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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둔형 최작가 Jul 25. 2022

인간의 로봇과 휴머노이드와 또 인간

2022. 기술에 대하여. 01화.

 01화. 인간의 로봇과 휴머노이드와 또 인간     


  이미 로봇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강아지를 닮은 애완견 로봇이나 사람의 말에 반응하는 인형 로봇, 식당 서빙을 도와주는 바퀴 달린 트레이와 공장 라인에 부착된 정밀한 로봇 팔이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로봇이라 불리고, 머릿속엔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과 소통이 가능하고, 인간을 이해하며, 보다 자연스럽게 섬세한 작동이 가능하죠. 그런데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물이나 수레, 인형, 로봇 팔 같은 로봇은 우리의 상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만화나 영화에선 줄기차게 팔과 다리, 머리가 달린 로봇이 등장합니다. 동물이나 자동차 모양을 하고 있다가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오죠. 콘텐츠 속 로봇들도 본래의 모습이 인간이고, 자동차나 로봇은 ‘변신’이나 ‘위장’의 영역이었던 겁니다. 우리는 영화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립니다. 이를 거창하게 말하면 ‘불신의 자발적 중지’라고 합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을 닮은 로봇들이 영화나 만화 속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기게 된다는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이와 같은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다 보니까 로봇이라는 게 결국 ‘인간’을 닮아야 할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조금 과장해 보자면, 인간을 닮은 로봇, 즉 ‘휴머노이드’가 보편화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많은 로봇이 우리 주변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한들 그들을 단순한 ‘기계’ 정도로 폄하 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유명한 영화 시리즈 ‘스타워즈’에서는 ‘C-3PO’, ‘R2D2’라는 로봇이 등장합니다. 두 로봇 모두 국적과 인종과 나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지나쳐 봤을 정도로 유명하죠. 조금만 더 설명하자면, 사람의 모양을 한 금색 로봇은 ‘C-3PO’, 푸른색 포인트가 있고, 바퀴로 굴러다니는 깡통형 로봇은 ‘R2D2’입니다. ‘R2D2’는 전투기나 기계, 혹은 다른 로봇을 상대하는데 특화되어 있고, 휴머노이드 ‘C-3PO’는 외계어를 통역해주거나 인간의 시중을 듭니다. 두 로봇 모두 자율 의지를 갖췄지만, 인간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C-3PO’는 ‘R2D2’ 보다 수동적이고 제약이 훨씬 더 많습니다. 특히, ‘R2D2’는 적이 나타나면 인간과 함께 공격하지만, ‘C-3PO’는 자신은 싸우는 로봇이 아니라 공격할 수 없다며, 도망쳐 버리죠. 인간의 눈치를 보고, 제약이 많지만 자신의 모든 행동을 설명하는 ‘C-3PO’, 인간의 말을 할 순 없지만 다재다능하고 효율적인 ‘R2D2’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와 효율적인 ‘로봇 팔’과 닮은 구석이 많아 보입니다. 어떤 방향이 더 나은 선택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세상은 인간을 닮은 로봇이 ‘로봇 팔’보단 좀 더 고차원적이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언제부터 휴머노이드였을까?     


  휴머노이드, 그러니까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한 시기는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개발한 ‘와봇’은 최초로 구현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기록되어 있죠. 두 팔과 두 다리, 이들이 붙어있는 몸통으로 구성된 ‘와봇’은 두 다리로 걷고 간단한 대화가 가능했고, 이후 1984년에 개량된 ‘와봇 2’는 음악을 연주하는 수준으로 고도화되었다고 하네요. 이어서 혼다社에서는 97년(P2), 00년(아시모), 그리고 우리나라 카이스트에서는 99년(센토), 04년(휴보) 등 최근까지도 인간을 닮은 로봇은 꽤나 오랜 기간 여러 나라에서 차근히 진보되고 있습니다.


