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 그리고 마음의 골목

1화

문희 그리고 마음의 골목


4학년이 되자, 아이들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전엔 교실 안이 하나의 커다란 무리처럼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저마다의 얼굴, 말투, 표정, 걸음걸이가 따로 보였다.

누구는 장난이 심하고, 누구는 책을 좋아하고,

또 누구는 늘 슬리퍼 끌듯 어슬렁거리는 그 걸음까지 기억에 남았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친구는 문희였다.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길이 가까운 것도 이유였지만,

희는 조용하고 잘 웃고, 말 한마디에도 마음을 다해주는 친구였다.

짝꿍이 되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졌고,

수업이 끝나고도 같이 교실을 나서며 둘만의 얘기를 이어갔다.


쉬는 시간의 교실은 언제나 북적였다.

칠판 앞엔 고무줄놀이가 벌어지고, 창가 근처에선 고요한 책 읽기가 이어지고,

뒤쪽 칠판 옆은 손뼉 치기나 수다의 중심지였다.

나는 어느샌가 그 ‘수다의 중심’에 서 있었고,

그 시간들이 집보다 더 좋게 느껴질 만큼 소중했다.


하루 종일 수업을 했어도 집으로 곧장 가지 못했다.

나는 자꾸만 친구 집을 따라갔다.

문희네 집이 그중 하나였고, 가장 자주 간 곳이기도 했다.

문희는 다른 반 친구였지만, 우리 반에 자주 드나들며

누구에게나 고루 다정했고, 말수가 많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아이였다.


문희네 집은 골목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나왔다.

그 집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늘 환한 햇살이 먼저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우린 방에 나란히 앉아 그날 있었던 일을 나누기도 하고,

조용히 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가끔은 그냥 말없이 앉아 있어도 좋았다.


그 동네에는 우리 반 친구들이 유난히 많이 살았다.

그래서 골목마다 누군가의 집이었고,

누군가의 어머니가 간식을 내어주는 풍경이 흔했다.

그 골목은 아이들에겐 놀이터였고,

그 안에 나는 점점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갔다.


나는 집보다 그 골목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책가방은 점점 더 가벼워졌고,

마음은 점점 더 친구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그 시절의 나는,

사람이 좋아지는 시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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