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문희네 담장 밑
문희는 예쁘장한 아이였다.
목소리도 조용하고 말끝마다 웃음을 붙이곤 했다.
학교에서 내 짝이 된 건 우연이었지만,
어쩌면 그때부터 나는 문희네 골목을 자주 걷게 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문희네 집은 학교에서 가까웠다.
하굣길에 집까지 가는 도중, 자연스럽게 그 아이네로 따라 들어가곤 했다.
안마당은 넓고 정갈했다.
마치 누가 매일 쓸고 닦는 듯, 구석 하나까지 깨끗했다.
담장 밑엔 이름 모를 꽃들이 계절마다 줄을 지어 피었고,
나는 문희보다도 먼저 그 담벼락 꽃을 기억한다.
문희네는 방이 많았다.
몇몇 방은 선생님들이 거처하는 곳이었고,
우리 반 담임 선생님도 그 집에 살고 계셨다.
나는 한 번도 선생님을 문희네 집에서 뵌 적은 없었지만,
문희가 학교 가까이에 산다는 사실이 무척 부러웠다.
집과 학교를 오가는 짧은 거리는
그 아이에게만 주어진 어떤 특권 같았다.
문희는 오빠가 많았다.
그중 둘은 유학 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괜히 더 눈이 휘둥그레졌던 기억이 난다.
‘와, 유학을 간 오빠가 둘이나 있어?’
그건 나 같은 시골 아이에겐 TV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정작 문희는 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문희는 어머니의 나이가 많다며, 누가 알까 봐 늘 조심스러워했고,
유학 간 오빠 이야기도 어쩌다 나온 말이었을 뿐,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날 문희는 말했다.
“미숙이는… 그냥 모른 척해줄 수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고,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라고.
그리곤 그날따라 더 조용히 담벼락 꽃을 바라보았다.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담장 아래에서 속삭였다.
비밀을 담은 듯, 여린 향기를 피워냈다.
문희의 조용한 마음과,
나는 그렇게 꽃길을 걸으며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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