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끝에서본세상

10화 미선이네 집에서 먹은 빨간국

나는 학교가 끝나면 자주 미선이네 집으로 향했다.

그 집은 갈 때마다 재미있었다.


미선이네는 형제가 많았다.

나랑 또래인 언니가 셋, 남동생 하나, 여동생 하나.

언니들이 얼마나 잘 놀아주는지 몰랐다.


나는 언니가 둘이 있지만

학교 다녀오면 늘 각자 바빴고,

놀아주는 언니는 드물었다.

그래서 미선이네 언니들이 부러웠다.


미선이네 큰방은 엄청 넓었다.

그 방 한쪽엔 이불이 깔려 있고,

작은방엔 고구마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방마다 마루가 있고, 그 마루에서 뛰놀던 기억이 선명하다.


늦게까지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녁을 먹고 가게 되었다.


그때 처음 먹었던

돼지고기로 끓인 빨간국.


얼큰하면서도 감칠맛이 도는

빨간 국물 속에 감자, 고기, 파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고,

그 국을 밥 위에 듬뿍 얹어 먹을 때면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집에 돌아가는 길,

나는 종종 그 국 생각을 하며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우리 집도 빨간국 끓여줘.”


엄마는 씩 웃으시고는

“그건 집집마다 맛이 달라.” 하셨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국의 맛뿐 아니라

미선이네 집에 있던 따뜻한 분위기가

그저 부러웠던 건지도 모른다.


언니들이 북적거리고,

언제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그 집.


그 집에서 먹은 밥은

맛있었고, 따뜻했고,

어린 나에게 작은 위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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