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대리석 상이 있는 산소
대리석 상이 있는 산소
문희네 동네 뒤편엔 언덕이 하나 있었다.
그 언덕 너머, 숲과 마을이 나란히 공존하던 곳.
그곳엔 아이들만 아는 장소가 있었다.
대리석 상이 있는 산소였다.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무덤이라기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쉼터 같았다.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시원했고,
잔디가 넓게 깔려 있어 마음껏 뛰어놀기에도 좋았다.
그 무덤 앞에 놓인 하얀 대리석 상은
언제나 말끔하게 닦여 있었다.
누가 닦는 건지, 언제 닦는 건지 아무도 몰랐지만
마치 그곳을 지키는 누군가의 마음처럼 늘 단정했다.
우리는 그 상에 앉기도 하고,
서로를 밀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가끔은 조용히 앉아 땀을 식히기도 했다.
어떤 날은 그 위에 바람결이 지나가고
어떤 날은 우리 웃음이 앉아 쉬어갔다.
숲은 깊지 않았지만,
아이들 눈에는 충분히 모험 같았다.
장난감도 없던 시절,
우리에겐 이런 숨겨진 장소 하나가
세상 전부였다.
누군가 “우리 산소 갈래?”라고 말하면
그건 곧 놀이의 시작이었다.
꽃피는 봄에도, 매미 울던 여름에도
그곳은 우리만의 놀이터였다.
어른들은 잘 몰랐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루 중 가장 오랫동안 머무른 장소가
학교도, 집도 아닌
그 산소였다는 걸.
조용한 자리.
깨끗한 대리석.
가끔은 슬며시 손을 얹으며
“여기 누가 누워 있을까” 속삭였지만
곧장 웃음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그곳은 이상하리만큼 따뜻한 기운이 맴도는
우리만의 조용한 성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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