  거의 50년에 육박하는 ‘휴머노이드’ 개발 역사와는 별개로 ‘인간형 로봇’에 대한 개념은 훨씬 더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1900)’에 등장하는 ‘양철 나무꾼(본명 니콜라스 초퍼)’은 우리가 생각하는 ‘휴머노이드’의 외형과 참으로 많이 닮아있습니다. 1921년 체코(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R.U.R. Rossum’s Universal Robots)’이라는 희곡에서는 ‘일하다(혹은 노예)’를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에서 유래한 ‘로봇’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릅니다. 애초에 ‘로봇’이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을 닮은 형태였다는 점이 놀랍죠.


  인간과 유사한 행동이 가능한 로봇, 인간을 쏙 빼닮은 로봇,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로봇 등 ‘휴머노이드’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개념들이 여럿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안드로이드(인간과 외형이 똑같은 로봇)(안드로이드라는 개념은 무려 1270년 독일의 알베르투스 마그누스의 문언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사이보그(일부 신체의 기계화)’라는 단어입니다. 이후 이야기 나눌 ‘휴머노이드’에 대한 설명을 위해 다음과 같은 차이점으로 유사한 개념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우선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형태를 한 기계(혹은 로봇)의 넓은 개념이라고 한다면, 외형은 인간과 정확하게 같지만 내부 장기나 조직은 인간의 것이 아닌 존재를 ‘안드로이드’, 기계로 인간의 신체와 기관을 대체한 형태를 ‘사이보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라베크의 역설?: 미래가 된 ‘휴머노이드’의 현재     


  카네기멜론 대학의 로봇 과학자 한스 모라베크는 1980년대에 ‘모라베크 역설(Moravec’s Paradox)’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인간에게 쉬운 일은 로봇에게 어렵고, 로봇에게 어려운 일은 사람에 쉽다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걷거나 말하는 행위는 인류가 오랜 기간 진화하며, 최적화된 결과이기 때문에 로봇이 모방하기 어렵고, 논리나 바둑 같은 복잡한 사고력은 비교적 최근에 학습된 결과이기 때문에 로봇이 쉽게 모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로봇은. 구체적으로 우리가 이번 글에서 말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처럼 걷고, 말하는 일이, 바둑이나 체스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꽤 오랜 기간 저명한 학자였던 그의 주장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졌었는데, 최근 들어서면서 그의 주장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인간처럼 걷고, 말하는 로봇이 등장하기 시작한 거죠. 그것도 아주 능숙하게 말입니다. 우리나라 기업 현대자동차에서 1조 원에 인수(‘21.6월)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나, 아직 개발되진 않았지만, 인간처럼 움직일 수 있는 ‘테슬라’의 ‘테슬라 봇’, 인간처럼 표정을 짓거나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영국 ‘엔지니어드 아츠’의 ‘아메카’ 같은 ‘휴머노이드’의 등장은 오랜 기간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정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美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로보틱스 챌린지(Robotics Challenge)(‘13~‘15)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 이른바 ‘다르파’에서 추진된 ‘로보틱스 챌린지’ 대회는 ‘휴머노이드’를 이야기하며, 절대 빠질 수 없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리를 위해 로봇을 투입했던 사건을 계기로 재난 로봇, 특히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다르파는 전 세계적인 재난 로봇 경진대회를 개최하게 됩니다.


 대회는 2013년 1차와 2015년 2차 대회로 치러졌습니다. 1차 대회는 17개 팀이 참여했고, 일본 도쿄대학 정보시스템 공학 연구실(JSK) 창업팀인 ‘샤프트(Schaft)’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 카이스트(휴보+) 팀이 우승하여 더욱 유명한 2차 대회는 총 6개국의 24개 팀이 참가하여, 1차보다 더욱 고도화된 로보틱스 기술을 경쟁했습니다.


