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회 우동회날 아침
50화. 운동회날 아침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운동회가 다가오면
우리 학교 운동장은 아침부터 분주해졌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똑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구령에 맞춰
같은 방향으로 뛰고, 줄을 잡고, 끌고, 넘어졌다.
어느 해 가을, 그해에도 운동회는 열렸다.
아마 가을이었던 건
운동장 한쪽에 커다란 배 상자가 놓여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배는 그해에 가장 먼저 나오는 가을 과일이었고,
엄마는 그 배를 가장 예쁘고 단단한 걸로 골라
도마 위에 가지런히 썰어
도시락통 옆에 곱게 담아두셨다.
운동회 연습은 매일 두세 시간씩 계속되었다.
공 굴리기,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박 터뜨리기,
아이들은 웃고 뛰고 넘어지며 점점 팀워크가 생겨났다.
교실은 수업보다는 구호 외우는 소리와
피리 소리에 더 익숙해졌다.
선생님들도 연습을 진지하게 지도하셨고
아이들도 놀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기고 싶어 안간힘을 썼다.
드디어 운동회 당일.
엄마는 새벽부터 김밥을 말고, 전을 부치고,
계란을 삶고,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도시락 가방은 어느 때보다 묵직했고
그 속엔 가족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었다.
가장 큰 보자기에 싸인 건 배추김치통이었는데
운동장에 앉아 도시락을 펼치면
그 김치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다.
어느 집 김치가 맛있는지 아이들끼리 서로 나누며
김치 하나로도 금세 친해지곤 했다.
그해, 남동생은 1학년.
나는 4학년.
동생은 어느새 나보다 키가 더 커졌고
힘도 세졌다.
아직 운동회 구경이 서툰 동생을 위해
나는 몇 번이고 동생 반 줄에 데려다주고
내 종목을 위해 다시 달렸다.
힘겹게 들고 온 도시락 가방도
이젠 동생이 먼저 들어주었고
내가 무겁다며 조금 힘겨워하면
동생은 말없이 달려와 그걸 척 들어 올려주었다.
엄마는 한 손엔 돗자리, 한 손엔 물병을 들고
운동장 구석에 자리를 펴셨고
아빠는 커다란 팔짱을 낀 채
그늘 한쪽에서 묵묵히 경기를 바라보셨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즐겁게 웃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그걸로 충분했다.
점심시간.
엄마는 가족 모두에게 고루 도시락을 펴주셨고
도시락 뚜껑이 열릴 때마다
옆자리 친구들이 "우와!" 하고 눈을 반짝였다.
우리는 나누고 또 나누며
배부르게, 행복하게 가을의 햇살을 삼켰다.
그날, 줄다리기에서 청군이 졌지만
나는 우리가 졌다는 걸 까맣게 잊었다.
달리기에서 3등을 했지만
내 옆에서 "잘했다!"며 박수를 쳐준 동생의 눈빛이
모든 순위를 이긴 듯했다.
운동회는 학교의 큰 잔치였지만
우리 가족에게도 잊을 수 없는 작은 축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동생이 자라났음을,
이젠 누나보다 더 단단해졌음을 느끼게 된
특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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