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흙길 따라 피어난 이야기 꽃
등굣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었다.
그 길엔 이야기꽃이 피어났고,
하루하루 기대되는 설렘이 깃들어 있었다.
미선이와 미선 언니는 걷는 내내 수다를 떨었다.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났다.
“옆동네 아이랑도 금세 친해져야 해.”
미선 언니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나는 뭔가 중요한 약속을 들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끝말잇기를 하며 걸어가던 날도 있었다.
"고구마" “마당” “당근” “근육”
나는 똑같은 단어를 또 말하기도 하고
머릿속이 하얘지기도 했다.
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작은 입술을 앙다물고 머리를 굴리곤 했다.
끝말잇기는 나를 도전하게 했고,
조금씩 말이 많아지게도 했다.
가끔 걷다가 다람쥐가 후다닥 지나갔다.
귀엽고 빠른 모습에 모두 “꺄악!” 소리를 지르고
그 이야기가 한참 이어졌다.
어떤 날은 토끼가 나타나기도 했고,
더운 여름엔 조심조심 뱀이 기어가는 것도 봤다.
그럴 땐 줄이 무너질 듯 흩어졌다가,
다시 “앞으로 가!” 외치는 소리에 모였다.
줄을 맞춰 걷는다는 건 어른스러운 일이었지만
우리에겐 놀이였다.
앞사람의 걸음에 장난치듯 발을 맞추고
친한 아이 옆에 서기 위해 슬며시 자리를 바꾸기도 했다.
맨 앞에 서는 오빠는
때때로 “차렷!” “열중쉬어!”를 외쳤다.
우리는 진지하게 따라 했지만
속으론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그 흙길,
먼지가 풀풀 날렸지만
그보다 더 따뜻한 건
함께 걷는 아이들의 마음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이 기다려졌다.
무슨 이야기를 하며 걸을까.
오늘은 끝말잇기를 이길 수 있을까.
그 작은 고민들이 내 하루의 시작이었다.
《10화 – 미선이네 집에서 먹던 빨간 국》
학교가 끝난 저녁,
놀다 지친 내 발길은 자연스레 미선이네 집으로 향했어요.
큰방에선 언니들이 웃고,
작은방에는 고구마가 가득 쌓여 있었죠.
그날 저녁,
처음으로 돼지고기를 넣고 푹 끓인 빨간 국을 먹었어요.
매콤하고 따뜻한 그 국물은
처음 보는 맛이었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죠.
그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어요.
환대받고 있다는 따뜻한 기분,
누군가의 집에서 마음 편히 밥을 먹는 안도감.
그날, 난 엄마의 품이 아닌 곳에서도 따뜻함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오래된 천조각》
10화는 **어린 날, 처음으로 느꼈던 ‘집 밖의 온기’**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마루 끝에서 본 세상》
누군가의 부엌에서 끓여진 국 한 그릇이
왜 평생 마음속에 남는지를
이번 화에서 함께 느껴보세요.
매주 월·수·금 연재
구독해 주시면, 따뜻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당신의 하루에 조용히 스며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