 대회에서 제시된 과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습니다. 고장 난 원자력 발전소에 사람을 대신하여 냉각수 밸브를 잠그고 나오는 일련의 과정을 로봇이 해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이 방사능에 피폭되지 않을 정도로 먼 거리에서부터 자동차를 운전하고, 험지와 온갖 장애물을 극복, 다양한 장비를 다루고, 냉각수 밸브를 잠그는 데까지 모든 과정을 실수 없이 해내야 했습니다. 말 그대로 세계 최고의 재난 로봇을 겨루는 대회에서 우리나라 대학팀이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45분 만에 과제를 완료, 최종 우승팀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일본의 ‘샤프트’는 구글에 인수(‘13년)되었다가, 다시 일본의 소프트 뱅크로 인수(‘17년)되었고, 우리나라의 카이스트팀은 ‘레인보우 로보틱스’(‘11년 휴보 랩에서 분사 창업)는 ‘21년 상장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레인보우 로보틱스 이정호 대표께서는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F-1 머신은 상용화 레벨의 기술이 아닌 테스트 단계의 첨단기술로 만든다”, “이처럼 이족보행 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는 건 로봇공학 분야에서 정점에 이른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을 설명하기도 하였습니다.          



혼다의 ‘아시모’의 현재와 현대차, 테슬라의 미래     


 2000년, 혼다에선 ‘Advanced Step in Innovative Mobility(새로운 단계로 진화한 혁신적 모빌리티)’라는 프로젝트의 이니셜로 이름 붙여진 ‘아시모(ASIMO)’를 공개합니다. 혼다는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로봇을 선보였고, 로봇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갔었습니다. 만. 2018년 이후, 갑작스럽게 연구개발팀을 해체하고 추가적인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18.6.28, NHK). 혼다가 30년도 넘게 공들였던 휴머노이드 로봇을 포기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재정적 부담이 컸던 모양입니다. ‘아시모’의 개발엔 15년, 약 2,000억 원이라는 비용이 투입되었고, 추가적인 개선에도 꽤나 큰 비용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자신들이 한 수 위라고 생각했던 ‘보스턴 다이내믹스’와의 급격한 기술격차 감소, 다른 경쟁자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위협을 받은 점도 이런 결심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었다고 이해됩니다. 이렇게 파란만장했던, 로봇 혁명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혼다의 도전은 일단락됩니다.


 우연이겠지만, 꼭 3년이 되던 2021년 6월, 현대자동차는 그토록 유명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엔 전가차와 일론 머스크로 대표되는 테슬라에서 ‘테슬라 봇’ 추진계획을 발표합니다. 영향력 높은 ‘모빌리티’ 기업들의 갑작스러운 로봇 산업으로의 진출 선언은 로봇 분야를 철수한 ‘혼다’의 사례와 겹쳐지며, 조금 어리둥절하게 다가옵니다. 어째서 그들은 로봇에 자신들의 미래를 걸게 되었을까요.


 물론 디지털 시장에서 로봇의 관심은 상당히 뜨겁습니다.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코로나19를 겪으며 인간 간 접촉이 없는 서비스, 폭발적인 물류 처리를 위한 최적화를 목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꽤나 잘 나간다는 기업들은 너도나도 로봇에 집중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띕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 DHL에서는 물류, 삼성과 네이버, 구글 같은 기업에서는 서비스, 도우미용 로봇을 이미 출시하거나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이라는 맥락을 따져보면 현대자동차나 테슬라의 행보도 조금은 이해됩니다.


