만, 아무리 먹어도 살은 주기적으로 감소했고, 학교를 다닐 때의 몸무게보다 5kg이상 몸무게가 줄어들었다.
퇴근을 하면 집에서 대충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고 소화도 시키지 않고 잠에 곯아 떨어졌고, 오전 10시쯤 잠에 들면 한 번도 깨지 않고 오후 6시가 되어야 간신히 눈이 떠졌다. 나는 늘 쇼트슬리퍼(연구에 따르면 하루6시간 미만으로 잠을 자야만 상쾌한 느낌을 받는 사람들. 쇼트슬리퍼인 유명인으로는 나폴레옹, 레오나르도 다빈치, 토마스 에디슨, 마거릿 대처, 버라 오바마 등이 있다.)라고 자신하기 때문에(지극히 주관적임) 지금은 4시간에서 5시간만 자도 수면시간이 충분한데 아무래도 밤과 새벽에 수면을 취하는 정상적인 시간과, 아침에 수면을 취해야하는 비정상적인 수면시간은 피곤에 피곤을 더했고, 이는 내 몸을 충분히 망치느라 바빴다.
병원의 모든 간호사들은 365일 24시간 환자를 간호한다. 간호사들은 늘 환자를 간호하지만, 정작 우리의 소중한 몸은 간호 받지 못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나 또한 나이트 시간에 근무를 할 때 집에 돌아오는 길이 늘 녹초였다. 남들은 활력 있는 걸음걸이로 출근할 때 난 환자처치를 위한 손 위생때문에 건조하다 못해 다 불어터진 손가락으로 눅져있는 머리칼을 매만지며 퇴근해야 했다. 제일 힘들었던 때는 생리를 하는 기간이었고 생리통과 더불어 8시간동안 화장실을 못가서 처참해진 내 모습을 보고 화장실에서 몰래 펑펑 울고 나온적도 있다. 이마저도 1분 내로 울음을 닦고 나왔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을 위해 얼른 응급실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간호사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나날이 적어진다. 나 또한 나이트 근무를 하면서 내 몸이 갉아먹히고 망가져갈 때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하루에 이만보씩 걸어가며 퉁퉁 부은 다리를 부여잡고 병원에서 일하고 있을 동료 선후배 간호사들이 있을 것이다. 병원을 떠난 나로서는 그들에게 미안하다. 미국처럼 선진국은 간호사 복지나 환경 근무시간등 처우가 우리나라보다 확실히 좋고(왜 선진국일까 하고 여러번 생각하게 되는 부분)일하는 시간에 비해 연봉도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간호사 동료들에게 짧게나마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후배들이 부디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힘들지 않게 일했으면 한다.
- OECD국가들 중 대부분의 나라가 간호법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