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산길작고긴 마음

4화

집으로 가는 산길, 작고 긴 마음


사실 난 매일 해 질 녘까지 문희네 동네에서 놀고 싶었다.

문희의 마당, 골목 어귀, 친구들 웃음소리로 채워진 그곳은

학교보다, 집보다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세계였다.


하지만 내 집은 거기서 산길을 넘어야만 닿는 곳이었다.

해가 기울고 골목이 어스름해질 무렵이면

언니들이 슬슬 가방을 챙기는 눈치를 본다.

그 순간이 오면 나도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문희는 늘 “좀 더 놀다 가” 했지만

나는 애써 손을 털며 말하곤 했다.

“산 넘어가야 해서.”

말끝이 괜히 길어졌다.

아쉬운 마음이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그땐 왜 그렇게 하루가 짧게 느껴졌는지.

아직 하고 싶은 놀이는 산더미였고

들려주고픈 이야기들도 넘쳐났는데

매번 해는 성큼 먼저 집으로 달려가 버렸다.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산길은 낮에도 한적하지만

저녁이면 오솔길 따라 나뭇가지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지고

짙은 바람이 발목을 감쌌다.


그래서 나는 걷는 대신 뛰었다.

깜깜해지기 전에 집에 도착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누군가, 같은 방향의 누군가를

빨리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정말 가끔,

그 언니, 그 오빠, 그 옆집 아주머니 같은

익숙한 사람을 만나면

그토록 무겁던 발걸음이

말도 안 되게 가벼워졌다.


“어, 너도 가는 길이야?”

짧은 인사만으로도

길은 환해졌고

내 마음은 다시 놀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아직도 기억난다.

그 조용한 산길에서 들리던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

그 발자국에 겹쳐 따라붙던 내 마음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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