 성장하는 시장에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게다가 두 회사, 아니 혼다를 포함한 세 회사 모두 ‘자동차’ 업종이라는 점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혼다는 ‘아시모’ 프로젝트를 포기한 이후에도 재난용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거나, ‘아시모’의 핵심기술을 자사의 자동차, 오토바이에 적용하기 위한 시도는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어쩌면 이들은 ‘로봇’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다채롭고 고차원적인 기술이 이동 수단(모빌리티)의 미래로 가는 길이었음을 진작에 깨닫고 움직인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메타 모빌리티’라는 다소 모호한 개념을 대대적으로 발표합니다.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이동 수단을 의미하는 ‘모빌리티(mobility)’라는 두 단어를 결합하여 현대에서 새롭게 제시한 개념은 ‘인간 활동 영역을 무한하게 확장한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가상에 접속해서 어디든 원하는 공간에서 이동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풀어서 설명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공간에 로봇이 배치되어 있고,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로봇에 접속하여 직접 해당 공간에서 이동하는 체험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다소 난해하지만 ‘인간의 몸을 통한 이동’이 ‘휴머노이드’로 연결된다면 확실히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경험의 범위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괴짜 CEO 일론 머스크로 대표되는 테슬라는 현대 자동차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입니다. 2021년 8월, 뜬금없게도 키 172cm에 몸무게 56kg 크기에 시속 5마일(8km)로 걷고, 30개의 전기 구동기를 활용해 45파운드(20kg)의 물체를 들어 올리는 게 가능한 ‘테슬라 봇’이라는 ‘휴머노이드’ 개발계획을 발표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어쩌면 테슬라는 (이미) 세계 최대의 로봇 공학 회사”이고, 테슬라의 자동차들은 “바퀴가 달린 (어느 정도) 자각 능력이 있는 로봇”이라고 이야기하며 뛰어난 기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개발에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뜬금없게도 전기자동차로 이미 성공가도를 달리는 기업이 어째서 로봇을 개발한다고 했을까요. 일론 머스크는 이런 행보에 대해 “휴머노이드 로봇은 위험하거나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 (인간 대신에) 수행할 수 있다”며 “미래엔 노동이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덧붙여 “테슬라 봇은 인건비를 낮추고 세계 경제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언급하며, 테슬라의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곁에서 인간의 일을 대신해 주는 용도로 개발되고 활용될 것이라는 암시를 주기도 했습니다.           



휴머노이드의 활용과 기대: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가는 로봇     


 인간의 (이동) 경험의 확장을 말하는 현대자동차, ‘노동 의무’로부터의 인간 해방을 기대하는 을 테슬라는 모두 ‘휴머노이드’에 집중하며, 새롭게 다가올 미래와 인간과 로봇의 세상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마치 ‘휴머노이드’는 자동차 회사에서만 관심을 가지는 듯 보이지만, 다양한 영역에서도 꽤나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입니다. 자동차 기업들이 모빌리티, 그러니까 ‘움직임’이라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휴머노이드’를 바라봤다면, 다른 분야에선 ‘감정’,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인간과의 이질감 없는 ‘소통’이나 ‘공감’의 측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일본에서는 이미 진작부터 노인들의 돌봄과 치료를 위해 ‘휴머노이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실버케어에 활용되는 ‘휴머노이드’는 현대자동차나 테슬라의 로봇들과는 다르게 뛰어난 기능을 갖추진 못했습니다만, 차분히 대화를 한다거나, 감정을 교류할 수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는 돌봄 환자의 행동과 대화에 끊임없이 반응하면서 그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까지 느끼게 됩니다. 소프트 뱅크의 ‘페퍼’가 복지, 실버케어 분야의 대표적인 ‘휴머노이드’라고 할 수 있는데, 손정희 회장은 “사랑을 가지고 스스로 성장하는 로봇”이라고 소개하며 인간과의 ‘소통’과 ‘교류’를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서울시나 경기도에선 동요를 불러주거나 동화책을 읽어주는 휴머노이드 ‘알파 미니’(키 24.5cm, 무게 0.7kg)를 무상으로 대여해 준다거나, 사회적 약자와 돌봄 인력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는 순천시의 사례가 유사하며, 이와 같은 분야의 활용은 더욱 확산될 전망입니다.


 복지나 돌봄 외에도 방금 언급된 ‘페퍼’, 영국 ‘엔지니어드 아츠’에서 개발한 ‘아메카’ 등은 서비스 분야에서 손님을 상대하는 서비스 로봇으로도 크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상업적인 활용뿐만 아니라 종교나 예술에도 ‘휴머노이드’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일본 교토에 위치한 400년도 넘은 사찰엔 ‘마인다(mindar)’ 승려가 사람들에게 부처의 지혜를 전달하고, ‘19년 개발된 ‘아이다(Ai-Da)’는 스스로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관을 확립하고 있습니다. 이제 ‘휴머노이드’는 외모나 인간의 신체적 기능을 모방하던 수준을 넘어 인간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인간을 행동이나 의도를 이해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단순히 대화, 행동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피부 자극을 감지할 수 있도록 ‘로봇 피부’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의 스티브 박, 김정 교수 공동 연구팀에서는 3차원 표면에 코팅이 가능하고 자극을 구분할 수 있는 로봇 피부를 이미 2018년에 개발하였고, 영국의 스타트업 ‘터치 랩’도 로봇에 적용 가능한 전자 피부를 개발하는 중입니다.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진보는 앞서 설명드렸던 ‘모라베크의 역설’처럼 오랜 기간 이어진 정설을 한 번 더 깨뜨릴지도 모릅니다. 1970년 일본의 모리 마사히로(森政弘)라는 로봇 공학자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가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과의 유사성이 높아지면 서서히 호감도도 상승하지만, 인간과의 유사성이 어느 임계치를 넘어서면 오히려 호감도가 급격히 하락, 말 그대로 불쾌함을 느끼고 인간과 더욱 유사하게(거의 인간과 구별이 없는 상태, 혹은 인간 그 자체) 되면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내용인데, 급격한 하락과 상승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면 마치 골짜기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해당 이론에서는 좀비, 시체나 의족, 의수를 불쾌함의 대표적인 예시로 들고 있고, 불쾌감이 급격히 해소되는 정점엔 ‘건강한 인간’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극히 외형, 외모에 집중하여 설계된 가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같이 ‘휴머노이드’의 외모나 기능 수준이 거의 인간과 비슷한 수준까지 발전한 상황에서도 인간들은 자신들과 감정,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로봇들에게 불쾌함은커녕 오히려 안정감이나 호감을 가지고 있으니 ‘불쾌한 골짜기’는 요즘처럼 고도로 지능화되는 ‘휴머노이드’엔 적용이 곤란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이제 ‘휴머노이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을 돕는 기계라는 고유 역할과 함께 극도로 개인화된 세상에서 잊히고 있는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목적까지 부여받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새로운 전환기입니다. 인간의 외형을 닮은 ‘무언가’가 되기 위한 과거의 노력에서 벗어나, 인간이라는 종(species)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종의 탄생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불쾌한 골짜기’는 인간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지능이나 감성의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디지털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티아 나델라(MS CEO)도 그의 저서(『힛 리프레시』, ‘18)에서 사람이 가진 특별한 감정인 ‘공감’이 기술 발전이 가져올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가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앞에서 옳고, 그름, 혹은 더 좋거나 나쁜 영향을 판단하기조차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인간을 더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발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 방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할 순 없지만 꽤나 ‘가치’ 있는 발전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캐나다의 유명한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1911~1980)은 “우리는 우리가 보는 대로 된다. 우리는 우리의 도구를 만든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도구가 우리를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도구는 앞으로도 더 발전하여 우리의 새로운 생활, 삶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짐작으로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아래의 내용도 참고했습니다


  고등과학원(2019.10.29.) “미래로부터의 친구, 소셜로봇의 심리학”, HORIZON

  동아사이언스(2019.7.2.) “사람 닮은 로봇을 보면 공포심 생기는 이유 찾았다”

  동아일보(2021.8.20.) “머스크, 휴머노이드 ‘테슬라봇’ 공개…“인간위해 장 볼 수도””

  르몽드디플로마티크(2021.8.31.) “‘불쾌한 골짜기’에서 모더니즘을 구출할 수 있을까”

  매일경제(2018.10.1.) “SF에 나오는 로봇 인기투표 1위는?”

  중앙일보(2017.7.3.) “휴머노이드의 인간 대체, 과장된 공포”

  카이스트신문(2018.10.31.), “자극 구분 가능하고 3차원 표면 코팅할 수 있는 로봇 피부 개발”

  테크엠(2018.8.9.), “혼다 휴머노이드 ‘아시모’는 살아 있다”

  한겨레(2017.12.21.) “재난 로봇이 구조현장에서 활약하려면”

  한겨레(2018.10.21.) “운동·감각능력 로봇에 ‘모라베크 역설’ 붕괴?…인간 고유성 질문”

  한경비즈니스(2022.3.11.) “테슬라는 왜 인간 닮은 로봇을 만드나”

  AI타임즈(2019.6.3.) “간병 로봇, 일본의 저출산·고령화에 희망될까”

  AI타임즈(2021.12.23.) “AI 탑재한 로봇 "더 정교하고 독창적이고 똑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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